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저편 티베트 불교]
인도 데라둔 민될링 닝마빠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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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 2025 년 7 월 [통권 제147호] / / 작성일25-07-05 12:32 / 조회1,065회 / 댓글0건본문
3년 전 『고경』 연재를 시작하면서 티베트 불교에 관련된 걸출한 인물과 사찰 그리고 종단을 고루고루 섞어 가려고 기획은 하였다. 그러나 이미 지나온 연재 목록을 살펴보니 더러 빠진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닝마빠의 사원’에 관한 글이었다. 티베트 불교 ‘4대 종단’에서 가장 오래되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찰인데도 말이다.
데라둔(Dehradun)으로 가는 길
그래서 마땅한 대상 사찰을 검색해 보니 인도와 네팔에서 가장 사격寺格이 큰 닝마빠 사찰이 바로 인도 서북부 데라둔(Dehradun)에 있었다. 바로 민될링(Min-dröl-ling, 敏珠林寺) 사원이었다. 이곳은 인도 우따라칸드주(Uttarakhand州)의 주도州都이지만, 인디아 마니아에게는 오히려 가르왈(Garhwal)(주1) 지방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아무튼 히마찰뿌라데시(H.P) 같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데라둔을 거점으로 동쪽으로는 인도문화의 젖줄인 강가(Ganga)의 발원지로 알려진 강고트리(Gangotri), 힌두교의 유명한 성지 리시께쉬(Rishikesh), 께다르나트(Kedarnath)와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심라(Shimla), 마날리(Manali), 다람살라, 라닥(Ladakh)에 접해 있기에 그 어느 곳으로 다시 순례길을 떠나도 좋은 이점이 있어서 후다닥 배낭을 둘러매고 네팔-인도 국경을 걸어 넘었다. 필자의 인도비자는 1년짜리라 아무 때나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라둔으로 가기 위해서는 델리 시내 까쉬미르 게이트 ISBT(Kashmere Gatr ISBT) 터미널로 가서 ‘레드라인’ 버스를 타면 되는데, 약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갈 길이 급한 나그네라면 간디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데라둔(DED)으로 바로 가도 되겠지만, 대저 ‘순례’란 투덜거리는 로컬버스와 자유롭게 걷는 맛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여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원들의 도시 데라둔
데라둔은 생각 이상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고원도시였다. 어원 자체가 ‘사원의 언덕’이란 뜻으로, 17세기 시크교(Sikh)에 의해 마을이 형성되었지만, 무굴제국을 거치며 영국 식민지 시대 이후 피서촌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티베트 점령 후에는 티베트 난민들이 밀려와 데라둔 근처에 둥지를 틀었기에 도시의 전체 분위기가 변하기는 했지만, 원도심은 그대로 힌두교적, 시크교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 민될링 사원은 데라둔 도심에서 남쪽으로 7km 되는 클레멘트(Clement) 마을에 있다. 나라를 잃고 고국산천을 떠나온 티베트 난민들에게는 불교사원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곳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러 무리의 승려들이 난민촌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사원을 세우게 되었다. 그들 중 1965년 닝마빠에 소속된 일단의 승려들이 짓는 사원이 두각을 나타냈다. 바로 그들이 떠나온 티베트 본토 위짱(U-Tsang)지방 자낭현에 위치하고 있는 닝마빠 6대 사원 중의 하나인 민될링 본산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들 망명 닝마빠 승려들과 그 후손들의 꿈이 응축된 사원은 무럭무럭 솟아올라 현재 인도에서 가장 큰 불교 기관 중 하나인 응아규 닝마 수도원(Ngagyur Nyingma College)을 품에 안은 거대한 사원으로 성장했다. 또한 2002년에는 ‘붓다의 강림’을 기념하는 세계 최대 58m 높이의 ‘평화의 탑(Peace Stupa)을 건립하여 데라둔 지역의 랜드마크 노릇을 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닝마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순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데라둔 민될링의 중흥조 코첸 린뽀체
