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벽화 이야기]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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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2 월 [통권 제106호] / / 작성일22-02-04 10:30 / 조회5,017회 / 댓글0건본문
불교벽화 이야기2 | 관세음보살 벽화
관음신앙은 대승불교의 자비정신과 실천성을 보여주는 보살사상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관음신앙은 그 역사와 자취가 매우 넓고 많아서 시간과 공간, 나라와 민족, 출가자와 재가자, 왕족과 서민 등을 가릴 것 없이 전 시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행되었다.
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미운 것과 만나고,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고,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오음이 치성한 것 등 여덟 가지 어려움은 현실의 엄연한 실상實相이다. 이러한 현실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관음전은 물론 여타의 전각의 내부나 외부의 벽화로도 많이 그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마곡사 대광보전에 그려진 대형의 백의관음 벽화(사진 1)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그리고 대원사 극락전의 수월관음 벽화(사진 2)도 고려불화의 형식을 계승한 것으로 주목된다. 또한 범어사 대웅전의 수월 관음도 벽화(사진 3) 역시 동일한 형식으로 표현된 벽화이다.
『법화경法華經』 제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은 관음신앙의 교리적 바탕이 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관세음보살의 무한한 자비와 구제력을 설하고 있는 경전은 매우 많다. 그러나 관음신앙을 널리 대중화로 이끈 경전으로는 단연 『법화경』을 꼽을 수 있으며, 「보문품」에는 인간이 현실 생활에서 겪게 되는 절망의 극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① 큰불(大火)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타 죽게 되었을 때.
② 홍수(大水)가 나서 떠내려갈 때.
③ 큰 바다(大海)에 들어갔다가 폭풍을 만났을 때.
④ 악한에게 피해를 당하게 되었을 때.
⑤ 악귀들이 나타나 괴롭힐 때.
⑥ 죄가 있든 없든 형틀에 속박되었을 때.
⑦ 상인商人이 도둑들이 들끓는 험난한 길을 지나칠 때.
⑧ 음욕이 일어날 때.
⑨ 성나는 마음이 일어날 때.
⑩ 아들을 낳기를 원하거나 딸을 낳기를 원할 때.
이상에서 보이는 몇 가지 예는 인간이 현실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당면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대표하는 표현 양식으로, 이러한 사고와 재난은 오늘날의 현실 사회 속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괴로움에 대해서 『무량수경無量壽經』 권하卷下의 말씀을 들어 보자.
“세상 사람들은 하잘것없는 일들을 구한다. 악과 괴로움으로 뒤끓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생활 때문에 허덕이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간다.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부자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돈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져 있다. 그러나 사실 있거나 없거나 간에 근심, 걱정은 떠날 날이 없다. 불안 끝에 방황하고, 번민으로 괴로워하며, 엎친 데 덮치고 욕심에 쫓기느라 조금도 마음 편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현실의 괴로움[苦]과 어려움[難]을 생생하게 설說하고 있다. 이렇게 불교는 현실의 괴로움을 파악함과 동시에 그렇게 파악한 괴로움의 극복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보문품」에서는 “여러 가지 고통으로 괴로워할 때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듣고 일심으로 칭명稱名하면, 관세음보살이 즉시 그 음성을 관觀하시어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고 설하고 있다.
계속하여 관세음보살은 구고구난救苦救難의 서원을 세운 보살로서 갖가지 고뇌를 받고 있는 무량백천만억의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칭명하면, 관세음보살은 곧바로 그들의 음성을 관하여 보살의 위신력으로 모두 해탈케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관세음보살의 현세 이익적 염원을 잘 나타내 주는 관음신앙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설악산 백담사의 오세동자의 신이神異한 영험담을 소개해 볼까 한다.
설악산 오세암의 관음설화
백담사의 부속 암자인 설악산의 오세암五歲庵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성지요, 기도도량이다. 신라시대 647년(선덕여왕 13년)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 이곳에 조그마한 선실禪室을 짓고 머물렀던 자장율사는 관세음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계신 도량임을 나타내기 위해 관음암觀音庵이라 하였다. 그런데 이 관음암을 오세암으로 바꾼 것은 1643년(인조 21년)에 설정雪淨스님과 5세 동자에 얽힌 유명한 관음 영험 설화 때문이다.
설정스님은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이 암자로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겨울이 막 시작된 10월의 어느 날, 스님은 월동준비 관계로 네 살의 조카를 위하여 며칠 먹을 밥을 지어 놓고 아랫마을로 내려가면서 신신당부하였다.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법당 안의 관세음보살상)를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면 잘 보살펴 주실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절을 내려갔다. 스님이 장을 본 뒤 올라가려니 폭설로 눈이 쌓여 올라갈 수 없었다. 어찌할 수 없이 속만 태우고 있다가 겨울이 지나고 눈이 다 녹은 이듬해에야 겨우 암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법당 안에서 목탁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것이었다. 달려가 보니 당연히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목탁을 치면서 가늘게 관세음보살을 부르다 스님을 보자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 그 까닭을 물었다. 아이는 “저 어머니가 언제나 찾아와서 밥도 주고 재워도 주고 같이 놀아도 주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관세음보살의 가피에 감격한 설정스님은 다섯 살의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하여 관음암을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래에 와서 중건을 거듭한 오세암의 벽화는 천진무구한 믿음으로 인하여 5세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입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는 설화의 내용을 벽화(사진 4)로 자세히 그려 놓아 영험 있는 기도도량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창공처럼 맑게 해 주고 있다.
관음觀音은 관세음觀世音의 줄임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관觀한다는 말이다. 즉, 관세음보살은 이 세상 모든 중생의 온갖 고뇌의 소리를 다 들으시고 관찰하여 아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또한 관세음보살은 중생에게 온갖 두려움을 없애 주는 즉 무외심無畏心을 베풀어 주는 분이라 하여 시무외자施無畏者라고도 하고, 대자대비를 본원력으로 하시는 분이기에 대비성자大悲聖 者라고도 한다.
또한 관세음보살은 세상을 구제하시고 교화함에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여러 가지 형체를 나타내므로 보문시현普門示現이라 한다. 자비를 상징하는 백의白衣의 관음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이마엔 아미타불을 모셨으며 감로수甘露水 병을 들거나 또는 옆에 두고 계신다(사진 6). 감로수는 일체중생이 고뇌와 번뇌의 불길에 휩싸여 받는 고통의 불길을 꺼 주고 목마름을 적셔 주는 구원의 상징이다.
이처럼 『법화경』 「보문품」과 여러 경전 등에 보이듯이 관세음보살은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멸하여 주는 대자대비의 보살이며, 불교가 자비의 종교임을 보여 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비를 본체로 하고 현세의 발고여락拔苦與樂(불보살님이 중생들의 괴로움을 없애 주고, 즐거움을 얻도록 해 주는 것)을 서원으로 하는 관세음보살은 정신적 번뇌는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 고통마저 전부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대자비자大慈悲者의 원력이며 위신력으로 표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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