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청 선어록]
불조역대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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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2 월 [통권 제82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986회 / 댓글0건본문
김호귀 |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편찬자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의 편찬자인 매옥염상(梅屋念常, 1282-?)은 중국 선종의 임제종 대혜파 제6세이다. 성은 황이고, 아버지는 문우文祐이며, 어머니는 양씨이다. 선사의 휘는 염상念常이고, 법호는 매옥梅屋이다. 12세에 출가하였고, 14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20세에 강서 및 절강의 대총림大叢林을 유행하였다. 지대 무신년(1308) 불지회기佛智晦機 화상을 참문하여 그 상당설법을 들은 인연(주1)으로 깨침을 얻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금생은 푸르고 깊은
바다로 들어가고,
태사는 강호의 명산을
두루 유람하네.
이로부터 양주성 밖으로
통하는 길은
엄격하여 일찍 문을 열어주지 않네.
琴生入滄海, 太史遊名山.
從此揚州城外路, 令嚴不許早開關.(주2)
법맥은 대혜종고大慧宗杲 - 졸암덕광拙庵德光 - 북간거간北磵擧簡 - 물초대관物初大觀 - 회기원희晦機元熙 - 매옥염상梅屋念常이다.
불조역대통재 (佛祖歷代通載). 보물 제737호
전등사서적 성격
『불조역대통재』는 전등사서傳燈史書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역대 중국의 왕조와 관련된 사건을 수록하고 있는 편년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역대 왕조를 비롯한 기타의 사건은 결국은 전등사서로서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불조佛祖는 부처와 조사를 의미한다. 불佛은 구체적으로 과거의 일곱 부처님을 가리키는데, 석가모니부처를 비롯하여 그 이전의 부처에 해당하는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 석가모니불의 일곱 부처를 가리키고, 조祖는 부처의 깨달음을 의미하는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전승함으로써 불법을 주지住持토록 하는 인물로서 마하가섭을 비롯한 보리달마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28대조사 및 중국의 역대조사를 가리킨다. 따라서 불교가 발생한 인도의 불교에 대하여 붓다의 개념을 과거까지 소급시켜서 불법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일환으로 석가모니 이전의 부처님을 비롯하여 그 이후에 전개되는 정법안장의 전승을 면면하게 전개해왔던 조사들의 계보에 대한 기록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서 중국의 역대왕조 및 그 주변사와 관련된 내용을 육십갑자의 순서에 맞추어 기록함으로써 유구한 역사에 대한 주인의 식과 뛰어난 문화와 사상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드러나 있다.
중국선종사에서 전등사서는 그 권위와 정통성을 멀리 인도에서까지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달마다라선경達摩多羅禪經』과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을 비롯한 소위 선경禪經에다 그 근거를 두고 몇 가지 법맥의 유형을 만들어갔다. 그 가운데 남종선의 전등계보로서는 하택신회의 노력에 힘입어 남종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북종의 전등계보를 발판 로 활용하여 그 위에 남종의 전등계보를 완성하였다. 그 계보는 『달마다라선경』(411) → 『부법장인연전』(472) → 『전법보기』의 비판으로 등장한 『보리달마남종정시비론菩提達摩南宗定是非論』(732) → 『좌계대사비左溪大師碑』(754) → 『능가사자기』의 비판으로 등장한 『역대법보기』(774) → 『조계대사전』(781) → 돈황본 『단경』(780-800) → 『보림전』(801)이다.(주3)
이후 『보림전』 10권(801년. 3권이 소실되어 7권 현존)을 계승하여 등장한 『조당집』 20권(952), 그리고 송대에는 『조당집』을 계승한 『경덕전등록』 30권(1004) 등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특수한 전등사서의 출현이 보편화되었다. 이와 같은 전등사서의 출현은 원나라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곧 『불조역대통재』이다.
