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벽화 이야기]
지옥도地獄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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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7 월 [통권 제111호] / / 작성일22-07-05 10:47 / 조회5,075회 / 댓글0건본문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절은 초파일·성도재일·열반재일·출가재일과 함께 불교의 명절이면서 동시에 민속날이기도 하다. 해마다 백중, 즉 우란분절이 돌아오면 불자들은 이때에 삶과 죽음의 실상에 대해서 배우고 실천하는 큰 공부의 계기로 삼는다. 특히 근래에 들어 전국적으로 백중을 7·7재로 봉행하게 되면서 더욱 그러하다. 즉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깨치지 못해서 이승과 저승을 헤매며 고통스러워하는 인연 있는 여러 영가들을 위해서 법회를 베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지옥의 참상을 그린 지옥도
이를 일깨우기 위한 도상으로 지옥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옥도 벽화이다. 이 지옥도는 무명 속에서 자신의 업연業緣에 따라 받는 고통의 종류를 구체화한 것이다. ‘지옥地獄’은 산스크리트 ‘Naraka(那羅延·奈落)’의 의역인데 ‘행복이 없는 곳’ 또는 ‘사람이 죽어서 가는 어두운 곳’을 말한다. 죄업에 따라 생사를 반복하는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 중의 하나로 죄의 과보를 받는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관장하는 염부의 시왕十王이 있다. 시왕전에 이르면 업경대業鏡臺(사진 1)를 통하여 생전의 악업을 낱낱이 드러내어 과보를 받게 한다. 그래서 불자들은 시왕전에 나아가 망자亡者의 이름으로 법요를 베풀고 업장의 소멸을 위한 선업善業을 지어 보다 나은 삶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옥의 구성은 경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팔열지옥八熱地獄, 팔한지옥八寒地獄, 고지옥孤地獄의 셋으로 나눈다. 『아함경』 제19권 「지옥품」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이 4천하에는 다시 8천의 천하가 있어 그 바깥을 둘러싸고 다시 큰 바닷물이 있어 8천의 천하를 둘러쌌다. 다시 큰 금강산이 이 큰 바닷물을 둘러싸고, 금강산 바깥에는 다시 제2의 큰 금강산이 있고 두 산의 중간은 어둡고 아득하다. 일월과 신천神天은 큰 위력이 있지만, 광명으로 저기에 비추어 미쳐 갈 수가 없다. 거기에는 8대 지옥이 있다. 다시 한 지옥에는 각 16의 소지옥이 있다. 첫째의 대지옥을 상想이라 이름하고, 둘째를 흑승黑繩, 셋째를 퇴압堆壓, 넷째를 규환叫喚, 다섯째를 대규환大叫喚, 여섯째를 소자燒炙, 일곱째를 대소자大燒炙, 여덟째를 무간無間이라 이름 한다.
그 상想지옥에는 열여섯의 소지옥이 있다. 소지옥의 너비는 5백 유순이다. 제1의 소지옥을 흑사黑沙라 이름하고, 제2의 이름을 비시沸屎, 제3의 이름을 오백정五百釘, 제4의 이름을 기飢, 제5의 이름을 갈渴, 제6의 이름을 동부銅釜, 제7의 이름을 다동부多銅釜, 제8의 이름을 석마石磨, 제9의 이름을 농혈濃血, 제10의 이름을 양화量火, 제11의 이름을 회하灰河, 제12의 이름을 철환鐵丸, 제13의 이름을 작절斫截, 제14의 이름을 시랑豺狼, 제15의 이름을 검수劍樹, 제16의 소지옥을 한빙寒氷이라 이름 한다.
또한 『구사론俱舍論』이나 『아비달마순정이론』에 의하면 팔대의 열지옥은 ①등활等活지옥 ②흑승黑繩지옥 ③중합衆合지옥 ④호규号叫지옥 ⑤대호규大号叫지옥 ⑥염열炎熱지옥 ⑦극열極熱지옥 ⑧무간無間지옥이며, 8대 지옥에는 각기 부속된 소지옥이 16개소가 있어 8대 지옥 전체에는 128개소의 소지옥과 합쳐 모두 136개소를 헤아리는 셈이 된다.
이와 같이 열지옥熱地獄과 함께 혹독한 추위로 고통을 주는 곳이 한지옥寒地獄이다. 이 한지옥도 팔한지옥 혹은 십한지옥이 설해지고 있으며, 『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열 곳의 지옥을 말하고 있다.
