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기도]
일체 부처님께 바친 나의 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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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현해 / 1998 년 6 월 [통권 제10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0,715회 / 댓글0건본문
라지현해
저에게는 5년이란 세월은 내 생을 다 살아버린 것과 같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목소리도 잠기고, 눈에 눈물샘이 말라 눈뜨기가 힘들고, 입관절 때문에 입을 벌릴 수가 없어 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관절은 굳어져 가고,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의 반쪽으로 말라가고,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하고, 합병증으로 위장․신장․심장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과 은혜를 주신 분의 주선으로 서울에 있는 모대학병원의 전문의를 찾아뵙고 진료와 처방을 받았지만 약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합병증 때문에 몸에서 약이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약만 먹으면 온몸이 붓고 소변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 병원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온몸의 통증 때문에 저희 처사는 제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 밤마다 일과였고, 낮에는 산으로 들로 나가서 좋다는 풀뿌리, 약초를 캐서 달여 먹고 찍어 붙이는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이 무렵 사업 부도까지 겹쳐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사글세방에서 결국 이모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저는 공장 사무실을 방으로 사용하면서 2년 동안 김치 한 번 담궈 먹지 못하고 공장 마당에 있는 나물을 캐다가 된장에 주물럭거려 먹어야 했습니다. 쌀이 떨어져 4살박이 막내가 밥 달라고 할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하늘에 별을 보며 울고 낮에는 땅을 보며 울었습니다. 사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3번이나 유서를 썼습니다. 그때마다 처사의 간절한 사랑으로 유서는 허사가 되곤 했습니다.
저희 처사는 꼭 사업을 재기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생활을 했습니다. 저는 더 비울래야 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고도 고통만 안은 여러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밤낮 관세음보살님께 기원을 했습니다. 꼭 재기해서 그분들께 보답을 해드리겠다고 하루에 천 번도 더 다짐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 일념 때문에 지금까지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일과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즈음, 목욕탕을 운영하시는 보살님이 “기도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하시며 제 의향을 물어오셨습니다. 그 말씀에 귀가 솔깃해져서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제가 먹을 3일간의 음식을 가지고 따라나섰습니다. 보살님들과 같이 새벽 4시에 강진을 출발하여 8시 30분에 백련암에 도착했지요.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미리 와서 기도 준비를 하고 계신 백련암 보살님들이 저의 눈에는 선녀와 학처럼 보이면서 그 자체가 법이었습니다. 저의 가슴은 환희심으로 벅차올랐습니다. 와!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사실 목욕탕 보살님이 기도를 가자고 할 때만 해도 전라도 기도처럼 법당에 않아서 관세음보살만 염송하면 되는 줄 알고 따라나섰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아비라 기도를 한다고 하는 데다가 법복을 입지 않으면 기도를 할 수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왕 내친걸음인지라 외상으로 법복을 사 입고 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보살님 2~3분이 저의 몸 상태를 보더니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기도하다 부도를 내면 대중기도가 다 부도가 난다고 하시면서요. 그러자 저와 함께 오신 보살님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 보살이면 아픈 사람과 함께 기도를 해줘야 보살행이 아니냐”며 몹시 언짢게 말씀을 하셨어요. 혹 이러다가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 정말 기도를 못하고 집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 보살님들께 기도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무조건 애원을 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비라 기도가 너무 힘들어서 한 사람이라도 중간 탈락을 하면 다른 대중에게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기에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자비심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어렵사리 출입문 쪽으로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윽고 기도가 시작되었죠. 그동안 앉은뱅이처럼 생활을 해 오다가 대참회와 아비라를 위해 5년 만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행태가 사라진 제 다리는 그 자리에서 딱 부러진 것처럼 아팠습니다. 한 파트, 두 파트, 세 파트…, 온몸을 휘저으며 파고드는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눈물과 콧물, 마음속 깊이 얼어붙은 한까지 비 오듯 쏟아냈습니다. 법복을 다 적시고도 모자라 좌복까지 흥건하도록 젖어들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사지가 뒤틀리는 육신을 일체 부처님께 바치기 위해서 발음도 안 되는 목소리로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를 피를 토할 정도로 외치며 하루를 마쳤습니다.
이튿날 오후 3시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속 시원하게 많이 울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끝이 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기도 때마다 울고 있지만- 그리곤 3일째 아침에 5년 만에 달려서 화장실을 가는데 마치 몸이 하늘을 나는 것 같았죠. 너무나 신기하고 신기해서 일체 부처님께 그리고 큰스님께 감사 감사 또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힘으로 상상하기조차 싫은 그 아픔을 이겨낼 수가 있었습니다. 부처님과 큰스님의 원력이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는 기도였습니다. 아울러 관음전 입승 보살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회장 보살님, 죽비 보살님, 묘각심 보살님께서 번갈아 죽염을 주시면서 참고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보살님들과 함께 무사히 기도를 회향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자 생전에 큰스님을 친견하지 못한 것이 무척 속상했습니다. 당시 가진 돈이 없어 뭘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만 책방 보살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큰스님 법문 테이프와 5부작 비디오 테이프를 외상으로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다음 날부터 새벽 2시 45분에 일어나서 목욕을 하고 법복을 입고 3천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살 길은 이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서슴없이 바로 기도 입제를 했는데, 아픈 다리를 끌고 절을 하니 1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발을 끌고 절을 하니까 발에 온통 물집이 생겨서 벗겨졌지만 매일 새벽 2시 45분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3천배를 시작했습니다. 6일째 저녁, 시누이와 시누 남편이 찾아왔습니다. 은행에서 공장을 사 주도록 하시겠다며 준비를 하라고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때 “일체 부처님, 큰스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얼마나 울면서 부처님과 큰스님께 감사드렸는지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어머님과 같이 두 번이나 찾아가서 시누 남편에게 무릎을 꿇고 우리 공장을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눈 하나 꿈쩍 안 하신 분이셨거든요.
7일째 되는 날 새벽에는 11시간 30분 걸리는 삼천배를 6시간 만에 마쳤습니다. 오전 9시에 고모부님과 함께 은행으로 출발을 하면서 초등학생들이 신는 흰 실내화만 신던 제가 5년 만에 하이힐을 신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다짐을 하고 3천배 원을 세웠습니다.
일체 부처님과 큰스님의 가피를 받았으니 제 육신이 다하도록 대참과 능엄주와 아비라, 화두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또한 저에게 물질적인 도움과 정신적인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게 꼭 보답을 다 해 드릴 수 있을 때까지 3천배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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