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벽화 이야기]
부처님의 탄생을 그린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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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5 월 [통권 제109호] / / 작성일22-05-04 11:00 / 조회4,220회 / 댓글0건본문
불교벽화 이야기5 | 팔상도 벽화
불자들에게 있어서 5대 명절이라 하면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하여 성도재일과 출가재일, 열반재일 그리고 우란분절(백중)을 말한다. 해마다 5월이면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에게서만 아니라 이 사바세계 모두의 명절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부처님의 일대기를 표현한 것으로 팔상도八相圖 벽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찰의 본당 건물의 외벽 또는 내벽에 그려진다.
팔상도는 부처님의 일대기로 태어나서 열반하실 때까지의 중요한 행적을 여덟 단계의 그림으로 표현하였기에 팔상八相이라 한 것이다. 부처님의 행적行蹟 자체가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완전히 깨달은 절대 경계의 깨달음[菩提]를 실현한 것이므로 이를 통하여 미혹에 빠진 중생들도 다 함께 큰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본생경本生經』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인도 카필라국에서 탄생하시기 전에 도솔천에 계시면서 이름을 호명보살이라고 하였다. 오랜 선정 끝에 호명보살은 자기가 태어날 시간, 땅, 가계(가문), 심지어 자기를 회임할 어머니까지 결정한다. 이에 호명보살은 석가족이 살고 있는 카필라국의 정반왕淨飯王·Śuddhodana과 마야摩耶·Māyā 왕비를 부모로 정하고 이제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겪을 모든 시련을 극복할 마음의 준비를 끝낸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기다리는 ‘법法’을 가르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했으므로 호명보살은 도솔천의 신들을 ‘가르치고, 깨우치고, 기쁘게 하고, 위로하기’ 위해 법문을 설한 후 도솔천을 떠난다. 이렇게 해서 이제 역사적 석존의 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1. 도솔래의상
카필라는 인도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로 날씨가 따뜻하고 땅도 기름졌으며 사람들은 선하고 순했다. 어질고 훌륭한 정반왕과 선한 백성들은 근심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살았으나 마야 왕비가 40세가 넘도록 태자를 낳지 못한 것이 한 가지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마야 왕비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눈부시게 흰 코끼리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왕비의 옆구리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 장면을 나타낸 벽화가 ‘도솔래의상’이다(사진 1).
2. 비람강생상
꿈에서 깬 왕비는 정반왕에게 이야기한다. 정반왕은 “그 꿈이 보통 꿈은 아닌 것 같으니 꿈을 풀어 주는 사람의 말을 한번 들어 봅시다.” 하며 다음날 유명한 점술가들을 불러 왕비의 꿈을 풀어 달라고 부탁한다. 점술가들은 “왕자님을 낳으실 꿈입니다. 태어날 아기는 전륜성왕轉輪聖王(고대 인도의 상징적 제왕)이 되거나 만약 출가한다면 붓다가 될 길한 꿈”이라고 해몽하였다.
마야 왕비의 꿈이 자신의 뒤를 이어 줄 왕자의 잉태를 알리는 좋은 징조라는 말을 들은 정반왕의 기쁨은 더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솔래의상 벽화에 이어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벽화를 보도록 하자.
열 달이 지나 만삭이 된 마야 왕비는 당시 인도의 풍습에 따라 해산을 하기 위해 친정인 데바다하Devadaha로 가고자 정반왕에게 청하였다. 왕은 이를 쾌히 승낙하고서 데바다하로 가는 길을 고치고 장식을 한 후 왕비를 황금수레에 태워 많은 대신들을 딸려 보냈다.
이에 대한 『본생경』의 내용을 보면, 카필라성과 데바다하의 중간에 룸비니Rumbini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동산이 있었다. 이 동산에는 무수無憂樹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룸비니 동산은 전체가 마치 제석천의 유원지인 칫타라 동산의 잔치마당같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룸비니 동산을 지나던 왕비는 동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유희하고 싶어졌다. 왕비는 가마를 무우수 나무숲 속으로 옮기게 하고는 땅에 내려서 꽃이 활짝 핀 가지를 잡으려고 팔을 뻗어 올리자 가지는 스스로 내려와 왕비의 손 가까이에 닿았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곧 산기産氣가 일어나 무우수 나무의 가지를 잡고 선 채 오른쪽 옆구리로 옥동자를 낳았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대범천이 황금 그물을 가지고 와서 태자를 받았다.
