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
페이지 정보
박성희 / 2024 년 12 월 [통권 제140호] / / 작성일24-12-05 11:03 / 조회477회 / 댓글0건본문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을 2년여 동안 연재하면서 불가의 식생활 문화가 얼마나 지혜롭고 이로운 삶인지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리법만을 쫓아서 비법이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한 이 시대에 사찰음식은 그 안에 담겨 있는 삶의 지혜가 우리 삶에 이로운 지표가 됨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재가자의 입장에서 사찰음식을 제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불가의 내림음식이자 수행음식인 사찰음식을 산문 밖에서 바라보는 시점은 아무래도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속에서 몸소 경험해 보지 못한 식문화를 간접 경험만으로 풀어내기란 부족함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인연이 있는 스님들께서 정성껏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승가에서 전하는 사찰음식이 있고, 재가자로서 전하는 사찰음식이 있을 수 있으니 불자로서 불교의 식문화를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찰음식의 스승이신 선재스님을 비롯하여 주변의 여러 스님들께 배운 신심을 담은 사찰음식을 전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 온 가운데 국가무형유산 제38호 궁중음식기능보유자이신 한복려 스승님의 관심과 사랑이 제가 사찰음식을 보다 활발하게 연구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
지난 11월 1일 저는 궁중음식연구재단이 지정하는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고 1일과 2일 이틀 동안 전시를 하였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고경』에서도 축하의 메시지를 책에 실어 주셨고, 불교계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한식예술장인으로 선정되기에는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복려 원장님께서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최초로 사찰음식을 장인제도에 포함시켜서 한식예술장인 제28호로 선정해 주셨습니다.
한식예술장인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인증식 소감으로 모두 다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는데 월간 『고경』을 통해 아쉬움을 대신하며 인사를 드립니다. 우선 사찰음식 분야를 궁중음식재단 한식예술장인에 올려 주신 국가무형유산 제38호 한복려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숨은 보석이 있다면 발굴해서 세상에 나와 반짝일 수 있게 하고, 제자들이 보다 다양한 무대에서 한국전통음식문화를 이끌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인제도를 만들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계십니다.
사진 4. 성철스님의 밥상. 사과 반 조각, 삶은 콩, 솔잎으로 구성된 수행자의 밥상.
사진 5. 봄철의 사찰음식 엄나무순물김치.
사진 6. 여름철 사찰음식 호박잎전과 호박꽃전.
음식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사찰음식이 한국전통음식의 틀 안에 포함되기까지는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고 계신 스님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사찰음식을 궁중음식연구재단의 한식예술장인의 한 장르로 지정해 주신 것은 한복려 원장님의 불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찰음식문화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의미가 담긴 사찰음식 찬품장 제도를 처음으로 만들어 주신 한복려 원장님의 원력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찰음식과 궁중음식
궁중음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신 한복려 원장님은 불교와 많은 인연이 있는 분이십니다. 스승이시자 어머니였던 고 황혜성 선생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 많은 절을 다니셨고, 지금도 아침마다 향을 사르며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분이십니다. 불가에서는 시절인연을 알고 인연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시절인연이 되어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고, 저는 스승님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인이시고 워낙에 유명한 분이시기에 제자들에게 스승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존재임이 틀림없지만 그 누구보다 어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스승님이 참 따뜻한 분이시라는 생각과 함께 어렵다기보다는 끌림이 있는 편안한 분이셨습니다. 그렇지만 나만의 스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스승이기에 개인적으로 모든 걸 다 편하게만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한복려 원장님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전해 주신 선생님 앞에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승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나만의 스승이 아닌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 생각하여 소홀했던 일들만 떠오르고 일생을 바쳐 궁중음식을 연구하고 전하는 일에만 몰두하신 한복려 원장님을 위해서라도 효도는 미루지 말아야 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되찾은 스승님과 건강한 모습으로 인증식에 참석해 주신 저의 어머니가 함께 앉아 계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또 벅차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자리를 빛내 주시고자 함께해 주신 스님들과 가족들이 계셔서 든든하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한복려 원장님과도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선재스님이 저의 스승임을 아시고 무척 반가워하셨고, 어머니 황혜성 선생님과 사찰의 인연도 이야기해 주시면서 학문적으로 더 깊이 있게 사찰음식을 연구해 볼 것을 당부해 오셨습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공부하면서 정조대왕과 그의 어머니이신 혜경궁 홍씨가 수원 용주사와 지중한 인연이 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용주사 대웅전에 소장되어 있는 감로도를 보시며 중단의 상차림을 연구해 볼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사찰에서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식문화 속에 궁중음식이 있고, 궁중음식 속에 사찰음식이 있음을 잘 알고 계셨던 스승님은 제가 가는 길을 조금씩 조금씩 다져주셨으며 단단히 나아가길 바라셨습니다.
스승님의 뜻을 알고 저는 불가의 일상식인 사찰음식과 불가의 의례음식인 불교음식을 구분하여 연구하게 되었고 궁중의 일상식과 의례식을 비교해 가며 불가의 내림음식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더불어 사찰음식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생길 때마다 국내외를 오가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교의례음식을 연구하며 궁중의 의례음식과 비교하며 사찰에서 만들어졌던 다양한 음식들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가장 왕성하게 발달한 불교문화 속에서 사찰음식을 찾아내고 근거를 수집하여 불교의 내림음식을 고증하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고 ‘감로도, 불교음식을 그리다’를 주제로 봉녕사에서 기획전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저의 노력을 기특하게 여기신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님께서는 한식예술장인으로 사찰음식 찬품장을 처음으로 지정하셨으니 그 뜻에 어긋남이 없이 열심히 정진하고자 다짐합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주변의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나를 둘러싼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함을 깨닫습니다. 재가자로서 사찰음식을 전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서 저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코너는 저의 사찰음식 이야기와 전시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불세출의 딴뜨라 요기 밀라레빠 수행 이야기
안나뿌르나 써키트(Annapurna Circuit)는 안나 산군山群을 크게 한 바퀴 도는 트레킹 루트이다. 토롱라Thorong La(5,416m)라는 아주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고 또한 힌두교의 8…
김규현 /
-
말로 하고자 하나, 이미 말을 잊었네
파계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면 대비암과 성전암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갈림길에서 조금 가면 대비암이 나오고 성전암까지는 1km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다녔는데 오늘 가보니 예상외로 경사가…
서종택 /
-
기도하는 이의 마음가짐
❶ 여러 가지 기도를 하는데 괜찮은지요? 질문 스님, 안녕하세요. 집에서 기도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과 순서를 알고 싶습니다. 『천수경』을 읽고 108배, 법신진언, 정근 후 발…
일행스님 /
-
인과의 도리가 분명하니 계율로써 스승을 삼으라
만사가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어, 무슨 결과든지 그 원인에 정비례한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우주의 원칙이다.콩 심은 데 팥 나는 법 없고, 팥 심은 데 …
성철스님 /
-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을 2년여 동안 연재하면서 불가의 식생활 문화가 얼마나 지혜롭고 이로운 삶인지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리법만을 쫓아서 비법이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한 이 시대에 사찰…
박성희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