『불조역대통재』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의 전등사서인 『불조통기佛祖統紀』(주4)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송 시대에 전등사서로 등장한 송경천宋景遷의 『종원록宗源錄』 및 종감宗鑑의 『석문정통釋門正統』은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지만, 사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비판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그것을 보충하여 출현한 것이 지반志磐의 『불조통기』였다. 『불조통기』는 사서를 모방하여 기전체 및 편년체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본기本紀 8권, 세가世家 2권, 열전列傳 12권, 표表 2권, 지志 30권 등 5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에 걸쳐 천태교학의 전통을 천명하여 천태종天台宗 편중의 찬술과 저술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불조통기』의 지志 가운데 역대의 불교사적을 편년체로 기술한 부분이 「법운통색지法運通塞志」인데 『불조역대통재』는 바로 그 형식을 모방하였다. 그러나 『불조통기』와는 달리 선종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이에 『불조통기』의 경우 기전체와 편년체의 형식이 함께 수용되었지만, 『불조역대통재』는 전체가 편년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선종을 중심으로 기획한 까닭에 중국의 역사 및 불교 · 유교 · 도교의 삼교와 관련된 사실을 제외한 불교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종의 전등사서의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불조역대통재』는 과거칠불을 비롯하여 인도의 28대 조사 및 중국의 6대조사 및 정통과 방계를 망라한 제조사, 그리고 원나라 말기 지정연간(1341 이후)을 거쳐 제14대 황제 순제順帝가 즉위한 정통 원년(1333)에 이르기까지로서, 혜문율사惠汶律師를 끝으로 선종의 조사를 중심으로 하면서 아울러 선종 이외의 율사와 천태종 밀종 화엄종 정토종 등의 조사들에 대해서도 수록하고 있다.(주5) 이로써 『불 조역대통재』는 선종 가운데 소위 남종을 중심으로 전등사서이면서, 나아가서 불교 전체에 대한 승려의 계보에 해당한다.
수록된 내용 가운데 과거칠불 및 인도의 28대에 이르는 선종의 조사에 대한 기록은 『보림전』, 『조당집』, 『경덕전등록』에 근원을 두었고, 후한 명제 때부터 오대五代 까지는 『융흥불교편년통론隆興佛敎編年通論』(주6)에서 발췌한 것이다. 송대와 명대의 승려들에 대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판본
현재 대장경에 수록되어 전승되고 있는 판본은 두 종류이다. 첫 째, 22권본인 『대정신수대장경본』 수록본은 원나라 가흥로嘉興路 대중상부선사大中祥符禪寺 주지住持 화정華亭의 매옥염상梅屋念常이 편찬하였다. 이것이 명나라 만력 4년(1576) 재간행되었는데, 『불조통재』 또는 『통재』라고도 한다. 절강성 가흥부 대중상사大中祥寺의 염상이 과거칠불로부터 원나라 원통元統 원년(1333)까지 역대의 제기帝紀에 따라서 불교의 사적事蹟과 고승의 전기를 편년체 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내전 및 외전에 걸쳐서 널리 인용하고 고사故事의 전거를 설명하였고, 이론異論을 바로잡기도 하였다. 지정至正 원년(1341)에 미소암 도인 우집虞集의 「서문」, 지정 4년(1344) 각안覺岸의 「서문」, 그리고 「범례」가 수록되어 있다.
둘째, 36권본인 『명판대장경』 「북장목록」 수록본의 경우는 「목록」 1권이 첨가되어 36권으로 이루어져 있다.(주7) 그러나 『법계성범수륙대제법전보참法界聖凡水陸大齋法輪寶懺』(주8)에 의하면 34권본으로 유통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조역대통재』는 이와 같이 여러 권 및 책으로 유통되어 전승되어 왔다.(주9)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판본으로는 ① 전남 담 양군 담양읍 남촌길 77(남산리) 용화사 소재 보물 737호 및 ②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9호 등 2종이 있다.