또 그 두 산 중간에는 십지옥이 있다. ①은 후운厚雲이라 하고, ②는 무운無雲, ③은 가가呵呵, ④는 내하奈何, ⑤는 양명洋鳴, ⑥은 수걸제須乞提, ⑦은 우발라優鉢羅, ⑧은 구물두狗勿頭, ⑨는 분다리分陀利, ⑩은 발두마鉢頭摩[紅蓮華]라 한다.
어찌하여 후운지옥이라 이름 하는가. 그 지옥의 죄인은 자연히 몸을 받기를[化身] 마치 두터운 구름과 같다 해서 후운이라 이름 한다. 여기서 ‘몸을 받는다’는 것은, 선업에 따라 받는 몸도 있지만 반면 악업에 따라 과보를 받기 위해 한량없이 다양한 몸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찌하여 무운이라 하는가. 그 지옥 중에서 벌을 받는 중생은 자연히 몸을 받기를 단육段肉과 같다 해서 무운이라 한다. 어찌하여 가가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 중에서 벌을 받는 중생은 고통이 몸을 끊을 때 ‘가가’라고 외쳐댄다 해서 ‘가가’라 한다. 어찌하여 ‘내하’라 하는가. 그 지옥 중에서 벌을 받는 중생은 고통이 매우 심하지만 귀의할 곳이 없으므로 모두 “어찌 할꼬!”라고 부르짖는다고 해서 ‘내하’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양명’이라 이름 하는가.
그 지옥 중에서 벌을 받는 중생은 고통이 몸을 끊을 때 소리를 내어 말하고자 하나 혀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 마치 염소가 우는 것과 같다 해서 ‘양명’이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수걸제’라 이름 하는가. 그 지옥 가운데는 모두 옥獄이 다 검어서 수걸제 꽃과 같다 해서 ‘수걸제’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우발라’라 하는가. 그 지옥은 온 옥이 모두 푸르러 우발라 꽃과 같다 해서 ‘우발라’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구물두’라 하는가. 그 지옥은 온 옥이 모두 붉어서 구물두 꽃과 같다 해서 ‘구물두’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분다리’라 하는가. 그 지옥은 온 옥이 모두 희어 분다리 꽃과 같다 해서 ‘분다리’라 이름 한다. 어찌하여 ‘발두마’라 이름 하는가. 그 지옥은 옥이 모두 마치 발두마 꽃처럼 빨간 까닭에 ‘발두마’라 이름 한다.
한편 고孤지옥은 변辺 혹은 고독孤獨이라고도 이름 하는데, 앞서의 8열, 8한지옥과 같이 일정한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고 허공이나 산야山野 등에 따로 있어서 일시적으로 고통을 받는 지옥이라 한다.
지옥은 가혹하고 무서운 고통으로 가득 찬 곳이다. 열지옥은 붉고 푸른 귀신이 지키고 있는 지옥문(사진 2)을 들어서면 뜨거운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업연業緣에 따라 죽은 자가 여기에 이르면 살과 가죽을 태우며, 이어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에 빠뜨려 삶아 내거나(사진 3), 온갖 맹수가 득실거리며 살을 뜯어 먹어 시체는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루는 등 그 참혹한 모습은 눈 뜨고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한빙지옥은 온갖 추위가 엄습하여 살이 얼어 터지는 비참한 고통이 또한 끝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으로 속이고 불신을 조작하면 혀를 뽑는 발설지옥(사진 4), 화를 잘 내고 폭언을 하여 사람의 마음을 피폐하게 하고 질시한 업으로 가는 철산지옥(사진 5), 인욕하지 못하여 일으키는 악업으로 짓게 되는 과보를 산 채로 톱질을 당하는 고통을 받는 거해지옥(사진 6) 등이다.
지옥도에 담긴 종교적 의미
이렇듯 지옥은 인간의 상상을 넘어선 고통의 세계이며, 이러한 지옥의 비참한 모습을 그린 그림을 지옥변상도地獄變相圖라 하며, 일반적으로 줄여서 지옥도라고 칭한다. 지옥도는 위의 지옥의 경황을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즐거움이 가득한 극락정토와 대조하여 온갖 고통의 참상을 실감나게 묘사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지옥도가 담고 있는 의미는 고통스러운 참상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악행을 삼가게 하고, 선행을 닦아서 정토로 가게 만들고자 하는 종교적 기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명부사상을 시각적으로 전개한 지옥도는 사회 풍속도를 반영하면서 지옥의 정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고도의 정보산업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옥이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앞에서 우리는 지옥의 사상이 지옥의 고통을 자각하고 온갖 종류의 악행을 삼가 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가는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지옥도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겪는 많은 고통과 악의 의미라 할 수 있는 전쟁이나 대립, 갈등, 소외, 복지문제, 환경공해 등에 대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재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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