[수행, 오래된 미래]
불수념(佛隨念)과 사띠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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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 2017 년 10 월 [통권 제54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263회 / 댓글0건본문
중국에 전해진 초기 선경(禪經) 가운데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과 함께 널리 유포된 경전으로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이 있다. 이 경전은 여산 동림사에서 염불결사를 했던 혜원(慧遠, 335~417)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그것이 선경으로 분류된 까닭은 이 경전에서 말하는 염불수행법이 오늘날의 염불법과 달리 선법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주삼매란 ‘현재의 붓다가 현전하는 삼매’를 말한다. ‘삼매’라는 표현이 나타내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붓다를 지속적으로 관상하는 불수념(佛隨念, buddhanusmrti)을 실천하면 그 결과로 삼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수념은 초기불교에서는 여섯 가지 수념(隨念, anussati)의 하나로서 수행되었는데,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인정되는 『숫따니빠따(Sutta Nipata)』에서도 불수념과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숫따니빠따』 「빠라야나왁가(피안도품)」에 나타난 불수념의 초기 형태는 다음과 같다.
브라만 바와리(Bavari)가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제자 열여섯 명을 부처님에게 보냈다. 부처님에게 열여섯 가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은 바와리의 제자들은 아라한이 되어 부처님 곁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다만 삥기야라는 늙은 제자 한 명만 아라한이 되지 못하고 바와리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기 위해 돌아온다. 바와리는 삥기야에게 부처님을 “잠시라도 떨어져 살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그는 “한시라도 떨어져 살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바와리는 삥끼야에게 “왜 그토록 훌륭한 스승인 부처님 곁에 머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한 삥기야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브라만이여, 저는 한 순간도 매우 지혜롭고 현명한 고따마로부터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낮과 밤 동안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 분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마음으로 봅니다. 밤에도 마음으로 그를 숭배하기 때문에, 나는 그분과 단 [한 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마음의 눈으로 언제 어디서나 항상 부처님을 보고 있다는 말은 부처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마음에 부처님이 현전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불수념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불교에서 그다지 중요시되지 않은 것처럼 보지만, 위의 사례를 본다면 그의 제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준호는 초기불교에서 염불은 바로 선정수행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빠알리 경전에서도 염불 등의 육념 수행은 ‘과위를 증득’하고 ‘가르침을 안 자’가 가장 많이 머물러야 하는 수행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염불 등의 육념이 초기불교 수행에서도 수행의 과위인 사과(四果) 가운데 예류과를 증득한 수행자들도 닦는 행법이었다.
그렇다면 수념은 초기불교 수행법인 염처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무엇보다 수념(anussati)과 사띠(sati)의 어원적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 지난 연재에서 지적했듯이 염, 즉 사띠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사띠는 오늘날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주의집중한다.”는 의미 외에도 명상 또는 관조의 대상을 “마음속에 담고 있거나 붙들고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수념(anussati)은 바로 이 두 번째 의미에 가장 가까운 용법으로 사용되며, 그 대상은 불, 법, 승, 계, 보시, 천이며 그밖에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ānāpāna-(anu)smṛti)”, “죽음에 대한 알아차림(maraņa-(anu)smṛti)”, “몸과 관련된 알아차림(kāyagatā-(anu)smṛti)” 등을 포함한다.
어떤 대상을 마음에 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은 곧 기억 행위를 요구한다. 수념(anussati)의 접두사 ‘anu’가 그 대상들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또는 ‘환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나빠나사띠(ānāpānasmṛti)’는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만 아니라 ‘들숨과 날숨을 마음에 담아두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팔리어 『자비경(Metta-sutta)』에서 자비(metta)를 기르는 것은 마음속에 자비를 담아두는 훈련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기억과 지속적 주의력이 서로 다른 정신능력이 아니라 동일한 정신능력의 두 가지 측면이라고 보는 것이 사띠의 원래 의미에 더 맞는 해석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정관 수행을 살펴보면, 수행자는 자신의 신체 부위를 관찰해야 할 뿐 아니라 ‘더러운 것(asucin)’으로 보아야 한다. 자비관 수행에서도 어떤 대상을 마음속에 환기하는 작용이 필요하다. 이 작용들은 현존하지 않는 부처님을 상상하며 현존하는 것처럼 마음에 담아두는 작용인 불수념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이 동원된 작용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설일체유부 논사들이 사띠를 인지 대상을 현재의 순간으로 ‘환기하며(abhilapati)’ 그 결과 그 대상들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작용으로 본 것이나, 유식 논사들이 사띠를 그 이전에 파악한 의식의 대상을 환기하는 작용으로 간주한 것은 모두 사띠 속에 수념의 요소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초기경전에서도 불수념은 사띠의 하나로 이해되었는데, 『앙굿따라니까야』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비구들이여, 계발하고 발전시키면, 깨어 있음으로 평정으로 [감각과 의식의] 정지로, 내적인 고요함으로, 특별한 지혜로, 깨달음으로, 열반으로 인도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승가, 계, 보시, 하늘, 호흡, 죽음, 신체, 내적인 고요함에 대한 사띠이다.”
여기서 불수념은 호흡이나 신체에 대한 사띠와 마찬가지로 깨어 있음, 평정, 감각과 의식의 정지, 내적인 고요함, 특별한 지혜, 깨달음, 열반 등 수행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와 『증일아함경』 제2권 「광연품」에서는 ‘여섯 가지 대상에 대한 염’을 설명하면서 염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더하고 있다.
“마하나마여, 그대는 다음과 같이 여래를 염해야 한다.
‘실로 존귀한 분, 존경 받을 만한 분, 완전히 깨달은 분, 지혜와 실천을 갖춘 분, [피안으로] 잘 가신 분, 세간을 잘 아시는 분, 사람을 잘 인도하는 분, 신과 인간의 스승, 깨달은 분 그리고 세존이시다’라고.” - 『앙굿따라니까야』
“만일 어떤 비구가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전면에 집중하여 염(念)하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부처님을 염하면, 여래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이에 눈을 떼지 말고 여래의 공덕을 염하라. 여래의 신체는 금강과 같고, 십력을 구족했고, …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반드시 항상
이렇게 생각하라. 부처님을 염하는 것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이런 온갖 공덕을 얻을 것이다.” - 『증일아함경』
이상으로 알 수 있듯이, 초기불교부터 불수념, 곧 염불은 오늘날 행해지는 칭명염불과 달리,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시각화하는 관법수행으로 실천되었다. 그런데 이 수행법이 대승불교에 와서 적극적으로 수행된 원인은 무엇일까?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대승불교가 재가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고 대승불교가 출가자 집단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주삼매경』은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논의에서 출가자 기원설을 지지하는 유력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 그것은 앞서 말한 삥기아의 상황이 부처님의 열반 후 스승을 만날 수 없었던 제자들의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더 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통함과 스승의 현존에 대한 갈망이 불수념, 즉 염불 수행을 중요한 수행법으로 만든 원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 연재에서 초기 대승경전으로 분류되는 『반주삼매경』의 염불수행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후대에 중국에서 발달한 선종 수행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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