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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는 불상의 미학]
미륵상생보살이 불퇴전법륜을 설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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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  2023 년 4 월 [통권 제120호]  /     /  작성일23-04-05 11:43  /   조회3,44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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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상생경上生經』에 근거하여 수행자가 관미륵보살을 사유관할 때 경험하는 만다라꽃과 천인도상, 미륵불감 천개의 우화도상을 살펴보았다. 도솔천의 만다라꽃은 미륵상생보살이 도솔천 보궁 사자좌에 상생하는 의미이며 천주도상임을 상징한다. 이번 호는 『상생경』에 근거하여 관미륵보살의 피관자被觀者인 미륵상생보살은 어떤 형상이며, 그의 보관과 수인, 협시상의 도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사진 1) 

 

사진 1.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부분 사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미륵상생보살과 화보관

 

『상생경』에 근거하여 미륵상생보살의 형상을 살펴보자. 

 

“미륵의 몸은 자금색이고 백천일의 햇빛처럼 광채가 있다. 그 광채는 도솔천에 이른다. 그의 몸은 금불상처럼 움직이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 거신광에는 수능엄삼매 반야바라밀 문자가 새겨져 있다. (중략) 미륵은 도솔천 칠보대 마니전 사자좌에 홀연히 상생하고 연꽃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32상 80종호를 갖춘 그의 몸은 금색이고 높이가 16유순이다.(주1) 

 

그는 남청색 머리카락과 육계를 갖추고 있다.(주2) 그의 천보관은 백천만억 보석으로 장식되었고, 백만억 색을 분출한다. 그 보색광채 안에 백천 화불이 있다. 각 보살들이 이들을 시중하며, 대보살은 18번 변신하며 천보관 안에 머무른다. 미륵보살의 양미간 사이에 있는 백호白毫에서 광채가 나오고 백 가지 보석색을 함유한다. 32상호에서 각각 오백억 보석색이 나오고, 각 종호에서도 오백억 보석색이 분출된다. (이와 같은 미륵상생보살의) 각 상호와 종호에서 분출되는 84,000 광채는(주3)운무를 일으킨다.”(주4)

 

윈강 13굴 북벽 본존상(사진 2)은 13. 5m 높이의 거불이다. 『상생경』에 의하면 미륵상생보살은 16유순 크기이다(5∼6세기의 1유순은 약 7km이다). 

 

사진 2. 윈강 13굴 북벽 본존상.

 

미륵본존불은 볼륨감 있는 청색 하의를 입고 인동 문양과 격자 문양으로 장식한 대좌에 앉아 있다. 두 발은 X자로 교차되었고 연화좌 위에 놓여 있다. 남청색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고, 높은 화보관은 13굴 천장까지 닿는다. 화보관은 중앙 메달 안에 만다라꽃 장식이 있다. 상반신은 옷을 걸치지 않고 격자 문양 팔찌와 초승달 문양 목걸이의 영락 장식만 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영락 장식은 윈강석굴 보살상의 특징이다. 오른손 수인은 시무외인이며, 네 개의 팔을 가진 작은 천자가 미륵의 오른손을 한 손으로 떠받들고 있다. 그렇다면 윈강 13굴 미륵본존불을 관미륵보살의 피관자라고 간주한다면 그의 시무외인과 높은 화보관, 그의 두 발이 놓인 연화좌는 어떠한 도상 의미를 갖는가? 

 

사진 3. 양산 출토 서울중앙박물관 소장 청동반가상(부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좌), 사진 4. 서산마애삼존불의 왼쪽 협시 반가상(부분). 사진: 고혜련.(우)

 

먼저 화보관을 살펴보자. 윈강 13굴 미륵보살의 만다라꽃 화보관은 양산 출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동반가상(사진 3)의 보관에서 볼 수 있다. 1975년 양산시 물금면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불상이며 크기는 26cm이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고개를 깊이 숙여 사유도상의 특징이 보인다. 머리 위 화보관은 삼면 메달 구조이며, 만개한 꽃문양이 보관 정면에 표현되어 있다. 보관 바로 위에 화불이 앉아 있다. 미륵보관의 화불은 『상생경』에 근거하여 미륵상생보살이 쓰고 있는 천보관의 광채 안에 거주하는 백천 화불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화보관과 화불 구조는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에서도 볼 수 있다.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사진 1)은 2.7m 크기이다. 광배 뒷면에 개원開元 7년(719) 명문이 있어 통일신라 석조미술의 기준이 되는 불상이다. 미륵의 화보관은 세 줄로 표현된 하단 중앙을 꽃문양으로 고정하고 좌우는 화염문 메달 장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관 하단의 꽃문양 바로 위에 같은 크기의 꽃문양 장식이 있다. 이들은 마치 융기된 머리카락 위에서 세 개의 꽃이 솟아오르는 듯하다. 이 중 가운데 꽃 안에서 작은 꽃문양이 겹겹이 무리지어 솟아올라 미륵의 상투 앞에 놓인 화불의 좌대에 이른다. 이와 같은 보관의 작은 꽃문양은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의 협시반가상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 5. 윈강석굴 천인협시상(부분).

