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세계]
문수보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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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20 년 6 월 [통권 제86호] / / 작성일20-06-22 13:57 / 조회75,237회 / 댓글0건본문
유근자: 동국대 초빙교수, 미술사
문수 보살文殊菩薩은 범어로는 만주슈리Mañjuśrī라고 한다. 소리 나는 대로 문수사리文殊師利 또는 만주실리曼珠室利로 번역되었으며, 뜻으로는 묘길상妙吉祥 또는 묘덕보살妙德菩薩 등으로 의역되었다. 대승경전에서는 제불諸佛의 지혜인 반야를 상징하며 보살 가운데 상수上首 보살로 인식되었다(中村 元·九野 建 監修, 『佛敎美術事典』「文殊菩薩」).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 보살상
문수 보살은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그다지 형상화되지 않았다. 주로 팔라시대(8-12세기)에 단독으로 조성된 예가 몇 남아있다. 석가여래의 성도지인 보드가야에서 출토되어 현재 파트나박물관에 소장된 서 있는 문수 보살상이 대표적이다. 검은 빛이 나는 돌에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문수 보살상은 명상하듯이 두 눈은 반쯤 뜬 채로 아래를 보고 있으며 오른손은 모든 중생들의 바라는 바를 들어준다는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한 여원인與願印을 짓고 있다. 들어 올린 왼손으로는 수련을 들고 있는데 연꽃 위에는 문수 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경전이 얹혀 있다(사진 1). 문수 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지물持物로는 경전과 검劍이 채택되었다.
당나라 때 조성된 금동 문수 보살상(사진 2, 당 8-9세기,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왼손은 무릎 위에 놓고 오른손을 들어 지혜를 상징하는 경전을 들고 있다. 오른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왼 다리를 편안하게 놓은 유희좌遊戲坐는 보살상이 취하는 대표적인 좌법 가운데 하나이다. 문수 보살상의 표정이 근엄해진 것은 당나라 불상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경주 석굴암 감실에서도 경전을 들고 있는 문수보살상을 만날 수 있다(그림 3). 아마도 이 시기 8대보살 가운데 한 분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현재는 두 구는 없어지고 6구만 남아 있다. 향좌측을 향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으며 오른손으로 두루말이 형태의 경권經卷을 들고 있다.
석가여래의 협시 문수 보살상
문수 보살은 보현 보살과 함께 석가여래와 비로자나불의 협시로 자리 잡았다. 7세기 중엽 중인도 출신의 학승 아지구다가 번역한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에는 사자를 탄 문수 보살상과 흰 코끼리를 탄 보현 보살에 관한 언급이 있다.
“석가여래의 왼쪽 아래에는 몸은 모두 백색이고 정수리 뒤에는 광명이 있으며 칠보 영락으로 된 보관을 쓰고 천의天衣를 입고 온갖 장엄을 하고 사자獅子를 타고 있는 문수사리 보살을 그려라. 오른쪽에는 앞에서와 같이 장엄하되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 보살을 그려라.”( 『다라니집경』권제1).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사자를 탄 문수 보살상과 코끼리를 탄 보현 보살상은 순천 송광사에 전해오는 보조 스님의 원불로 알려진 불감佛龕에서 볼 수 있다(사진 4). 나무로 만든 이 불감은 접으면 원통형이 되어 소지하고 다니기 편한 형태로 되어 있다. 당나라 때 중국에서 조성되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좌협시(향우측) 문수 보살상, 우협시(향좌측) 보현 보살상의 배치와 달리 반대로 표현되어 있다. 향우측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 보살상이, 향좌측에는 사자를 탄 문수 보살상이 중앙의 석가여래를 향해 앉아 있다.
사자를 탄 문수 보살상
문수 보살상이 사자의 등 위에 앉아 왼손으로는 지혜를 상징하는 경전을 들고 구름 속을 향해 가고 있다(사진 5. 요, 907-1125,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문수보살이 탄 사자는 입을 벌린 채 앞을 바라보고 있고 사자의 고삐는 중앙아시아인의 복장을 한 인물이 이끌고 있는데 그는 우전왕優塡王이다. 구름을 타고 있는 두 인물은 향좌측에 합장한 한 승형의 인물은 불타파리佛陀波利 스님이고 향우측의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인물은 대성노인大聖老人이다. 이 인물들 외에 길을 인도하는 선재 동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선재 동자가 생략됐다.
