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불교]
한마음 공양차선供養茶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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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1 년 9 월 [통권 제101호] / / 작성일21-09-06 10:54 / 조회5,022회 / 댓글0건본문
한국의 茶道 9
지운 스님의 차명상④
사실 실습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지간히 쉽지가 않다. 이번 호에도 차수행법에 대해 지운 스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이어가고자 하는데, 실습을 글로 옮기니 어눌하고 어지럽기 짝이 없다. 최선을 다했으나 독자제현의 혜량을 기대한다.
자비란 너와 나 둘이, 둘이 아닌 본디 하나라는 뜻이다. 자慈는 사랑으로 남에게 베풀어 나와 남을 함께 기쁘게 하는 것이고, 비悲란 슬픔을 함께하고 상대방의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다. 너와 나의 사이가 자비로 이루어지므로 이를 연기緣起라 하며, 연기는 바로 한마음을 말한다. 공양(주1)의 의미는 자기를 정화하는 버림의 실천이고 열린 삶으로 함께하는 것이니, 자비의 실현에 다름 아니다. 차공양은 이를 실천하는 방편이요, 공양 올리는 것 자체가 바로 자비심이다.
사진. 사비선사 안태판
우리에게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런 호오好惡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의 종류를 한마음 공양차선에 그대로 이입하면 행복차선, 해원결解怨結차선, 자비공양차선이 된다.
행복차선幸福茶禪(주2)
행복차선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색 향 미 한마음차를 공양하여 행복을 배가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사랑[慈]차선이라고도 한다. 사랑에는 애愛와 자慈 두 가지가 있다. 애는 물건이나 상대를 소유하려 하거나 소유하여 생기는 사랑이고, 자는 소유를 버리는 무소유로 오히려 상대에게 주어서 기쁨을 얻는 사랑이다. 자는 그래서 무아無我의 속성을 갖는다. 차공양은 다음의 차례로 실연한다.
사진 2. 차선일미.
먼저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상기하며 찻잔을 두 손으로 합장하듯 잡고, 지난 호에서 언급한 색향미 한마음 차를 명상한다. 그리고 상상 속의 차실을 정비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 다음, 부모 형제 스승 친족 친구 등 좋은 인연을 떠올리고 공양 받을 상대방을 초대한다. 본인과 공양 받을 상대가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찬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음을 떠올린다. 이어서 적의를 품지 말고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뇌에서 벗어나 늘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명상하며 차공양을 올린다.
이때 지운 스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공양 받는 사람의 얼굴 표정도 밝고 행복하고 기쁜 얼굴을 하고 공양 받을 것을 잊지 말라 하셨다. 주의할 점은 돌아가신 분은 초대하지 않는다. 색향미 한마음 명상법으로 차공양을 올리면,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면서 마음이 법의 향기로 윤택해지고 맑고 투명한 삶에 행복이 배가되어 하는 일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
해원결차선解怨結茶禪(주3)
해원결차선은 원결이 있는 상대방에게 연민심憐憫心으로 색향미 한마음차를 공양 올림으로써 고통의 원결을 푸는 방법으로 연민심[悲]차선이라고도 한다.
과거에 있었던 번뇌 때문에 현재의 삶이 고달프고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데, 이는 현재의 삶이 과거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평소 잘 나타나지 않다가 어떤 계기나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를 중심으로 한 연민차선은 행복차선에서와 같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듯이 들고 색향미 한마음차 명상을 하고 난 뒤, 모든 것을 갖춘 차실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우선 가까운 사람 중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사람을 초청하여 공양을 올린다. 그리고 이것이 잘 되면 도저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앙금이 남아 있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사람도 초청하여 공양을 올린다. 공양을 올린 뒤에는 원결이 풀어졌다고 생각하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매듭을 푸는 연민차선은 현재에서 과거로 명상하고,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명상한다.
한 잔의 차를 준비하고 빛깔과 향기와 맛을 명상한 다음 현재의 나이에서 과거로 역행하며 기억나는 사건을 떠올리면서 나와 관련된 사람에게 색향미의 한마음차를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명상해 가면 최종에 가서는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색향미의 명상의 힘이 기억에 붙어 있는 강력하고 불건전한 감정을 둔화시키고 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불선업不善業의 기억을 녹인다.