 

서산마애삼존불의 왼쪽 협시인 반가상(사진 4)은 1.7m 크기이다. 미륵보살이 쓰고 있는 화보관은 정중앙에 만다라꽃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바로 그 위에 같은 크기의 만다라꽃 문양이 선명하고, 그 주위에 크고 작은 꽃문양 무리가 미륵보살의 두상 한가득 장식되어 있다. 이러한 작은 꽃 장식은 윈강석굴 천인협시상(사진 5)에서도 발견된다. 그의 보관은 중앙에 삼각형이 있고 좌우는 갈고리 모양 장식이다. 보관 너머 두상에는 작은 꽃문양이 한가득 보인다. 천인은 오른손에 꽃송이를 들고 있다.

 

사진 6. 윈강 6굴 서벽 미륵불감.

 

그렇다면 미륵상생보살이 쓰고 있는 만다라꽃 화보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서산마애삼존불 반가상과 감산사 미륵보살입상의 보관과 두상에 표현된 작은 만다라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러한 꽃문양은 지난 호(119호)에 설명한 천주도상의 우화도상과 다른 의미인가?

『상생경』을 보면 도솔천 보궁의 마니보석에서 분출되는 오백억 광채 속에 오백억 연꽃이 있다(T14/452/418c24-25). 이 광채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대자비의 불법이 전해진다고 한다(T14/452/419a2-3). 미륵의 양미간 백호에서 나오는 광채는 백 가지 보석색을 함유하고, 그의 32상호 80종호 특상관에서 각각 오백억 광채가 분출된다. 그 광채 안에 불법을 전하는 연꽃이 있다. 따라서 미륵이 쓰고 있는 만다라꽃 화보관은 불법을 전하는 오백억 연꽃이 표현된 것이고, 미륵상생보살은 설법도상을 의미한다.

 

미륵상생보살과 설법도상

 

『상생경』에 근거하여 미륵상생보살이 도솔천의 사자좌에 앉아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자.

 

“미륵과 함께 모든 천자는 연화좌에 앉아 있다. (이들은) 밤낮으로 6시간 동안 불퇴전법륜을 수행한다.(주5) 한 시간이 지나면 오백억 천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주6) 미륵은 도솔천에서 밤낮으로 천자에게 (불퇴전) 법륜을 설법하고 그들을 제도한다.”(주7)

 

사진 7. 윈강 19굴 입구 동쪽 미륵불감.

 

윈강 6굴 서벽 미륵불감(사진 6)을 보자. 교각본존불은 중앙 메달에 꽃문양이 표현된 높은 화보관을 쓰고 수인은 전법륜인이다. 전법륜인은 석가모니가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녹야원 보리수 아래에서 팔정도와 사성제를 설법할 때의 수인이다. 이를 초전법륜이라 한다. 윈강 6굴 미륵보살은 마치 불퇴전법륜을 돌리는 수인을 취하고 있다. 좌우 협시상은 천인도상이다. 이들은 북위양식 천의를 입고 있다. 우협시는 미륵에게 향합을 공양하고 있고, 좌협시는 합장인을 하고 있다. 천인은 화보관을 쓰고 있으며 작은 꽃문양 장식들이 표현되어 있다. 미륵불감의 천개에는 향합을 공양하는 천인이 미륵을 향하고 있다. 미륵본존불 무릎 아래 높이 좌우에는 승려가 한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있다.

 

윈강 19굴 입구 동쪽 미륵불감(사진 7)의 도상 의미는 본존불 대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승려도상까지 위의 윈강 6굴과 매우 흡사하다. 다만 꽃문양 메달의 높은 화보관을 쓴 미륵상생보살은 양손이 훼손되어 수인을 알 수 없다. 또한 본존불 좌우에 한 손에 꽃을 움켜쥔 천인협시상이 있고, 그들은 아직 보관을 갖추지 못하고 상투머리 모양이다.

