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는 지금]
미국 불교출판의 과거와 현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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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4 년 8 월 [통권 제136호] / / 작성일24-08-05 10:19 / 조회1,261회 / 댓글0건본문
세계불교는 지금 19 | 미국 ⑲
미국 불교인들에게 ‘샴발라’라는 말은 많이 알려진 이름이다. ‘샴발라 센터’라는 미국에서 가장 큰 불교단체가 있고, ‘샴발라출판사’라는 상업 출판사가 있다. 이 두 기관은 별도의 단체이지만 설립자들은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샴발라센터는 티베트 출신의 초감 트풍파 린포체가 설립하였고, 샴발라출판사는 유대인인 샘 버콜즈와 그의 친구가 함께 세운 출판사이다.
불교출판의 대명사 샴발라출판사 경영의 윈칙
샴발라출판사는 명실공히 서양 최대의 불교 출판사이다. 현재 신간 80권, 재판 20권 합해서 매년 100권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직원도 50여 명이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불교 출판사는 일본에 있다고 2002년 당시 사장이던 샘 버콜즈가 필자에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샴발라출판사를 불교 전문 출판사라고 하지만 샴발라는 불교 책 외에도, 도교, 유교 등 동양의 여러 종교와 철학, 서예, 무술, 풍수, 디자인 등 다방면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샴발라출판사 홈페이지를 보면 이 출판사가 어떤 이념하에 출판에 임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 문구를 소개한다.
“깨어있는 사회는 진실되고 선량하며, 정직하고 순수해야 한다
(Enlightened society has to be real and good, honest and genuine).”
Chögam Trungpa Rinpoche
현재 샴발라는 창업자 샘 버콜즈가 은퇴하고 그의 딸 사라와 아들 이반이 참여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영업하고 있다. 부사장인 사라 버콜즈Sara Bercholz는 샴발라 출판사가 최초로 출간했던 책 Meditation in Action의 저자이자 영적 스승이었던 초감 트룽파 린포체Chögam
Trungpa Rinpoche의 이 말을 출판사의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Enlightened society는 모두가 깨어있는 사회, 즉 전설의 나라 샴발라Shambhala를 의미한다.
샴발라출판사는 돈이나 흥행보다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고, 그들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양질의 불교 관련 도서를 출판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사라 버콜즈는 말한다. 샴발라출판사는 글을 통해 샴발라를 찾기보단 바로 지금 여기에 샴발라를 구현하고 있는 듯 했다.(『미주현대불교』 2018년 1월호, 홍성미 글에서 옮김).
샴발라는 미국 청년들의 반문화운동이 한창이던 1969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탄생하였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에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 뒤쪽에 장롱 하나 정도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을 빌린 샘 버콜즈와 마이클 페이건Michael Fagan은 1968년 불교·정신 서적 전문서점을 열었다. 비좁고 소박했지만 자신들만의 꿈의 공간을 마련한 두 젊은이는 입구에 ‘이제 당신은 샴발라 왕국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검은 현수막을 걸었다.
이렇게 서점에서 출발하여 좋은 호응을 얻자 1969년 샴발라출판사를 설립하였다. 처음 출판한 책은 티베트 불교 트룽파 린포체의 『행동의 명상(Meditation in Action)』이었다. 책이 출판된 직후 영국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던 트룽파는 미국으로 왔고, 이들은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엔젤레스 공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동갑이었던 두 사람은 처음에는 그저 불교를 가르쳐주는 좋은 친구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버콜즈 회장은 트룽파를 삶의 스승으로 대하게 되었다. 샘 버콜즈는 트룽파가 죽은 1987년까지 그를 매우 존경하였다. 그의 영성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였다. 트룽파 사후에는 부탄 출신으로 업스테이트 뉴욕 델하이라는 소도시에 비영리가 아닌 사찰을 세우고 밀교를 가르쳤던 틴리 노르부 린포체를 스승으로 모셨지만 그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버콜즈도 샴발라출판사를 떠난 지 한참 되었다.
샴발라출판사가 설립 이후 순풍에 돛단 듯이 성공적으로 운영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회사 설립 당시의 미국의 시대적 분위기이다. 설립 당시와 그 이후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미국에 동양 바람, 특히 불교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분 시기이다. 거의 태풍 수준이었다. 그 바람을 타고 샴발라에서 발행된 책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지금은 각 도시에 서점들이 거의 없지만 미국 대도시의 큰 서점에는 샴발라출판사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두 번째는 이 회사 운영진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버콜즈 사장은 사업수완도 좋고, 감각도 뛰어나고, 티베트 불교에 매료된 신심 깊고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다.
