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과 함께 하는 인생이야기]
남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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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자 / 2019 년 12 월 [통권 제80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365회 / 댓글0건본문
박원자 불교전문 작가
두 딸을 둔 우리 부부는 사위를 얻을 때 반드시 3천배를 시키겠다고 작심하고 있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따라와 주리라 생각했다. 3천배를 시켜봄으로써 의지도 가늠해볼 수 있고 무엇보다 3천배를 통해서 진정한 가족애 같은 것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너도 우리 식구라는. 한 스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부추기라도 하듯 사윗감이 생기면 높은 산을 데리고 가볼 것이며, 3천배를 꼭 시켜보라고 했다.
작년 12월에 『내 인생을 바꾼 108배』가 나오자 딸을 통해 사윗감에게 책을 보냈다. 책 속에 우리 집으로 장가오려면 반드시 3천배를 해야 한다는 소망이 담겨 있으니, 그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하는 저의도 있었다. 두어 달 전에 내년 봄으로 결혼날짜가 잡히자 내가 딸에게 말했다.
“얘, 둘이 한번 지리산 선림사에 다녀와. 법사님이 궁금해 하셔.”
그 말 속에는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백일 동안 기도와 함께 108배를 시키는 법사님을 찾아뵙고 너희들도 그렇게 하라는 나의 주문이 담겨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딸애가 내 마음과 똑같을 줄 알았다. 요즘 코앞에 닥친 단행본 원고 마감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가고 싶었으나 그러고 있질 못하던 차에 둘만 다녀오라고 한 것인데, 날이 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왜, 시간을 못내는 거야?”
딸애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그런데 나만 다녀오면 안 될까? 절을 하면 좋다는 걸 나는 알지만 오빠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아.”
불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3천배를 한다거나 매일 108배를 하면서 기도를 하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아직 말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애들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불교 집안에서 잘 성장한 청년이 우리 집 사위되기를 바랐다.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고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윗감은 종교가 없었고 그의 어머님은 타종교를 믿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차츰 공부하면 되니까.
그러나 결혼 전에 꼭 100일 정도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인생에 대해,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좀 낭패감을 느끼면서 딸애에게 물었다.
“그러면 너도 결혼 전에 기도할 생각이 없는 거니?”
“엄마, 나는 하고 싶어. 다만 오빠는 천천히 들어오게 하자는 거지.”
그날 딸애와 얘기하면서 우선 나와 딸애가 선림사에 가서 1백일기도를 입재하고 기도를 시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내가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좋은 일이니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것, 우리 집 사람이 되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된다는 일종의 강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보니 그렇듯 불교에 입문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가볍게 풍광 좋은 절에 한번 데려가거나 수행 깊은 스님 한번 만나게 해준 적이 없었다.
예전에 독실한 기독교인인 나의 언니가 첫 사위를 맞으면서 가장 큰 조건 하나를 내걸었다. 반드시 기독교인이어야 하며, 만일 신자가 아니면 반드시 세례를 받아야 결혼을 허락한다는 조건이었다. 자라면서 동생들에게 무조건 양보를 하며 착하기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였던 언니는 이 문제에서만큼은 전혀 양보가 없었다. 불교집안에서 자란 지금의 큰 사위를 결혼 전 교회에 나오게 해서 세례를 받게 하고 결혼시켰다. 믿음이 없던 형부와 결혼해보니 참 기독교인이 되기까지 너무 힘들더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언니를 보면서 저 굉장한 편견이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똑 같은 상황에 처하니 나도 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오만이 어디 있는가. 종교가 없으면 정성을 다해 나의 종교에 대해 좋은 면을 알리면 되고, 딸의 말처럼 천천히 이끌면 되는 것이다. 혹여 사위가 다른 종교를 가지겠다고 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축복해주면 그만 아닌가. 나의 도반 한 분은 타종교인의 며느리를 얻고 그 종교에 대한 공부를 3년 동안 했다. 열심히 두 종교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나서는 며느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전했는데, 이에 감동한 며느리가 두말없이 불교로 개종했다. 지금은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어 시부모님이 하는 것처럼 늘 나누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무엇보다 진심이 앞서면 만사형통이다 싶다.
지금의 딸보다 훨씬 어렸던 이십대 초반, 불교에 입문해 공부하면서, 또 불교 관련 책을 읽으면서 수행으로 내 삶을 다져갈 수 있는 것에 무한히 감사해 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삶의 바다를 항해해가면서 불교라는 나침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얼마나 깊이 감사했던가. 삼십대 중반부터 수행자들을 만나 그분들의 삶을 듣고 글을 쓰는 일은 또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던가. 또한 동일한 가치를 지닌 도반들과 함께 정진했던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소중한 그 시간들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겠나 싶을 정도로 불교와 만나면서 얻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결혼을 전후해 가족을 위해 적극적인 기도를 해왔나 싶은 것이다. 현실생활에서 생기는 화살을 맞고 나서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수용하는, 그것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용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남편을 위한 기도, 애들을 위한 기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이웃들에 대한 기도도 덧붙이고 싶다.
기도란 그 일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는 것이며 정성스럽게 기도한 내용을 실천하는 일일 테니 말이다.
어줍지 않게도 무엇을 바라며 갈구하는 것을 기복이라 여기고 기도다운 기도를 변변하게 하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박사 논문을 불상에 대해 쓸 정도로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심정적으로 불교인이라 자부하고 있던 친구가 있다. 자기가 기도해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간혹, 108배를 하던 리더십이 유난히 뛰어난 친구였다. 그러다가 사업이 잘 안되면서 부도를 맞고 파산상태가 되어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친구에게 다가 온 이들이 교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적극적이었다. 함께 울어주고 걱정해주며 날마다 함께 기도해주었다.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새벽기도를 함께 가고 위로해주었다. 친구 또한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에 나가며 자신을 추스르고 용기를 얻었다.
그러는 가운데 친구는 다시 예전의 적극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왔다. 사업도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놓았다. 무엇보다 잘 된 것은 자식들을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얼마 전, 유학을 떠난 친구의 딸 안부를 내가 묻자 이렇게 환하게 대답했다.
“그 애는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기도로 이겨내니까. 너무 잘 적응하면서 공부하고 있어.”
그런데 최근 이 친구에게 다시 더 적극적으로 기도할 일이 생겼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친구는 더 씩씩해졌다. 더불어 친구 주변의 분들도 더 바빠졌다. 새벽기도를 하고 나오는 친구와 동행해 동네에 있는 호수 주변을 두 시간씩 산책해주고, 온갖 몸에 좋다는 반찬을 해다 나르는 것이다. 기도를 수시로 함께 하는 것은 기본일 테다.
겨우 108배 책과 방석 하나 건네주고 “몸에 좋아, 꼭 해봐.” 한 것이 전부인 나에게, 그래도 친구는 하루에 몇 십 배씩은 하고 있다면서 항암치료에 잘 적응하고 점점 건강해지고 있음을 알려왔다.
성철 스님께서는 생전에 남을 위한 기도가 진짜 기도라고 하셨다던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생각해본다. 이제 진하게 한번 기도를 해야겠다고, 딸을 위해, 친구를 위해, 그리고 곁에 있는 평생 동지를 위해. 더불어 오늘 테레사 수녀의 기도에 대한 명언을 떠올려본다.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됩니까? 우리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사랑은 언제 시작됩니까? 우리가 함께 기도할 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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