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건강 기공]
백학같이 중심 잡는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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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 2020 년 4 월 [통권 제84호] / / 작성일20-05-28 15:54 / 조회8,142회 / 댓글0건본문
사희수
코로나 19로 인해 너무나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코로나 19가 전염성이 독감보다 2~3배 강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신종플루보다는 훨씬 증상이 가볍다고 한다. 물론 주의는 해야 하지만 코로나 19 감염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 활동 마비로 가뜩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코로나19 퇴치법
사실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면역력을 높여서 퇴치하는 수밖에 없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명상과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된다. 명상, 곧 염불, 독경, 참선 등 우리 불자들이 평소 행하는 모든 수행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의사들의 공통적인 소견이다.
이 정도 되었으면 이미 독자 여러분께서 알아차리셨을 듯,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불가기공을 꾸준히 하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굳이 강조하지 않겠다. 불가기공이 아니더라도 수행과 운동을 함께 병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동작 하나하나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불가기공을 하면 더욱 좋다는 건 독자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이번 호에는 코로나 19가 완전히 물러나기를 기원하면서 백학일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요즘 세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데서 괴로움이 증폭되는 듯해 백학과 같이 중심을 잡는 보법인 학보(鶴步)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다.
소식(少食)과 학보(鶴步)는 장수의 비결
20여 년 전 계룡산 갑사에서 8년 정도 템플스테이를 지도했다. 당시 갑사 템플 스테이는 불가기공템플스테이로 유명했는데, 불가기공이 중요한 일정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때 공영방송의 주목도 받았고, 그 무렵 인기를 끌던 태권소년 부르노에게 불가기공을 가르쳐 주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그 무렵 갑사에는 넓은 시설이 없어서 주로 대웅전 앞마당에서 불가기공을 지도하곤 했다. 항상 대웅전 부처님을 향해 합장 인사를 올리고 왼쪽에 있는 진해당 주련에 대해 설명해 준 다음 불가기공을 수련했다.
팔천경권흉중출(八千經卷胸中出) : 팔만사천경이 마음에서 나온다.
백억건곤족부장(百億乾坤足不藏) : 백억 겁의 하늘 땅 발 아래 감추어져 있도다.
학수잠휘시적멸(鶴樹潛煇是寂滅) : 사라쌍수 아래 깃든 적멸의 빛이여,
금강사리방광명(金剛舍利放光明) : 금강사리가 방광하여 빛나도다.
-진해당 주련
이렇듯 의도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가기공을 항상 같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진해당 주련 중 학수잠휘시적멸(鶴樹潛煇是寂滅)을 학보(鶴步)와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곤 하였다. 경전에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 대지가 진동하고 천고(天鼓)가 저절로 울리며 사해(四海)의 바닷물이 뒤집힐 듯 파도가 일고, 수미산이 저절로 기울 듯 흔들리고, 거센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 숲속의 나무가 꺾어지고, 스산하고 삭막하여 초목이 말라비틀어져 어지럽게 흩날리는 것이 평소와 달랐다. 이때 사라쌍수(娑羅雙樹) 나무가 하얗게 말라 죽으며 백학처럼 흰빛으로 변하여 학림 또는 학수라고 불리었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윤회의 수레에서 벗어난 열반적정을 말하고 있다.”
부처님의 열반지인 사라쌍수가 학수로 변한 것 자체가 큰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학은 불로장생의 상징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으나 실로는 영원한 생명, 진리 자체인 적멸에 들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의 청자를 대표하는 청자운학문 매병을 보면서 부처님의 열반지인 학수(鶴樹)가 떠오르는 건 전생부터 불자였을 것 같은 내겐 당연하게 다가온다.
한편 불교 장례문화에서 망자(亡者)가 극락으로 왕생하기를 발원하면서 만든 학가마로 구현, 반야용선을 끄는 천룡(天龍)과 함께 학은 극락으로 이어주는 상서로운 새로 상징되고 있다. 아울러 불교의 49재 의식에 사찰 학춤 작법이 있는 것도 학이 갖고 있는 의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의 대웅전 천정의 단청이나 벽화, 조각 등에서 학을 자주 볼 수 있고, 학과 관련된 신비한 사찰 설화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다.
학과 같이 천년을 이어온 신라의 범일 국사와 조선의 유일한 국사인 무학 대사가 학의 보살핌으로 살아나 국사가 되기까지 어찌 보면 학의 정기를 받아 국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집 근교에 무학 대사의 탄생과 학이 관련된 무학대사비가 있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무작정 길을 나섰는데 위치를 인터넷이나 네비게이션으로 알 수가 없었다. 서산 부석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무학로를 따라 무학사슴농장 쪽에서 헤매다가 작은 표지판을 보고 찾아가게 됐다. 예전에는 소나무 아래 조경과 어우러져 나름 괜찮았는데 지금은 도로 확장 공사로 옮겨져 나무 하나 없는 들판에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혹여 서산을 찾는 분들을 위해서 낡은 안내판의 무학 대사 기념비 주소를 올려본다.(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 1리)
무학 대사를 품은 학과 정기가 깃든 이곳에서 불가기공 학보(鶴步)를 촬영했다.
