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도]
차인의 예명藝名 차호茶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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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11 월 [통권 제115호] / / 작성일22-11-07 10:07 / 조회3,233회 / 댓글0건본문
한국의 茶道 23 |茶道과정 ⑥
누구나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태명, 어릴 때는 아명,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서 관명이 생기고, 학교 다닐 때는 별명이, 결혼을 하면 남자는 자를 여자는 택호를 갖게 되고, 죽고 나서는 시호를 받기도 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필명이 있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는 차호가 있다.(주1)
필자는 평생교육원 차도과정 전 과정을 수료하고 소정의 논문을 쓰고 수료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차이름[茶號]을 지어 주었다. 내 스승님께서는 행여나 그 이름이 본인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되면 그 책임은 이름을 지어준 필자의 몫이기에 이름을 지어 주지 말라 하셨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1기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되어 16기 300여 명의 차호를 지어 주게 되는 우를 범했다. 그런데 1년간 20명 내외의 이름을 짓는 일이 1년간 강의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이 최소한 지금 자신의 이름보다 에너지 값이 더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이란?
이름은 성姓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명칭이다. 넓게는 성과 이름을 모두 합쳐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름은 한국 중세어에서 ‘일홈’ 또는 ‘일훔’ 등으로 표기되고 있지만, ‘이르다[謂]’나 ‘말하다’는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출발하여 ‘닐홈-일홈-이름’으로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그를 이르는 것이 곧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사람이 삶을 누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불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토박이말로 지었던 이름이 한자의 유입과 함께 한자 이름으로 지어지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름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아명兒名은 어린아이 때의 이름이다. 아명은 대체로 무병장수를 염원하면서 천하게 짓는 경향이 있어 개똥이, 쇠똥이, 말똥이 등의 이름도 흔했다. 고종 황제의 아명이 개똥이었고, 황희黃喜의 아명은 도야지都耶只였음이 그 사례이다. 때로는 아명이 그대로 관명으로 되어 한자로 ‘개동介東, 계동啓東, 소동召東, 소동蘇同, 마동馬銅, 마동馬東’으로 되기도 하였다.
이상은 사대부 집안 남자의 경우이고, 서민들은 아명으로 평생을 살다 가기도 하였다. 여성의 경우, 특별한 사례 외에는 출가와 함께 아명은 없어지고 대신 택호宅號가 따랐다.
호적의 이름 관명
관명冠名은 호적에 오른 이름이다. 1910년 5월 10일에 완성된 사상 최초의 민적부民籍簿에 의할 때, 그때까지 성이 없는 사람의 수가 있는 사람에 비하여 1.3배였으니, 토박이 이름인 사람도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까지의 토박이 이름은 주로 하층계급 사람들의 것이었다. 토박이 이름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지어진다.
1. 출산 장소에 따른 것(부엌손, 마당쇠)
2. 간지干支나 달 이름에 따른 것(갑돌이, 정월이)
3. 성격에 따른 것(억척이, 납작이)
4. 기원을 곁들인 것(딸고만이, 붙드리)
5. 순서에 따른 것(삼돌이, 막내)
6. 복을 비는 천한 것(개똥이, 돼지)
7. 동식물, 어류 이름에 따른 것(강아지, 도미) - 토박이 이름 중 가장 많음.
자와 호
자字는 남자가 혼인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붙이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비롯된 풍습으로, 본명이 태어났을 때 부모에 의해 붙여지는 데 비해 자는 장인이나 윗사람이 본인의 기호나 덕을 고려하여 붙이게 되며, 자가 생기면 본명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임금이나 부모 등 윗사람 외에는 자를 불러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윗사람에 대해서는 자신을 본명으로 말하지만 동년배 이하의 사람에게는 자를 쓴다. 다른 사람을 부를 때도 자를 사용하나 손아래 사람인 경우, 부모나 스승이 그 아들이나 제자를 부를 때는 본명을 사용한다.
호號는 본 이름이나 자字 외에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이다. 본 이름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풍속에 그 근원을 두고 있으며, 한국이나 중국 등 주로 동양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래로 호가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일반, 사대부,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되었다. 중국의 경우 호는 당나라 때부터 사용되었으며, 송나라 대에 이르러 보편화되었다. 호의 사용이 정착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학자들 간에 학문적 교류와 편지 교환이 일반화되면서 본 이름보다는 호나 자를 사용하는 것이 예의를 차리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호는 대부분이 거처하는 곳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거처하는 곳이 바뀜에 따라 호가 달리 사용되기도 했으며, 좋아하는 물건이 여럿인 경우 호는 늘어나게 마련이었다. 호는 집안에서 사용한다는 의미의 당호堂號와 시, 서, 화 등에 쓰는 아호雅號로 나누어지기도 했으나, 양자 간에는 뚜렷한 구별 없이 혼용되었다.
조선 중기 이후로 호의 사용은 더욱 확대되었으며 주로 자신이 학문을 배우고 가르친 곳을 호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호가 가장 많았던 사람은 조선 후기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로 알려진 것만 해도 약 500여 개에 이른다. 김정희가 많은 호를 사용한 것은 시, 서, 화에 두루 능하였던 예술인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되는데, 그의 대표적인 호는 추사, 완당阮堂, 예당禮堂, 시암詩庵, 선객仙客, 불노佛奴, 방외도인方外道人 등으로 유불도 삼교사상을 망라하는 호를 사용한 것이 주목된다. 조선 후기 이래로 호 사전의 성격을 띤 많은 ‘호보號譜’들의 편찬은 호의 사용이 일반화되었던 당시 상황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호號는 스스로가 짓는 자호自號도 있지만 보통 스승이 제자의 학문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할 때 내려주는 것이다. 서재의 이름이나 사는 곳의 이름 등을 따서 짓는 아호雅號나 별호別號가 있는데, 한 사람이 여러 이름을 가질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펜네임[筆名]이나 차인들이 부르는 차호茶號가 그것들이다.