 

사진 8. 윈강 5굴 서벽 미륵불감.

 

이와 같이 윈강석굴에서 5세기 말에 조성된 미륵상생보살이 전법륜인을 하고 연화좌에 앉아 있는 미륵도상은 『상생경』에 근거하여 천인에게 불퇴전법륜을 설법하는 설법도상의 의미를 갖는다. 설법도상의 미륵불감은 다음과 같다. 윈강 6굴 중앙 제탑, 윈강 2굴 중앙 제탑, 윈강 5굴 남벽 명창, 윈강 6굴 서벽, 윈강 11굴 중앙 제탑 남면, 윈강 13굴 남벽, 윈강 18굴 남벽, 윈강 19a굴 전실 등 11구에 달한다.

 

그러나 윈강 13굴 미륵본존불의 수인은 전법륜인이 아니라 시무외인을 하고 있다. 윈강 5굴 서벽 미륵불감(사진 8)을 보자. 미륵본존불은 삼각형 장식과 꽃문양이 있는 화보관을 쓰고 있다. 오른손은 시무외인이며 왼손은 훼손되었다. 미륵의 천의는 어깨와 두 팔을 두르고 복부에서 X자로 교차하는 북위양식이다. 대좌 앞 좌우에는 사자가 상체를 돌려 본존불을 올려다보고 있다. 본존불 좌우 협시상은 각 2명의 승려상이다. 승려 협시상은 윈강석굴 미륵불감에서 매우 드물게 보인다. 약 4구의 미륵불감에서 발견되는 승려도상은 미륵상생보살의 내영도상과 함께 다음 호에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위에서 살펴본 윈강 13굴과 윈강 5굴의 교각본존불처럼 연화좌에 앉아 있거나 시무외인을 하고 있는 윈강석굴 미륵도상은 약 30구에 달한다. 이러한 미륵도상이 앉아 있는 미륵불감의 천개와 좌우 천인 협시상을 살펴보면, 천인들은 향합과 꽃을 들고 미륵을 향하고 있거나 합장인을 하고 있다. 즉 이들은 미륵의 설법을 듣고 그에게 공양하는 도상이다. 따라서 5세기 미륵보살 수인 중 시무외인은 전법륜인의 미륵보살과 함께 설법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무외인과 전법륜인의 수인을 갖추고 있는 미륵상생보살이 만다라꽃 화보관을 쓰고 연화좌에 앉아 있는 형상은 설법도상이며, 그는 도솔천에 상생하여 불퇴전법륜을 설법하는 도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서산마애삼존불 반가상, 감산사 미륵보살입상, 윈강석굴 천인상이 쓰고 있는 작은 꽃문양 화보관은 불퇴전법륜을 수행하는 도상 의미를 갖는다. 도솔천의 천인과 승려는 연화좌에 앉아 미륵상생보살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으면 미륵에게 향을 공양하고 꽃을 뿌리며 머리 한가득 만다라꽃으로 불법의 환희를 표현하고 있다.

 

<각주>

주1) 32상相 80종호種好는 부처님의 특상관特相觀을 나타내며 32상은 기본적인 대상大相 이고, 80종호는 소상小相이라 부른다.

주2) 육계肉髻는 부처님의 특상관 중 깨달은 자의 의미이며, 정수리 부분에 솟은 살상투를 뜻한다. 미륵의 경우 정수리 부분에 상투처럼 묶은 머리를 뜻한다.

주3) 이러한 광채는 불상의 광배로 표현된다.

주4)『불설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佛說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T14/452/419c21-420a2).

주5) 미륵이 설법하는 최고 목적은 불퇴전법륜不退轉法輪에 이르는 것이다. 수행자들은 불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주6)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는 더 이상의 완벽한 깨달음은 없는 최상의 바른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주7) 『佛說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T14/452/420a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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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Prof. Heyryun Koh.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학교박물관에서 발굴한 도자기 등 유물을 분류하고 사진작업을 하다가 독일유학을 갔다. 독일에서 장학금을 받고 석사논문 자료수집을 하며 항주대학(현 절강대학) 대학원과정을 수료하였다. 함부르크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학위를 받고,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예술사학과 중국학 복수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뮌헨대학(LMU) 중국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7년 한국에 귀국하였다. 2017년 5월 하이델베르크대학 연구년으로 나가기 전까지 부산대와 단국대학교에 재직하였다. 현재 뷔르츠부르크대학 동아시아학과 한국학 교수(국제교류재단 파견교수)로 재직 중이다.
herion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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