현재에서 과거로 역행하며 명상한 후에는 다시 과거 한살의 나이에서 현재의 나이로 올라오면서 하나하나 기억나는 사건을 떠올리며 공양을 올린다. 이렇게 계속하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번뇌망상의 배경 노릇을 하고 있던 것들이 정화되면서 번뇌망상의 힘이 약화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자기 자신에게 공양을 올린다. 이것으로써 나의 과거 기억에 붙어있던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것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게 된다.
해원결차선에서 차공양의 의미는 연민심을 키우면서 부정적인 심리를 버리는 한마음 공양차선의 실천적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너와 나의 상호관계의 회복이며 생명살림과 생명나눔이며 무아의 깨어남이라 하겠다.
공양 올릴 대상과 원한 관계가 강하다면 차 공양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너와 나는 평등하다는 생각, 상대편 입장에서의 생각, 상대가 나를 나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라는 생각 등을 반복하여 강한 연민심을 키운 후 다시 시도하면 된다. 연민심을 담은 지운 스님의 시 한편을 감상해 보자.
연민은
미움으로 맺힌 원결을 푸나니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라도
차 공양 올릴 마음 일으켜야 하리.
탐욕으로 얼룩진 마음
차 빛깔 공양으로
허공거울 마음 나타나고
성냄으로 들끓는 마음
차 향기 공양으로
봄기운 자비심마음으로 바뀌리니
깜깜한 어리석은 마음이여
한맛 무미無味 공양으로
현상 그대로 텅 빈 지혜로 빛나네.
차 공양으로
맺힌 과거 풀어
꿈자리 편안하고 몸 쾌적하니
온 세계 연민심으로 가득 하리라.
자비공양차선慈悲供養茶禪(주4)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사랑[慈]이 함께 사는 생명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면, 연민[悲]은 함께 사는 생명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다. 자비는 생명의 괴로움을 자각하지 못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괴로움을 겪을 때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자비심이다.
사진 4. 자유를 꿈구는 자.
자비심은 상호단절을 소통시켜 관계성[緣起]을 회복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연기의 이치를 구현하는 것이 자비공양차선이다. 자비공양차선은 불특정 다수의 모든 생명에게 공양을 올려 자비심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것은 차공양을 매개로 하여 상호간의 막힌 것을 소통시켜 관계성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비심이 구체적으로 일어나게 하며, 괴로움을 소멸시킨다.
모든 행위는 생각이 일어나는 데서 비롯된다. 자비한 마음을 내는 방법은 공양 올릴 때 ‘이 차로 적의에서 벗어나고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뇌에서 벗어나 늘 행복하십시오’라고 마음속으로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면서 공양을 올린다. 명상을 통해 배양되는 자비심이 부정적인 심리를 없애주고 마음 깊숙이 저장되어 있는 자비종자를 일깨우게 된다.
상상으로 다실을 꾸미고 다음과 같이 다실에 모인 서로간의 관계성을 사유 통찰한다.
- 부분이 전체를 이루고 전체 속에 부분이 존립한다.
- 모두는 인드라망 같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둘이 아니다.
- 독립된 개체의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먼저 나 자신에게 차공양을 올린다. 이어 내 주위의 가까운 분들께 차공양을 올리고, 한마을 한 도시 한 국가 지구전체 우주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양을 올린다. 색향미의 차의 본성을 가지고 공양차供養茶 명상을 하면 과거에 잠재되어 있던 번뇌망상이 모두 정화된다. 지운스님의 한마음 공양차를 음미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마음 공양차
비우지 못한 자아自我여
몸 아프고
마음 아프게 하니
지극정성 한마음
차茶 공양 올려
맺힌 과거 풀고
함께하는 마음
열린 삶
모든 고난 건너 주네.
주)
(주1) 공양供養 ; 불교에서는 불법승 삼보三寶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공양물供養物을 올린다. 공양의 참된 정신은 대승불교의 수행덕목인 육바라밀六波羅蜜 가운데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과 깊은 관계가 있다
(주2)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도서출판 차생활, 2009, pp.127-142.
(주3)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도서출판 차생활, 2009, pp.143-154.
(주4)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도서출판 차생활, 2009, pp.15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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