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건강 기공]
제12식- 虎視照顧 - 호랑이 눈으로 널리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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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 2020 년 5 월 [통권 제85호] / / 작성일20-06-01 16:38 / 조회8,133회 / 댓글0건본문
사희수
푸른 정기와 높은 기상을 갖춘 우리나라 산에는 사찰이 있다. 깊은 산속 옛 사찰의 역사를 음미하고, 오랫동안 사찰을 지켜온 오래된 나무들을 보는 것도 불자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깊은 산 깊은 골에 사찰이 있는 것만 해도 경이롭다. 공포의 대상인 호랑이와 사나운 맹수들이 많았던 그 옛날, 보통 이상의 신심과 정성이 아니면 절에 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호랑이는 산신령山神靈, 산중왕山中王으로 불린다. 맹수 중에 가장 사납고 무서운 동물이지만 위신력 있는 영물로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찰의 산신각에는 산신령을 보호하는 호위무사로 호랑이가 앉아 있다. 해학적이면서도 위엄 있는 호랑이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호랑이를 산신각에 앉힘으로써 사찰의 수호적 존재로서 섬기는 것으로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더 나아가 호환虎患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수 보살이 호랑이를 타고 한 손으로는 반야의 검을 들고 있는 벽화도 만날 수 있다. 문수 보살이 사자 대신 호랑이를 탄 것은 예부터 호랑이를 영물로 여긴 한국불교의 토착화된 모습이다. 호랑이의 용맹한 모습은 지혜를 상징한다. 호랑이는 지혜로운 용맹으로 불법을 외호하는 수호신으로 인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퇴전의 용맹정진으로 당대의 선지식들을 호랑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성철 큰스님도 ‘가야산 호랑이’라고 불리셨다. 굳은 의지와 서릿발 같은 가르침은 사부대중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찰에 다니며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호랑이와 같은 지혜와 용맹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도장을 만들 때마다 호랑이를 연관시켰다. 1988년 대전에서 동호우슈체육관東虎武術體育館을 개관하였고, 2013년 홍성에서는 서호西虎킥복싱체육관을 개관하였다.
호랑이는 용맹한 지혜의 검 상징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라고 한다. 호랑이의 용맹과 문수보살의 지혜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비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정신의 에너지는 건강한 신체를 낳는다.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고 하는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쟁이 될 수도 있지만, ‘불자 무술인’으로서 나는 불교 정신이 무술보다 먼저라는 생각, 결국 정신이 먼저라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체득하였다. 내가 불가기공을 얘기하면서 명칭과 그 이름에 얽힌 사찰 이야기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어놓는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다.
부처님 가르침과 만법의 형상을 담아 불가기공의 일곱 번째 연속 동작을 호보虎步[호랑이 걸음]라 붙였다. 문수 동자의 전설과 함께 호랑이 형상으로 유명한 백화산 반야사는 아니지만, 근교에 있는 태안 백화산 태을사에서 호보虎步를 촬영했다. 태을사에는 백제시대의 불상인 국보 제307호 마애삼존불이 계시고, 맞은편 바위에 암각된 신선이 산다는 태을동천太乙洞天이 새겨져 있다. 부처님과 백화산의 신령한 정기와 기상이 가득한 에너지를 받으며 자세를 취하였다.
그림 1~4 호보의 예비공법이다.
1. 우상보합장右象步合掌(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무릎을 앞으로 굽히고 왼무릎은 곧게 펴서 합장 자세)을 한다.
2.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호구장虎口掌을 한다.
3. 왼무릎을 구부리며 동시에 양장은 획호劃弧를 그리며 아래로 내린다.
4.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양손도 같이 올린다.
* 다리를 바꾸어 반복 연습한다.
5. 우학보합장右鶴步合掌(왼무릎을 구부려 복부에 위치하고 합장)을 한다.
6. 왼무릎을 내려 상보象步를 이루고 합장한 손끝을 벌려 돌려 오른손은 양장陽掌을 하고 왼손의 지첨指尖은 땅을 향한다.
7.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왼손 아래에서 가슴으로 향한다.
8. 오른무릎을 구부려 좌호보합장左虎步合掌을 한다.
9. 무릎을 세워 상보象步를 하고 합장한 손끝을 벌려 돌려 왼손은 양장陽掌을 하고 오른손의 지첨指尖은 땅을 향한다.
* 바꿔서 전과 같은 동작을 한다.
이 동작은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고 손목과 팔굽을 움직여 양팔을 앞으로 돌리며 다리는 런지Lunge운동과 비슷한 동작이다. 사지四肢의 손가락, 팔목, 팔꿈치. 발목 무릎 주위의 근육을 호흡과 함께 움직여 각 부분의 경락의 자극으로 기혈氣血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하여 사지의 관절염 예방에 좋다. 또한 인체의 에너지 소모의 70%를 사용하는 다리의 근력을 키우는 것은 건강한 수명을 늘리는 가장 큰 요건 중의 하나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당대唐代의 약신藥神으로 불린 손진인孫眞人은 아무리 매일과 같이 음식을 먹어도 양생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역시 오래 살기 곤란하다. 양생하는 방법은 늘 경輕한 노동을 하고 너무 피로케 하지 말아야 한다. 대체로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과 문지도리가 좀먹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운동하기 때문이다. 양생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걷지도, 서 있지도, 앉지도 말아야 한다. 또는 오랫동안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했다.
호흡으로 신체의 움직임 관찰
운동은 호흡하며 몸을 움직여 체력을 단련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불가기공은 정신과 호흡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하여 내기內氣와 외기外氣를 단련해야만 진기眞氣의 수련이 되는 것이다. 내과적인 질병은 심리적인 상태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마음도 아프게 된다. 마음이 안으로는 오장육부의 기를 다스리고, 밖으로는 사지를 움직여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산신각 호랑이의 해학적인 모습과 문수보살의 예리한 지혜의 검은 우리 불자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넌지시 일러준다.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살아갈 일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면 세상사 모든 일이 다 OK다.
산치 제1탑 내부 예배하는 길 입구에 봉안되어 있는 불상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소욕지족하며 살아가기에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삶의 현장에서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어릴 때 부친이 국내 여건 때문에, 사람 때문에 여러 차례 도산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그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고 불가기공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삶의 의욕을 진작시키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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