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7월은 자연 발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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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4 년 7 월 [통권 제135호] / / 작성일24-07-04 16:50 / 조회1,576회 / 댓글1건본문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발효라고 합니다. 반면 부패는 발효의 한 형태로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특히 단백질의 분해로 악취 물질이 생성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발효반응과 부패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하는 것이죠.
발효는 숙성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부패는 썩었다는 뜻입니다. 한자어로 설명하자면 썩는 것은 ‘부패腐敗’가 되고 삭는 것은 ‘발효醱酵’가 됩니다. 발효와 부패는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그 결과물은 이와같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비슷한 예로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점을 들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기생하여 살지만, 세균은 스스로 에너지와 단백질을 만들며 생존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발효법
한식의 지혜는 바로 이 발효에 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발효음식의 주재료인 메주와 누룩 또는 엿기름을 띄우듯이 선조들의 음식에 대한 가치와 삶의 지혜를 전 세계에 띄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조상님들의 살림살이를 통해서 우리의 밥상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음식 저장법으로써의 발효와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영위하기 위한 발효 등 발효의 효능은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의 발효는 자연 그대로의 균을 활용한 발효법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고 신비롭습니다. 발효음식은 다양한 미생물의 도움으로 생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별 다양한 발효음식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치즈, 와인, 템페, 나또 등은 다른 나라의 발효음식이지만 인위적인 균을 접종하지 않고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균을 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누룩을 활용하여 만드는 가양주가 있고, 메주를 활용하여 만드는 장이 있으며, 엿기름을 활용하여 만드는 식혜가 있습니다. 종초를 활용하여 식초를 만들고, 삶은 콩을 볏짚에 띄워 청국장을 만듭니다. 이와 같은 발효음식을 기본으로 해서 한식은 또 다른 발효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에게 발효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연법으로 만나게 된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선조들의 신비로운 지혜가 담긴 발효, 자연 그대로의 균을 활용한 한국의 발효법은 우리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담그는 문화와 삭히는 문화
한국의 전통음식에는 ‘담그는 문화’와 ‘삭히는 문화’가 있습니다. 담그는 과정과 삭히는 과정은 부재료는 다르지만 결국은 발효라는 장르로 귀결이 됩니다. 썩히는 것이 아니라 삭힌다는 의미는 발효가 되었다는 말이고 숙성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썩은 것은 부패이고, 삭힌 것은 발효입니다.
모음의 교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현상을 어사분화라고 하는데 삭힌다는 말과 썩힌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어사분화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갖기도 하고 늬앙스를 다르게도 합니다. 우리말에서 이런 뉘앙스의 느낌을 정확히 보여주는 예가 ‘썩히다’와 ‘삭히다’인데 단순한 모음 교체로 인해 의미가 아주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어느 포인트에서 이와 같이 전혀 다른 뜻이 되고 전혀 다른 모습인 된 것일까요?
자연발효의 신비로움