바로 그때에 제석과 범왕이며 사천왕은 그들의 권속과 함께 태자를 호위하였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용왕의 형제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가 왼편에서 맑고 따뜻한 물을, 오른편에서 시원한 청정수를 토하여 태자를 씻겨 드렸다. 그러자 태자의 몸은 황금의 빛으로 더욱 빛나 서른두 가지의 모습을 갖추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태자는 탄생하자마자 스스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었다. 그러자 옮기는 걸음마다 네 가지 색깔의 연꽃 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 주었다. 일곱 걸음씩 걷고 나서 사방과 상하를 둘러본 태자는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사자처럼 외쳤다(사진 2).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이니 내 이를 편안케 하리라.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렇게 탄생게를 마치자 꽃비를 내리던 하늘에서는 천인天人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태자의 탄생을 노래하였다. 왕은 태자의 이름을 싯다르타라고 지었다. 성姓은 가우타마Gautoma였고 싯다르타Siddārtha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팔상탱화와 달리 팔상도 벽화는 위와 같은 내용을 모두 그리기보다는 이렇게 그 일부를 그려서 전체를 함축한다.
3. 빈녀의 등불
이와 함께 사월초파일 관련하여 부처님의 탄생에 얽힌 벽화도 있지만 연등燃燈을 밝히는 것과 관련된 벽화도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가난한 여인의 등불 공양」(사진 3)을 다룬 벽화이다. 이 벽화는 우리가 찾는 사찰 안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므로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보면서 불전에 올리는 우리의 등공양이 청정공양이 되도록 하기 위한 가르침으로 음미해 볼 만하다.
즉, 코살라국의 프라세나짓왕이 부처님과 승단을 위해서 큰 연등법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프라세나짓왕은 슈라바스티성의 기원정사에서 안거에 드시는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옷과 음식과 침구와 약을 공양하였고, 안거가 끝나는 날에는 수많은 등불을 켜서 연등회를 베풀고자 하였다. 그래서 슈라바스티성은 물론 코살라국이 축제를 맞은 듯이 북적거렸다.
슈라바스티성에는 성실하지만 매우 가난한 여인이 살았다. 여인은 프라세나짓왕이 부처님과 제자들을 위하여 연등회를 연다는 말을 듣고는 ‘왕은 많은 복을 짓는구나. 저렇게 복을 지으니 내생에도 큰 복을 받겠구나. 나는 박복하고 가난하여 복을 지을 수 없으나 등불을 하나 켜서 부처님께 공양해야겠는데…’라고 생각한 여인은 남의 집에서 일하고 받은 동전 두 닢으로 기름을 사러 갔다. 기름집 주인이 기름을 무엇에 쓰려느냐고 묻자, 여인이 대답하였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제 그 부처님을 뵙게 되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나는 가난해서 공양할 것이 없으니 등불이라도 하나 부처님께 공양할까 합니다.”
여인의 말에 감동한 주인은 기름을 곱절이나 주었고 여인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 부처님 처소로 가서 휘황찬란한 수많은 등불 사이에 걸어두고 기도하였다.
“보잘것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저도 부처가 되어지이다.”
이 작은 등불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밤이 깊어 등불들이 점차 다 꺼졌는데도 여인이 밝혀 놓은 그 등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이 주무시지 않을 것이므로 아난존자가 불을 끄려 하였으나 이상하게도 손으로 끄려 해도, 가사자락으로, 또는 부채로 끄려 해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말아라. 그것은 비록 작은 등불이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것이다. 그 여인은 그 등불 공덕으로 오는 생에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하고 수기를 하셨다.
이에 놀란 왕과 대신들을 향해서도 부처님께서는 정성스러운 공양과 그 공덕에 대해 자세히 설하셨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보아 모두가 찬탄해 마지않는 부처님오신날의 연등 공양은 그간 우리들의 수행이 공덕으로 회향되는 축제의 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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