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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금란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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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7 년 9 월 [통권 제7호]  /     /  작성일20-05-06 08:36  /   조회10,681회  /   댓글0건

본문

 


 

수시
앞니에 털이 나고 얼굴 구멍에 살이 없으니
사나운 용의 구슬이 홀로 빛나고 달은 외롭게 밝도다.
한밤중에 가사를 전하니 득실이 서로 반이요
대낮에 꽃을 드니 시비가 어지럽게 일어난다.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름은 이 무슨 심사인가
성품을 보고 도를 깨침은 부질없기 그지없다.
돌연히 한 번 소리침에 허공이 찢어지니
만 골짝 천 개울에 물이 거꾸로 흐른다.

 

고칙

아난존자가 가섭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금란가사(주1) 말고 따로 무슨 법을 전하셨습니까?”
“아난이여!”
하고 가섭존자가 불렀다. 아난이 대답하니, 가섭존자가 말하였다.
“문 앞의 찰간(주2)을 거꾸러뜨려라.”

 

착어

사람에게서 소 한 마리를 얻고 사람에게 말 한 마리를 갚는다.

 

고칙

대각 연(주3) 선사가 송하였다.
“금란가사 말고 다시 무엇을 전하랴.
문 앞의 찰간을 거꾸러뜨린다.
밤이 되니 눈바람이 크게 불어
하늘에 가득 찬 별빛이 달 속에서 차갑다.”

 

얼음은 강 북쪽 언덕에서 녹고
꽃은 나무 남쪽 가지에서 핀다.

 

고칙
수산스님(주4)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신부가 나귀를 타니 시어머니가 고삐를 끄느니라.”

 

먼저 간 사람은 이르지 못하고
뒤에 간 사람은 벌써 지나갔구나.

 

고칙

해인 신선사가 송하였다.
“신부는 나귀 타고 시어머니가 이끔이여
왕가 늙은이가 허공에서 무쇠 배를 탄다.
우물 밑에서 돛대를 다니 바람이 크게 불고
수미산 꼭대기에 물결이 하늘에 치솟는다.”

 

원숭이는 푸른 산봉우리 밖에서 울고
범은 흰 구름 속에서 휘파람 분다.

 

고칙

해회 연(주5)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신부가 나귀 타고 시어미가 끄는 것은 묻지 말고
길에서 고생고생 하지 말아라.
밥 보면 밥 먹고 차 보면 차 마실지니
한 문을 드나드나 전생부터 원수로다.”

 

습득(주6)은 머리 숙여 웃고 한산(주7)은 낯을 들고 본다.

대중들이여, 가섭존자는 성내고 수산은 미치니 석인(石人)이 머리 부서져 삼천리를 달아난다. 삵괭이와 흰 염소는 기뻐 날뛰고 장삼과 이사는 눈물을 거두지 못하니, 말해보라. 이 공안이 필경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는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밤새도록 밝은 주렴 차례로 늘어서니
만리의 노랫소리 태평시절을 말하노라.

 

<사자후 원문: 世尊金襴>

수시
板齒에 生毛하고 面孔에 無肉하니 驪珠獨耀하소 桂月孤朗이로다 子夜에 傳衣하니 得失이 相半이요 日午에 拈花하니 是非紛起로다 殺人放火는 是何心事오 見性悟道는 太甚無端이 라 突然一喝에 虛空裂라니 萬壑千溪水逆流로다

 

고칙
阿難이 問迦葉호대 世尊이 金襴之外에 別傳何法고 迦葉이 召阿難한대 阿難이 應諾이어늘 迦葉이 云 倒却門前刹竿著하라하니

 


得人一牛하고 還人一馬로다

 

고칙
大覺璉이 頌曰 金襴之外에 更何傳고 倒却門前刹竿著이로다 入夜에 雪風이 吹大緊하니 滿天星彩月中寒이라하니

 


氷消河北岸하고 花發樹南枝로다

 

고칙
首山이 因僧問如何是佛고 山이 云 新婦騎驢에 阿家牽이라하니

 


先行不到요 末後太過로다

 

고칙
海印信이 頌曰 新婦騎驢에 阿家牽이여 王老空中에 駕鐵船이로다 井底에 掛帆風勢惡하니 須彌頂上에 浪滔天이라

 


猿啼靑嶂外하고 虎소白雲中이로다

 

고칙
海會演이 上堂에 擧此話云 莫問新婦阿家牽하야 免敎路上波吒어다 遇飯卽飯하고 遇茶卽茶라 同門出入하나 宿世寃家라하니

 


拾得은 低頭笑하고 寒山은 仰面瞻이로다

大衆아 迦葉瞋하고 首山顚하니 石人이 頭破走三千이로다 狸奴白牯는 樂欣欣하고 張三李 四는 淚不收하니 且道하라 這箇公安이 畢竟에 樂在甚處오
 (良久云)

 


夜明簾外에 排班立하니 萬里歌謠道太平이로다
(喝一喝하고 下座하시다)

 

주)
1) 금란가사: 금란은 비단바탕에 금실 모양을 짜 넣은 직물. 부처님 당시 이모였던 파사파제가 부처님께 받쳤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임하여 법을 전하면서 이것을 가섭에게 전했다고 믿으며 정법(正法)의 상징이다.
2) 찰간: 절에서 큰 법회 등이 있을 때, 그것을 알리기 위한 기를 꽂아두는 곳을 말한다.
3) 대각 회련(大覺懷璉 : 1009-1090): 운문종 스님.
4) 수산 성념(首山省念 : 926-993): 임제종 스님.
5) 해회: 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을 말한다. 임제종 양기파 스님.
6) 습득: 당나라 사람. 풍간(豊干)이 적성산에 갔다가 주워 길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천태산 국청사에서 살았다고 한다.
7) 한산: 단나라 사람. 성명은 알 수 없고 항상 천태산 70리 한암(漢巖)의 깊은 굴속에서 살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몸은 바싹 마르고 보기에 미친 사람 짓을 하였으며, 늘 국청사에서 와서 습득과 함께 대중이 먹다 남은 밥을 얻어서 대나무 통에 넣어가지고 둘이 어울려 한암으로 돌아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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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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