바야흐로 발효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자연발효의 위대함을 음식을 통해 깨닫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연 어느 포인트에서 정반대되는 결과물을 낳게 되는지 관찰하면서 이 역시도 사랑과 관심이 키워드였음을 깨닫습니다.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관심과 사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법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관심은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래도록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지만 사랑과 관심을 쏟게 되면 곰삭게 됩니다. 이처럼 관심과 사랑 없이 오래되었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관심과 사랑이 새로운 탄생을 선사함을 잊지 않고, 세월 속에서 우리의 삶도 삭혀질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끄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 사람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쉽게 꺾여 버리고 맙니다. 사랑의 에너지로 충만하여 스스로 강해진 자는 균이 들어왔을 때 서서히 발효가 되어 세상을 밝게 만듭니다. 하지만 매사에 외부의 도움으로 강해진 자는 균이 들어왔을 때 악취가 나고 쉽게 썩고 맙니다. 저마다 갖고 사는 무한한 능력들을 약한 마음속에서 썩히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며 자신의 능력을 발효시켜 나아가면서 우리말 썩는 것과 삭히는 것이 보여주는 세상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발효의 계절에 방울증편 만들기
여름은 발효의 계절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발효의 꽃을 피우는 계절에 밀기울을 모아서 누룩을 띄웠고, 특히 장독대를 자주 살폈습니다. 그리고 보리밥과 누룩으로 보리단술을 만들어 먹으면서 무더위를 이겨냈습니다. 보리단술의 발효시간을 늘려서 막걸리를 만들었고, 막걸리는 발효음식을 만드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이번 호에서는 막걸리를 활용해서 만드는 증편에 대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증편은 조선 초기부터 많은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떡으로 여름을 대표하는 떡입니다. 따뜻한 물에 설탕을 녹이고 생막걸리와 섞어서 멥쌀가루에 반죽하여 발효한 뒤 틀에 넣어 찐 떡을 말합니다. 부투라고 하여 밀가루로 찐 증편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증편은 쌀찐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알려 드릴 방울증편은 영증병鈴蒸餠이라 하여 방울처럼 동그랗게 만듭니다. 증편蒸䭏이라는 말은 한자어 뜻을 그대로 빌리자면 수증기에 쪄서 만든 떡을 의미합니다. 지역에 따라 기지떡, 기주떡, 벙거지떡, 증병, 술떡 등으로 불립니다. PH가 낮아 곰팡이 번식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서 여름철에도 잘 상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방울증편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보고자 식용이 가능한 야생화를 이용하여 고명을 올려 보았습니다. 꽃차를 활용해서 장식하거나 생화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특별한 증편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재료
습식 멥쌀가루 600g, 더운물 180g, 생막걸리 180g, 설탕 100g,(식용유 or 무향 오일)
도구
넓은 볼 2개, 주걱, 랩, 방울증편 틀, 찜기, 장식용 식용꽃.
만드는 법
1. 멥쌀가루를 고운체에 2번 정도 내립니다.
2. 50도의 물을 준비하고 설탕을 녹입니다.
3. 설탕이 다 녹으면 막걸리를 섞어서 반죽물을 준비합니다.
4. 체에 내린 멥쌀가루에 반죽물을 붓고 섞어 줍니다.
5. 쌀가루에 멍울이 없이 잘 섞어서 준비합니다.
6. 반죽에 랩을 씌우고 따뜻하게 덮어서 발효를 시작합니다.
7. 1차 발효: 35도에서 4시간 발효하고 잘 섞어서 공기를 뺍니다.
8. 2차 발효: 같은 온도에서 다시 2시간 발효 후 공기를 뺍니다.
9. 3차 발효: 같은 온도에서 1시간 더 발효합니다.
10. 발효를 마치면 공기를 빼고 틀에 넣어 찜기에 올려서 찝니다.
11. 방울증편 찌는 방법
- 약한 불에서 5분 찌기
- 센 불에서 10분 찌기
- 불을 끄고 5분간 뜸들이기
12. 한 김 나가면 윗면에 식용유를 바릅니다.
TIP
- 색을 넣어서 증편을 만들고 싶을 때는 단호박 가루, 딸기시럽, 쑥가루 등을 사용해서 반죽을 합니다. 진하지 않게 연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막걸리를 고를 때는 반드시 생막걸리를 사용해야 하며 제조 날짜를 보고 가장 신선한 막걸리로 준비합니다.
- 발효 시간은 발효 정도에 따라 달라지니 계절에 따라 발효시간을 조절합니다. 여름철에는 실온에서 발효하며 온도를 체크합니다.
- 반죽을 판에 올려 판 증편으로 만들 때는 센 불에서 찌는 시간을 10분 정도 늘려 줍니다.
- 방울증편 틀은 코팅된 스테인리스에 식용유를 발라 반죽을 올렸습니다.
- 틀에 반죽을 넣을 때는 7부 정도만 담아 줍니다.
- 증편은 여름에도 쉬지 않는 떡으로 이틀 정도는 실온에 두고 먹습니다.
- 증편 보관 방법은 쪄서 바로 냉동에 넣어 두었다가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먹거나 찜기에 다시 쪄서 먹으면 좋습니다.
- 증편 위에 장식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식용이 가능한 꽃차, 또는 생화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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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혜령님의 댓글
한혜령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자연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발효음식은 공부가 많이 필요하겠어요.
증편도 너무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