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
네 가지 생활 수단[四依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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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스님 / 2022 년 8 월 [통권 제112호] / / 작성일22-08-05 09:25 / 조회3,690회 / 댓글0건본문
사의법四依法(Cattāro nissayā, Sk. Catvāro niśrayāḥ)이란 출가자가 의지해야 할 네 가지 생활 수단을 말한다. 이것을 ‘네 가지 자량資糧(resources)’이라고도 한다. 첫째는 걸식乞食이고, 둘째는 분소의糞掃衣이고, 셋째는 수하좌樹下坐이고, 넷째는 진기약陳棄藥이다. 사의법의 순서는 문헌에 따라 다르게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는 『빨리율Vinaya Piṭaka』에 나열된 순서에 따랐다.
빨리 문헌에 따르면, 출가자는 네 가지 생활 수단에 의지해서 살아야 한다. 즉 음식飮食은 걸식乞食piṇḍiyālobhojana에 의존하고, 의복은 분소의paṃsukūlacīvara에 의존하고, 거처는 수하좌rukkhamūlasenāsana에 의존하고, 약품은 진기약pūtimuttabhesajja에 의존한다.(Vin.Ⅰ.58; Ⅱ.274, 278; DN.Ⅲ.137, 141; AN.Ⅰ.117; Ⅲ.271; Sn.753, 877 등이다) 진기약은 소의 오줌을 발효시킨 약이다. 부란약腐爛藥이라고도 한다.
사의법의 제정 배경
사의법은 비구·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붓다 시대에 출가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수행하던 유행자遊行者(paribbājaka)들도 모두 사의법에 따라 생활했다. 당시는 출가자라면 누구나 사의법에 의지해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사의법을 ‘출가자의 네 가지 생활 수단(cattāro pabbajjānissayā)’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빨리율』에 의하면 사의법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제정되었다.
한때 마가다국의 라자가하(Rājagaha, 王舍城)에서 붓다와 승려들에게 훌륭한 음식이 베풀어졌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불교 승가에 출가하면 좋은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출가했을 때, 지속적인 음식 공양이 중단되었다. 부득이 걸식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비구들이 그에게 걸식하러 가자고 말하자, 그는 자기는 걸식하기 위해 출가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만일 당신들이 먹을 것을 나에게 가져다 주지 않으면 환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배불리 먹기 위해 출가한 것이었다. 결국 이 사실이 붓다에게 알려졌다. 붓다는 그를 불러 크게 꾸짖고, 이후 구족계를 줄 때는 ‘네 가지 생활 수단[四依法]’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도록 제도화시켰다.(Vin.Ⅰ.56-57) 『빨리율』에는 다음과 같이 설해져 있다.
첫째, “출가는 걸식을 생활 수단으로 삼는다. 그것에 대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별도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는 승차식僧次食(saṅghabbatta), 별청식別請食(uddesabhatta), 청식請食(nimantana), 행주식行籌食(salākabhatta), 십오일식十五日食(pakkhika), 포살식布薩食(uposathika), 월초일식月初日食(pāṭipadika)이 있다.”(Vin.Ⅰ.58) 여기서 ‘별도로 얻을 수 있는 것’이란 걸식 외에 허용되는 것을 말한다.
승차식은 재가 신자가 특정한 승려를 지정하지 않고, 승가에서 정한 차례에 따라 베푸는 음식이고, 별청식은 재가 신자가 특정한 승려를 지정하여 베푸는 음식이다. 청식은 재가 신자의 초청으로 재가 신자의 집에 가서 먹는 음식이다. 행주식은 재가 신자의 집에 몇 명의 승려를 초대하면, 그 초대에 참석할 수 있는 승려를 산가지[行籌]로 뽑아서 결정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십오일식은 한 달에 두 번 월초일식과 포살일을 제외한 어느 날에 베푸는 음식이고, 포살식은 포살일에 재가 신자가 베푸는 음식이다. 포살일에 재가 신자는 단식하지만, 승려는 바라제목차를 외우며 참회하는 의례를 실시한다. 월초일식은 초하루에 재가 신자가 베푸는 음식을 말한다.
둘째, “출가는 분소의를 생활 수단으로 삼는다. 그것에 대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별도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는 아마의亞麻衣(khoma), 면의綿衣(kappāsika), 야잠의野蠶衣(koseyya, 비단), 갈의褐衣(kambala, 털옷), 마의麻衣(sāṇa, 삼베), 저의紵衣(bhaṅga, 모시)가 있다.”(Vin.Ⅰ.58)
셋째, “출가는 수하좌를 생활 수단으로 삼는다. 그것에 대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별도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는 정사精舍(vihāra), 평부옥平覆屋(aḍḍhayoga), 누각樓閣(pāsāda), 누방樓房(hammiya), 굴원窟院(guhā)이 있다.”(Vin.Ⅰ.58) 누방은 누옥樓屋이라고도 하는데, 가장 높은 층에서 전망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건물을 말한다.