샴발라출판사에는 출판 원칙이 있다. 이 원칙도 성공적인 사업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칙은 매우 철저한데, 샴발라출판사 사장단이 잘 아는 매우 제한적인 샴발라센터의 지도법사급과 미국에서 한 번 이상 출판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출판해 준다. 예외적으로 달라이 라마 같은 아주 뛰어난 사람은 미국에서 출판된 저서가 없더라도 출판해 준다. 또 출판사에서 판단하여 필요하면 원고를 부탁하기도 한다. 출판해 주는 조건으로 아무리 많은 돈을 기증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샴발라에서 출판하려면 책 내용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에서 출판 경험이 없는 사람의 원고는 아예 검토하지 않는다. 이것은 샴발라출판사의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샴발라출판사는 또 책 표지 디자인이 뛰어나고, 책 사이즈를 변경시켜 출판하는데 그때마다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샴발라출판사는 출판된 책들의 홍보도 많이 한다. 아마도 전 세계 불교 출판사 중에서는 홍보를 가장 열심히 하는 출판사이다. 미국 내 다른 불교 관련 출판사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홍보를 많이 한다. 언론에 광고도 많이 하지만, 책 구입자들의 이메일을 통해 매우 열성적으로 광고를 한다.
샴발라에서 출판한 책들
샴발라가 불교책을 많이 출판하지만 정작 가장 많이 팔려서 샴발라에게 큰 이익을 남겨준 책은 사찰에서 만드는 빵에 대한 책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깊은 산속에 스즈키 순류가 세운 ‘타사하라 선원’이 있다. 여기서 여름 동안 머문 고객들에게 귀가 선물로 유기농 빵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여파를 타고 개업한 타사하라 베이커리의 제빵서인 The Tassajara Bread Book은 1970년대 초 출간되었는데, 제빵계의 경전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지금까지 인기몰이를 하여 5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20년 전에 이미 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했다. 이어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Kapra의 물리학과 도를 접목시킨 『물리학의 도The Tao of Physics』 등 1977년부터 토마스 클리어리의 눈부신 고전 번역서가 잇따라 출간되면서 『벽암록』, 『화엄경』, 『손자병법』 등이 출시되어 호평을 받았다.
또 샴발라는 정신과 과학을 접목시킨 시리즈를 발행하기도 하였는데, 이 시리즈에는 초인격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대가로 평가받는 켄 윌버Ken Wilber를 비롯하여 많은 저자가 참여하였다. 켄 윌버는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신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한때는 미국종교학회에서 또 한국에서도 그에 관한 세미나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켄 윌버는 대인기피증 같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극히 꺼렸다. 나는 버콜즈 때문에 켄 윌버를 맨하탄 한인타운 한국 음식점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1990년 무렵부터 샴발라는 권위 있는 입문서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전통 중국의학 입문The Shambhala Guide to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비롯하여 요가, 수피즘,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티베트 불교, 동양무술, 불교성지 소개 등 다양한 책을 발행하였다.
샴발라에서 출판한 한국불교 관련 책들
한국불교에 관한 책도 많지는 않지만 몇 권이 있다. 『한국에서 온 부처: 태고의 가르침A Buddha from Korea- The Zen teachings of TʼAEGO』라는 태고보우 스님에 관한 책을 비롯하여 현각스님이 번역한 숭산스님의 책 『선의 나침반The Compass of Zen』, 『오직 모를 뿐Only Donʼt Know』, 『세계일화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 등과 『부처를 쏴라Wanting Enlightenment is a Big Mistake』 등이 있다. 『선의 나침판THE Compass of Zen』은 지금은 미국에서 명상의 대명사 격인 ‘존 카바진’이 서문을 썼다.