종교적인 이름
불명佛名은 법명法名, 계명戒名과 같은 의미로 불교에 들어온 이에게 주는 이름이다. 보통 불명이 부처님의 명호 즉 부처가 되었을 때의 이름으로 누구나 부처가 될 씨앗이 있을 뿐 아니라 원래 부처라고 말할 수 있어 부르는 이름이라면, 법명은 법사法師의 이름, 계명은 계를 일러주어 이를 지키어 범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받는 이름을 말한다. 대개 재가 신도는 불명으로, 법을 설하는 스님은 법명으로 부르는 것 같다.
생명이 있는 것은 불성佛性이 있고, 불성이 있는 것은 부처의 종자가 있으므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불명은 자성을 상징하는 방편으로서 자성을 일깨우는 도구다. 불명에 있어서는 사용하는 글자와 사용하지 않는 글자가 없으며 자신의 기호에 맞으면 불명이 될 수 있다.
남자들의 불명은 두 자[二字]로 짓고 불명을 받으면 거사居士라 하며, 20세 미만은 아기거사라 칭한다. 여자들의 불명은 석 자[三字]로 짓고 불명을 받으면 보살菩薩이라 하며, 20세 미만은 아기 보살이라 칭한다.
세례명洗禮名은 가톨릭교회 등에서 세례를 줄 때에 세례를 받는 사람에게 새로 붙여 주는 이름으로 Christian name을 말하는데, 영세명領洗名이라고도 한다. 유아세례나 세례식 때, 보호자로 받드는 성인, 즉 수호성인守護聖人 신앙을 보급하기 위하여 대부분은 성인聖人의 이름이 붙여지는데, 그것은 그 성인의 수호를 기원함과 아울러 그의 덕을 거울로 삼는다는 의미도 갖는다.
사제司祭가 세례명을 지어줄 때는 본인이 원하는 이름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특별히 원하는 이름이 있을 경우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주고, 그렇지 않으면 사제가 새로 지어 준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姓 밑에 반드시 세례명을 붙여 부르게 되어 있다.
죽은 뒤의 이름 시호諡號
시호諡號는 벼슬한 사람이나 관직에 있던 선비들이 죽은 뒤의 이름으로 신하의 경우 그 행적에 따라 임금이 내리고, 임금의 경우 신하들이 생전의 공덕을 생각하여 짓는다. 사람이 죽은 다음 생전의 이름은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차이름[茶號]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상주대학교 차도과정 전 과정을 수료하고 소정의 논문을 쓴 사람에게 차이름[茶號]을 지어 주었다. 나는 아호를 짓는 대체적인 방법 - 부르기 좋고, 듣기 좋고, 뜻이 좋고, 결점을 보완하고, 겸손하며, 향토적이고, 타인이 정을 담아 지어준다 - 을 기준 삼아 좋은 이름을 지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필자를 지칭하는 이름은 오상룡[吳相龍, Oh, SangLyong] 외에 성천性泉, 만덕萬德, 범강梵江, 평산平山, 설공蔎公, 무진재無盡齋, 해운海雲, 금천재金川齋, 무천撫川, 한선 등이 있다.
차이름[茶號]으로 많이 쓰는 것들을 보면 향기의 주인이 되라는 향주香主, 차호에 더운 물을 부어서 김이 올라오는 모습의 운호雲壺, 가루차를 잘 저은 모습의 설가雪檟 등과 같은 차와 관련된 모습이나 정신을 나타내는 말들이 많다.
다음으로 차경茶經에 나오는 차를 나타내는 글자인 차茶, 가檟, 설蔎, 명茗, 천荈을 이용하여 차연茶緣, 가림檟林, 설산蔎山, 명덕茗德, 고천孤荈 등이 있다.
언젠가 성신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논문 내용에 한재 이목 선생의 차부茶賦에서 차이름인 한 자와 파菠 자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차를 뜻하는 글자라고 밝히고 있었다. 이에 그 논문을 쓴 학생은 맑은 차라는 뜻의 징파澄菠라는 이름을, 심사위원장은 차를 흠모한다는 뜻의 흠파欽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차경에 나오는 차를 뜻하는 다섯 글자가 차의 ‘음’에 의한 것인데 반해, 500년 전 우리나라에서 ‘뜻’으로 차를 나타내는 글자를 이미 사용했다는 사실을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모임이 생겼다. 우리는 그 모임의 이름을 한파회 韓菠會라 부른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일종의 최면효과가 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좋은 뜻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 방향으로 발전하라는 암시요 축원이다. 우리의 전통은 지금까지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 여러 이름들을 사용하여 왔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적어도 하나쯤의 차이름을 가지는 것이 전통을 계승하는 일이라 본다. 차이름은 어느 것이나 모두 좋은 뜻이므로 주위에서 자주 불러주는 것이 좋다. 우리 모두 차이름, 차호茶號 불러주기 운동을 생활화하자.
<각주>
1) 오상룡; 계간 다담, 2002년 겨울, pp 88-93(2002) 오상룡; 차도학 pp 203-209, 국립 상주대학교출판부(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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