구성과 내용
『대정신수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22권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서문1」은 지정 원년(至正元年, 1341) 6월 11일에 미소암의 수행자[道人]이고 규장각 학사인 우집虞集이 붙인 서문이 있다. 이 「서문」에서 전반부의 경우에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기 시작하던 중국의 초기불교시대의 상황으로부터 원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경전의 최초 역경과정 및 역경가, 그리고 종파의 형성과 그 대략적인 개요 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의 경우에는 전등사서에 대하여 『불조역대통재』가 출현하게 된 연유로서 『불조통기』의 불합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주10)
「서문2」는 지정 4년(1344) 3월에 송강松江의 여산余山 소경사昭慶寺 주지인 비구 각안覺岸이 서문이 있다. 이 「서문」에서는 매옥상념 선사가 『불조역대통재』를 기술한 방식에 대하여 그 글이 해박하고 그 이치가 밝으며, 사건을 서술한 것이 매우 실증적으로 경전에 근거하고 정통[正宗]으로 전승된 것을 고증하였으며, 특별히 명분과 교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정 신사년(1341년)에 한림도원翰林道園 우집虞集이 그 서두에 서문을 써서 그 책을 더욱 빛내주었음도 아울러 피력하고 있다. 이어서 편찬자인 매옥상념의 전기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주11)
『불조역대통재』는 선종의 전등사서로서 과거칠불로부터 전승된 정법안장이 인도의 28대 조사로 전승되고, 중국의 6대조사를 거쳐 원대의 천목산 중봉명본 선사에 이르기까지의 선사 및 기타 원대의 혜문율사에 이르기까지 수록되어 있다. 『불조역대통재』가 출현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전 남송시대에 출현한 『불조통기』의 천태종 위주의 계보라는 점을 극복하려는 것이었지만, 『불조역대통재』 또한 선종 위주의 전등사서로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종의 전등사서로서 선종오가禪宗五家의 인물을 모두 다루고 있으면서 널리 화엄종과 천태종과 율종을 비롯한 불교 일반의 교학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이슈를 널리 다루고 있다. 따라서 선종의 전등사서이면서 순수한 전등록이라기보다는 선종의 전등계보傳燈系譜를 중심으로 하고, 불교의 주변사에 대한 기록 및 불교와 유교 및 도교와의 관계, 그리고 일반왕조와 관련된 중국의 사상과 역사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불조역대통재』는 원대에 세계국가를 꿈꾸었던 의식이 일부 번영되어 나타나 있다. 곧 원대의 황제 특히 세조 쿠빌라이에 대한 충의 및 파스파 국사(티베트인)에 대한 존숭의 의식이 드러나 있다. 곧 제1권의 경우에 과거칠불의 전법게송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가 『창소지론』의 일부 내용을 고스란히 싣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등사서가 그처럼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를 중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즉시대적인 불법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주)
(주1) 태원부 상좌가 좌선을 하다가 오경五更의 시각을 알리는 소리에 깨침을 터득한 기연을 가리킨다. 『禪門寶藏錄』 卷中(『卍續藏』 64, p.810下).
(주2) 『五燈會元續略』 卷第二下(『卍續藏』 80, p.487上中).
(주3) 김호귀, 「선종의 법맥의식과 전등사서의 형성」, 『佛敎學報』 제68집, 2014.8.
(주4) 『佛祖統紀』 54卷(『대정신수대장경』 49, pp.129上-475下). 이하 『대정장』으로 약칭.
(주5) 『佛祖歷代通載』 「目次」 (『대정장』 49, pp.478中-483上).
(주6) 『隆興佛敎編年通論』은 후한 명제시대 불교전래부터 시작하여 오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사적事蹟을 편년체로 기술한 것이다. 융흥은 남송 효종孝宗의 즉위 연호이다. 28권 및 말미에 태종太宗 · 진종眞宗 · 인종仁宗 · 휘종徽宗의 서문을 붙여 총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7) 『閱藏知津』 卷43(『가흥대장경』 32, p.174下), “佛祖歷代通載(三十六卷) (前有翰林虞集序比丘覺岸序) 畝我藝黍 元大中祥符寺 華亭念常 集. 目錄一卷,七佛偈, 及彰所知論, 一卷, 從第二卷至二十二卷, 載盤古乃至元朝至正年間一切三敎事蹟, 今分爲三十四卷.”
(주8) 『法界聖凡水陸大齋法輪寶懺』(『卍속장경』 74, p.1062中), “一心奉請佛祖歷代通載(拜觀同上) 元大中祥符寺華亭念常集 目錄一卷 七佛偈及彰所知論一卷 從第二卷至二十二卷 載盤古乃至元朝 至正年間 一切三敎事蹟 今分爲三十四卷.” CBETA에 의거함.
(주9) 현재 대장경 수록본으로는 『명판대장경』 200, 1-7권(『속장경』 二, 乙五, 2-4 수록본 및 『축쇄장경』 致10) ; 『대정장』 49 등 2종이 있다. 우리나라의 보물 737호 『불조역대통재』는 『대정장』 49 수록본과 구성 및 체재가 동일하다.
(주10) 『佛祖歷代通載』, 「虞集 序」(『대정장』 49, pp.477上-477中).
(주11) 『佛祖歷代通載』, 「覺岸 序」(『대정장』 49, pp.477中-478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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