역시 현각스님이 번역한 것으로 법정스님이 서산대사의 한문책을 한글로 풀어 쓴 『선가귀감The Mirror of Zen』이 있다. 그리고 숭산스님의 제자이며 맨하탄 조계선원 지도법사인 리차드 소르브Richard Shrobe가 쓴 『한국 선의 정신The Spirit of Korean Zen』도 샴발라에서 출판되었다. 이것을 보면 지금까지는 숭산스님 관련 책들이 가장 많다. 이 책들은 샴발라에서 출판되기 전에 프로비덴스 홍법원에서 자체 출판되어 수년간 발행되다가 샴발라에서 출판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97년 샴발라출판사는 성인 부문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Literary Marketplace Corporate Award’를 받았다. 선정위원회에서 예를 든 책들로는 캐루액의 『멕시코시티 블루스Mexico City Blues』 해리슨의 After Ikkyu and Other Poems 웡의 『도교 입문The Shambhala Guide to Taoism』 등이 있다.
일생 동안 불법을 배우고 수행해 온 버콜즈 회장에게 샴발라출판사는 법을 실현하는 곳으로 보였다. 이 세상에 살면서 동시에 법이 가르치는 대로 살라는 트룽파 린포체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곳이 샴발라이다. 그래서 샴발라출판사에서는 직원이든, 거래처 사람이든, 작가이든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 다르마의 원리를 늘 적용한다. 누구도 속이지 않고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추세는 출판업에도 많은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로 된 책보다는 앱을 통해 디지털화된 전자책을 보거나 구입한다. 샴발라출판사 역시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라Sara 부사장은 종이로 된 책도 계속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샴발라출판사에서 출판하는 모든 책들은 재생 종이를 사용한다.
2012년 샴발라는 Snow Lion을 인수하여 삼발라출판사 안에는 Shambhala, Snow Lion, Roost Book, Prajna Studios라는 4개의 브랜드가 있다. 이 네 개의 자회사는 이름은 별도로 사용하지만 모두 샴발라출판사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가족들이다. 여기에 2016년 샴발라출판사는 Rodmell Press를 추가로 인수 합병했다. Rodmell Press는 요가, 불교, 도교에 관한 책들을 주로 출판했던 28년된 출판사였다. 삼발라는 1969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시작하여 1976년 콜로라도 볼더로 이전하였고, 10년 후인 1986년에는 다시 보스톤으로 이전하여 30년 머물렀다. 그러다가 2015년 9월 볼더로 다시 이전하였다.
우리 가족과 샴발라출판사의 인연
우리 가족과 샴발라출판사를 이끌었던 샘 버콜즈는 아주 오래된 인연이 있다. 1996년 내가 발행하는 잡지에 나의 배우자가 기자로 인터뷰하면서부터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후에 나는 당시 미국불교계의 최대 마당발이었고 정보통이었던 샘 버콜즈로부터 미국 불교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미국불교 주류사회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버콜즈의 소개로 만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스승인 초감 트룽파 린포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고, 샴발라센터의 핵심 멤버들을 소개받았다.
버콜즈의 도움으로 미국 불교계에 대한 정확한 소식을 『미주현대불교』를 통해 보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버콜즈의 호의로 샴발라에서 발행된 미국불교사에 관한 책인 『백조가 호수에 온 이야기How The swans came to the lake』를 1997년부터 번역하여 『이야기 미국불교사』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출판하여 한국에 미국불교사를 알리게 되었다. 이 외에도 그의 추천으로 『샴발라 성스런 전사의 길ShambhalaThe Sacred path of the warrior』이라는 초감 트룽파 린포체의 저서를 『미주현대불교』에 번역하고 후에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미주현대불교』의 창간 7주년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하면서 한국 불교계에 처음 얼굴을 알린 버콜즈는 그 이후 2002년에는 우리 부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미주현대불교』 300호 뉴욕행사에 와서 축사도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필자 부부의 결혼식에 와서 축사를 하였으며, 우리 부부는 버콜즈의 주선으로 부탄 유엔대사의 추천을 받아 부탄 종교성 초청으로 부탄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버콜즈 집에서 성대하게 열린 50살 생일 행사에도 초청받아 갔으며, 그가 뉴욕을 올 때마다 우리 부부에게 연락해서 맨하탄 한국 식당에도 자주 갔고, 그가 누추한 우리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와 버콜즈 부부가 보스톤에서 자주 만나던 시절, 그의 아들과 딸은 초등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샴발라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우리 가족과 샴발라출판사와는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필요하다면 샴발라출판사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샴발라출판사를 통해 한국 불교계의 영어책 출판에 가교 역할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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