넷째, “출가는 진기약을 생활 수단으로 삼는다. 그것에 대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별도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는 숙소熟酥(sappi, 버터기름), 생소生酥( navanīta, 버터), 유油(tela, 기름), 밀蜜(madhu, 꿀), 당糖(phāṇita)이 있다.”(Vin.Ⅰ.58) 당시 다섯 가지 음식, 즉 숙소, 생소, 유, 밀, 당은 이레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약품으로 인식되었다.
사의법에 대한 서약
한편 『사분율四分律』 제35권에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은 사의법을 설한다. 비구가 이에 의지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법比丘法을 성취한다.”(T22, p.815c)
“비구들이여, 분소의糞掃衣에 의지해야 한다. 이에 의지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법을 성취한다. 이것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는가? 답: 지키겠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이익[長利]을 얻고자 한다면, 단월檀越(재가 신자)이 보시한 옷[檀越施衣], 잘라 괴색으로 만든 옷[割壞衣]을 받을 수 있다.”(T22, p.815c)
“비구는 걸식에 의지한다. 비구가 이에 의지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법을 성취한다. 이것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는가? 답: 지키겠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승차식僧差食, 단월송식檀越送食, 월팔일식月八日食, 십오일식十五日食, 월초일식月初日食이다. 승려는 상식常食인 걸식과 단월의 청식請食을 받을 수 있다.”(T22, p.815c)
“수하에 앉아야 한다. 비구가 이에 의지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법을 성취한다. 이것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는가? 답: 지키겠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별방別房·첨두옥尖頭屋·소방小房·석실石室·양방兩房·일호一戶이다.”(T22, p.815c)
“부란약腐爛藥에 의지해야 한다. 비구가 이에 의지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법을 성취한다. 이것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는가? 답: 지키겠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소酥·유油·생소生酥·밀蜜·석밀石蜜이다.”(T22, p.816a)
『빨리율』에 나타난 사의법은 걸식, 분소의, 수하좌, 진기약의 순으로 되어 있지만, 『사분율』에서는 분소의, 걸식, 수하좌, 부란약의 순으로 되어 있다. 『빨리율』과 『사분율』에 나타난 수하좌와 진기약(부란약)의 예외 사항은 거의 비슷하다.
이처럼 사의법은 비구·비구니가 구족계를 받을 때 이것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네 가지 생활 수단[사의법]은 출가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막론하고 출가자로서 사의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의법은 출가자가 유행遊行 생활하던 시대에 형성된 전통이다. 오늘날에는 정주定住 생활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사의법은 형식적 의례로 전락해 버렸다. 이미 붓다 재세시在世時에 ‘네 가지 생활 수단’ 외에 수많은 예외 조항이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가자는 사의법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승가에 올리는 사사공양
사의법에 대한 붓다의 태도에 반기를 든 자가 바로 데와닷따(Devadatta, 提婆達多)이다. 그는 붓다에게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즉 ①비구들은 평생토록 산림에서 거주해야 하며 마을[村邑]에 거주하면 죄가 된다. ②비구들은 평생토록 걸식해야 하며 청식請食을 받으면 죄가 된다. ③비구들은 평생토록 분소의糞掃衣를 입어야 하며 거사의居士衣(재가 신자가 보시한 옷)를 입으면 죄가 된다. ④비구들은 평생토록 나무 아래에서 거주해야 하며 집 안에서 거주하면 죄가 된다. ⑤비구들은 평생토록 물고기와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며 먹으면 죄가 된다.(Vin.Ⅱ.197)
데와닷따의 제안은 사의법에 육식 금지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붓다는 데와닷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데와닷따는 500명의 비구를 데리고 승단을 떠났다. 데와닷따의 교단은 그 이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붓다는 데와닷따와 같은 극단적인 고행을 거부했다. 붓다는 극단적인 고행과 극단적인 쾌락을 떠난 중도의 삶을 지향했다. 만약 붓다가 끝까지 사의법을 고집했다면 불교는 세계종교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붓다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엿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사의법은 출가자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 수단이다. 따라서 사사공양四事供養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한때 빠세나디(Pasenadi, 波斯匿王) 왕은 궁전 문밖에 대강당을 지어 석 달 동안 붓다와 승려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의복[衣被]·음식飯食·침구와 좌구[臥具]·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을 베풀었다.(T2, p.609a) 빠세나디 왕이 붓다와 비구들에게 베풀었던 의복·음식·와구·의약 등을 ‘사사공양’이라고 한다. 이 네 가지 공양물은 출가자의 수행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다. 출가자가 재가자로부터 이 네 가지 공양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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