이런 대 불사를 시작하여 성공적으로 회향한 것은 한 사람의 원력願力에 의해서였다. 1937년 동부 티베트에서 태어난, 캽제 코첸(Kyabje Khochhen) 린뽀체는 어린 나이에 8대 ‘민될링 켄첸(M.Khenchen)’에 의해 전대 고승의 ‘뚤꾸(환생자還生子)’로 인정받았다. 이후 당대 저명한 학장들로부터 닝마빠의 기본교육을 이수하다가 1959년 망명길에 올라 인도 데라둔에 뿌리를 내렸다. 그의 나이 22세 때였다. 그리고는 새로운 땅에 민될링 사원을 재건하자는 원력을 세우고 30여 년 만에 닝마빠대학과 고등불교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곳에서는 닝마빠의 전통대로 9년 과정의 커리큘럼을 개설하여 수많은 ‘게세(Geshe)’ 취득자를 배출하여 티베트 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국제포교에 눈을 돌려 2005년에는 대만 타이베이, 장화, 타이중, 가오슝에 여러 개의 민될링 다르마 센터를 설립하였고, 2007년에는 델리에 새로운 민될링 분교를 지으면서 교세를 넓혀 나가고 있고, 시킴에 덴종 민될링(Denjong M.) 사원과 닝마빠의 교조 구루 린뽀체의 연고지인 장독빨리(Zangdokpalri)에 거대한 사원을 세웠다.
티베트 민될링 본산의 수난
티베트 위짱(U-Tsang) 지방의 자낭현(Zhanang 縣)에 자리 잡고 있는 민될링 사원은 1676년 릭진 떼르다크 링빠(Rigzin Terdak Lingpa)에 의해 창건된 본산으로 닝마빠 ‘6대 사원’의 한 곳이다. 라싸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43km 떨어진 얄룽장뽀강 남쪽에 있는데, 필자도 티베트 유학 시절(1977년)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인도 데라둔에서 민될링 안내 현판을 보고 있노라니 감개무량해짐을 금할 수 없다.

이 사원은 약 300년 동안 티베트 전역의 닝마빠 학승과 딴트라 요기들을 훈련시킨 종합수도원이었다. 전통적으로 닝마빠의 13개의 경전들과 특히 테르닥 링파(Terdak Lingpa)의 혈통에서 비롯된 다양한 밀교 수행법을 가르쳤다.
이 사원은 한때 100개 이상의 부속 사원들을 거느렸던, 티베트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었던 대사원 중 하나였지만, 그러나 원래 이름 ‘완전한 해방의 장소(Place of Perfect Emancipatio)’가 뜻하는 것처럼 완전히 해방되지 못하고 후에 많은 수난을 겪게 된다.

그 첫 번째가 1718년 제5대 달라이 라마 섭정 쌍게 갸초(Sange Gyacho)(주2)가 퇴출당할 당시 준가르 몽골족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점령 당시 거의 폐사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당시 이 본산에는 약 300명의 승려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승려들이 인도로 망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아 있던 낭마빠 승려들에 의해 다시 원래 모습대로 복구가 되었지만, 다시 세 번째로 수난을 당하게 된다. 바로 1966년부터 10년간 일어난, 이른바 ‘문화혁명’에 의한 파괴와 약탈이었다. 그 후 과오를 인정한 중국 당국의 후원으로 이 웅장했던 닝마빠의 본산은 다시 본 모습을 찾아간다고 하지만 현재 모습을 전하는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8. 티베트 민될링 본산의 상징 가루다(Garuda) 황금소상.
사진 9. 티베트 민될링 본산에서 사미승들과 필자(1997년).
<각주>
(주1) 가르왈 왕국은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주 우따라칸드에 위치한 독립 히말라야 왕국으로 823년 판와르 왕조의 시조인 카낙 팔이 건국했다. 우따르카시 지구의 대부분으로 구성되었고 1949년 8월 인도 연방에 가입했다.
(주2) 『고경』 25년 3월호 「쟘양 갸초의 고향」 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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