학은 거북이, 사슴과 같이 십장생 중 살아 움직이는 세 마리 동물 중에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신령한 동물이다. 천년을 산다는 학은 몸을 가볍게 하여 하늘을 잘 날 수 있도록 먹이를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소식(少食)은 장수의 비결이다. 백학과 같이 맑고 고결한 모습과 한 다리로 서서 지기(地氣)를 머금는 고고한 자태는 기공을 수련하는 연공자로서 학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한다.
무병장수하는 방법의 하나로 손꼽히는 백학 자세인 백학일각(白鶴一脚)은 불가기공의 10가지 기본자세에서 마보(馬步), 상보(象步), 후보(猴步), 구보(龜步), 녹보(鹿步)에 이어서 하는 6번째 연속동작으로 한 다리를 들어 중심을 잡는 자세이다. 이 자세는 무술가(武術家)의 가라데(空手道)는 백로 발 서기, 태권도(跆拳道)의 학 다리 자세, 쿵푸(功夫)에서는 따오식(한다리섬세), 우슈(武術)에서의 장권(長拳), 남권(南拳), 소림기공(少林氣功), 태극기공(太極氣功) 등 중국의 무술가나 기공가에서는 독립보(獨立步)라 한다.
각각의 문파마다 자세의 명칭이 다르지만 학과 연관지어 명명한 곳이 많다. 불가기공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과 연관 지은 동물의 형상을 담아 불가기공의 여섯 번째 연속동작으로 학보(鶴步; 학다리 자세)라 하였다.
학보(鶴步)
그림 1~3은 학보의 예비공법이다.
1. 합장을 하고 병보(竝步; 발을 모으는 자세)를 한다.
2. 왼발 끝을 45° 벌리며 무릎을 구부리며 동시에 우교각(右蹻脚; 오른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자세) 한다.
3. 양장(兩掌; 양 손바닥)을 밖으로 펼치며 입장(立掌; 손끝을 세우는 장법)하고, 오른발을 들어 올려 왼무릎 앞으로 향한다.
4. 우녹보합장(右鹿步合掌;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오른발을 180°틀고 왼무릎을 구부려 합장) 자세를 한다.
5. 합장한 수근(手根; 손목)을 붙이고 수첨(手尖; 손끝)을 벌려 돌리며 좌양장(左陽掌 왼손바닥은 위), 우음장(右陰掌 오른손바닥이 아래)이 되게 한다.
6. 왼쪽으로 몸을 270° 돌리며 양팔을 벌리면서 후보(猴步)를 한다.
7. 좌학보(左鶴步; 오른무릎을 복부, 오른발은 왼무릎)를 하고, 왼손은 좌입장(左立掌; 합장한 왼손)을 하고 오른손은 왼손 밑에서부터 세 번 돌리며 합장을 하고 몸의 중심을 잡는다.
8. 오른발을 뒤로 내려놓으며 상보(象步)를 한다.
9. 몸을 왼쪽으로 돌려 좌녹보합장(左鹿步合掌) 한다.
이어 좌녹보합장(左鹿步合掌)을 5~7을 바꿔서 전(前)과 같은 동작을 한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 건강 유지 가능
학보는 한 다리로 서서 몸의 중심을 잡는 동작으로 흔들림 없는 안정된 자세를 필요로 한다. 하지관절과 고관절 주위의 근육과 허리와 척추와 관련된 근육들의 유연성을 길러주고 이완과 수축으로 기(氣)와 혈류를 극대화시켜 주며,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동작으로 뇌기능 활성화에 좋은 기공법이다.
이와 같은 동작으로 태극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있다.
“금계독립(주: 「太極拳24式이 健康에 미치는 影響에 대한 小考」, 大韓韓醫學原典學會誌, 2009) 자세는 심장의 화기(火氣)를 내려주는 동작으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작용한다. 심장과 신장을 강화하는 기능에 도움을 주고, 넓적다리를 유연하게 하며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지며 요통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기공은 기운이 오르내릴 때에 경락의 관계와 기화작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양기(陽氣)는 맑아서 위로 오르고, 음기(陰氣)는 탁해서 아래로 내려간다. 음은 왼쪽에 양은 오른쪽에 그 가운데 중이 있다. 음양은 중앙으로부터 열리는 것이다. 좌우의 편차가 없어야 한다. 중심을 잃으면 건강도 잃는 것이다.
후한(後漢)의 의학자인 장중경(張仲景)의 『금궤요략(金匱要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양생하면 감기가 경락을 침해하는 일이 없으며 만일 경락에 침입해도 장부에 도달하기 전에 완치될 수 있다고 하였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가운데 불가기공으로 양생을 생활화하여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세상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 재물의 많고 적음, 지위고하, 신체의 형상으로 인하여 처지를 비관하는 일도 많다. 이러한 모든 장애를 극복하는 데 최선의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믿고 실천하는 일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어 장애는 없다. 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는 말이 있듯이 장애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시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모쪼록 백학과 같이 맑고 청아한 마음으로 높이 날아서 세상을 치우치지 않게 보고 행하는 것이 불자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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