이처럼 문수 보살상이 시자를 거느리고 구름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도상은 「도해문수渡海文殊」라고 해 일본에서 유행했다. 이러한 도상의 근거는 『법화경』「제바달다품」에 문수 보살이 대해용궁大海龍宮에서 용출했다는 설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사자를 탄 문수 보살상과 코끼리를 탄 보현 보살상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후기 사찰의 금강문에서 찾을 수 있다. 17세기 벽암각성(1575-1660) 스님이 중창 불사를 한 구례 화엄사, 완주 송광사, 하동 쌍계사의 금강문 안에는 좌우로 금강 역사상과 함께 문수 보살상과 보현 보살상이 봉안되었다. 이 시기에는 보살형보다는 동자형으로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번뇌를 제거하는 칼을 든 문수 보살상
초월적인 지혜를 상징하는 칼과 경전은 문수 보살상의 대표적인 지물이다. 명나라 제3대 황제인 영락제(永樂帝, 1360-1424, 재위 1402-1424)는 호불적인 군주였다. 그의 재위 기간에 조성된 것으로 여겨지는 문수 보살상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문수 보살상과 큰 차이가 있다. 화려한 보관, 큰 귀걸이, 몸에 걸쳐진 장신구를 비롯해 팔이 4개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사진 6).
먼저 오른쪽 제1손으로는 긴 칼을 들고 있고 제2손으로는 화살을 들고 있다. 왼쪽 제1손으로는 경전이 얹힌 연꽃 줄기를 잡고 있고 제2손으로는 활을 들고 있다. 화려한 연꽃 위에 앉아있는 문수 보살상의 두 다리 앞에는 “명나라 영락제 때 보시했다[大明永樂年施]”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문수진실명경』에 의하면 이검利劍·경전·활·화살 등은 문수 보살의 지물로 언급되어 있으며 경전은 『반야경』이라고 하였다.
유마 거사와 대담하는 문수 보살상
『유마경維摩經』은 초기 대승경전 가운데 널리 읽힌 경전으로 재가자인 유마 거사가 주인공이었기에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다. 많은 한역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널리 유통된 것은 구마라집(344-413)이 406년에 번역한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3권15품이다.
『유마경』의 내용 가운데 일찍부터 불교미술의 소재로 채택된 것은 문수 보살이 부처님의 명으로 유마 거사를 병문안하고 나눈 대화를 다루고 있는 ?제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이다. 유마 거사를 병문안하고 대화를 나누는 문수 보살상의 소재는 중국에서 이른 시기부터 석굴이나 비상碑像에 표현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토함산 석굴 본존상 뒤 감실에 봉안된 유마 거사상과 문수 보살상이 유명하다(사진 7).
사진 . 경주 토함산 석굴 문수 보살상과 유마 거사상, 통일신라(751년 경).
“그 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을 하도록 하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어른을 저는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중략) 그렇지만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그를 찾아가 문병하겠습니다.’
문수사리는 수많은 보살과 대제자와 천인들이 둘러싼 가운데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장자 유마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지금 문수사리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고 있으니 신력으로 방을 깨끗이 비워야겠다.’
그리고는 방 안에 있는 것을 치우고 시자들까지도 내보내고 텅 빈 방 안에는 오직 하나의 침상만을 놓아두고 앓는 몸을 눕혔다.”( 『유마경』?문수사리문질품 권제5?).
6세기에 중국에서 제작된 비상에는 문수사리가 유마 거사를 병문안한 경전의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다(사진 8). 중앙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표현되었고 향우측에는 모든 시자들을 물리친 유마 거사가 왼손으로 부채를 들고 문수보살을 향해 앉아 있다. 향좌측에는 왼손으로 여의如意를 들고 오른손을 들어 질문하고 있는 문수 보살이 배치되었는데 그 주위에는 동행한 30여명의 수행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 8. 유마 거사를 병문안하는 문수 보살상, 533-543,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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