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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본지풍광 평석 ② 꽃을 드니 미소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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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6 년 6 월 [통권 제2호]  /     /  작성일20-05-06 08:32  /   조회9,298회  /   댓글0건

본문

 


 

 

수시 
 만약 몸 나누는 법을 알면
      문득 몸 살아나는 길(주1)을 얻나니
      푸른 하늘에 빠른 번개가 급하고
      평지에 흰 물결이 높도다.
      무쇠 나무에서 꽃이 핌은 묘(妙)함이 되지 못하나
      찬 재에서 불꽃이 일어남은 또한 기이하도다.
      길에서 죽은 뱀을 만나거든 때려 죽이지 말고
      밑바닥 없는 광주리에 담아 가지고 돌아오라.
      남쪽 지리산과 북쪽 묘향산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납승(納僧)의 행동하는 곳인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였다.)
     
송   
밤이 짧으니 잠이 부족하고
해가 기니 허기가 심하도다.

 

고칙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자, 가섭존자가 얼굴 가득히 미소 지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그것을 대가섭(大迦        葉)에게 부촉하노라.”

 

착어
스님께서 착어하셨다.
“세존은 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며
가섭은 둘만 알았지 그 하나는 모르니
만길 산꼭대기에 두 칼이 빛나고
천길 바다 밑에 둥근 해 붉도다.
정법안장, 열반묘심은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인고?
손을 맞잡고 가슴에 올리니(주2)
하나는 ‘동(東)’자요 하나는 ‘동(冬)’자로다.
가죽 밑에 피 끓는 사람(주3)이 선상(禪床)을 들어 엎고 대중을 소리쳐 흩어버려도 지당하기는 참으로 지당하나 감히 말하나니 노형(老兄)이 아직 확철치는 못하도다.”

      (이만하면 오늘 법문은 다 마쳤는데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고칙
임제의 정맥이요 양기의 적손인 백운 수단선사가 이 법문을 들어 말했다.
“산승이 힘을 아끼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정법안장을 열어 보이리라.”
손을 들고 두 손가락을 세워 말하였다.


“보아라. 만약 바로 보았으면 모든 일이 함께 한 집이요(주4), 그렇지 못하면 산승이 다시 게송을 설하여 말하리라. 모든 사람들의 법안장(法眼藏)은 많은 성인들도 능히 알 수 없는지라 그대들을 위하여 한 길(주5)을 열어 놓으니 밝은 빛이 큰 당나라에 가득 찼도다.

 

수미산은 바다로 뛰어들고 유월에 된서리 내리도다. 내 비록 이렇게 말하나(주6) 한귀절도 찾을 길 없느니라. 대중들이여, 이미 입안 가득히 말하여 놓고 어찌하여 한귀절도 찾을 길 없다 하는가?”
억!
“몸을 두 곳에 나누어 보라.”7)

 

착어
스님께서 착어하여 말하였다.
“‘몸을 두 곳에 나눈다’ 함은 상신실명(喪身失命)함이 아니요, 뜻이 매우 깊어 알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능히 바로 알면 천칠백 공안을 일시에 뚫어버릴 것이니 등한히 여기지 말라.”

 

해설
모든 사람들의 정법안장은 천 부처님 만 부처님이라도 이것을 알 수 없다. 일체 중생이 모두 그 정법안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정법안장은 석가와 달마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대들을 위해 한 길을 열어 놓으니, 그 광명이 우주에 가득 찼다. 수미산은 달아나서 바다로 들어가고 6월에 어찌 서리가 올 수 있느냐마는 6월에 된서리가 내린다. 단선사가 그때 법회사에 있었는데, 내가 비록 이렇게 말하지만, 내가 한 말도 한 적이 없다. 입이 꽉 차도록 이런 게송을 말해 놓고 어째서 한 말도 한 적이 없다고 하느냐. 이것은 무슨 거짓말이 아니냐? 그러면서 고함을 한번 치는 할을 하면서 몸을 두 곳에 나누어 보라고 했다.

 

내가 처음 수시에서 몸 나누는 법을 알 것 같으면 몸 살아나는 길을 얻는다고 말했듯이, 몸을 두 곳에 나누어 보라고 단선사가 말씀하였다. 그것은 흔히 잘못 보면 몸을 상하고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보겠지만은 그런 뜻이 아니다. 단선사가 처음에 정법안장을 열어 보인다고 말씀해 놓고서는 손가락 두 개를 들고는 몸을 두 곳에 나누어 보라 했다. 그러면 그 몸을 나눈다는 것을 확실히 알면은 부처님의 정법안장이라는 것도 알 수 있고, 가섭이 미소한 것도 알 수 있고, 그 뿐만이 아니라 천칠백 공안과 일체 선지식 모든 조사들의 법문을 확연히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고칙
운문종의 불인 원선사가 송(頌)하였다.
“부처님은 꽃을 들고 가섭은 미소지으니
물밑의 고기요 하늘 위의 새로다.
미륵을 잘못 알아 관음보살이라 하고
다리미로 차를 달이니 그릇이 다르구나.”

 

해설
어째서 미륵보살을 관음보살로 잘못 안다 하며, 다리미와 차관은 뜨거운 물건을 담는 것인데 그릇이 다르다 하였을까? 이 게송의 뜻을 알면 몸 나누는 법을 알 수 있고, 몸 살아나는 법도 알 수 있고, 따라서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뜻도 알 수 있고, 가섭존자가 빙긋이 웃은 뜻도 알 수 있습니다.
     
착어
대중들이여, 한 무리의 늙은이들이 똥을 뿌리고 모래를 뿌려 그대들의 정법안장을 눈 멀게 하고 확탕노탄 지옥으로 떨어져서 살려 달라고 소리지르니 누가 감히 구해 낼 수 있겠는가?
주장자 한번 내려치고 말씀하였다.

 


흰 해오라기 밭에 내리니 천 송이 눈이요
누런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로다.
고함을 치시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해설
위에서 말한 여러 늙은이들이 똥을 뿌리고 모래를 뿌려 모든 대중, 비단 여기 있는 대중들뿐 아니라 미래겁이 다하도록, 일체 중생의 정법안장의 눈을 멀게 하였다. 보통 사람이 볼 때는 참으로 부처님이 좋은 법문을 하시고 가섭이 미소하고, 백운 단선사도 좋은 법문을 하시고 불인 원선사도 참으로 좋은 게송을 지어서 일체 중생의 정법안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내가 볼 때는 그것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똥 덩이를 가지고 남의 눈을 멀게 하고 모래를 뿌려서 남의 멀쩡한 눈을 다 멀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죄가 커서 확탕노탄 지옥에 떨어져서 나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들을 구할 수 있느냐? 마지막 게송의 말을 잘 살려 보시오.
억!

 


1) 몸 살아나는 길(出身路) :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로운 상태로 가는 길을 말한다.
2) 손을 맞잡고 가슴에 올리니 : 원문은 叉手當胸이다. 두 손을 감싸 모아 자신의 가슴에 대는 선승들의 인사법. 여기서는 예의를 갖추어 질문한다는 뜻이다.
3) 가죽 밑에 피 끓는 사람 : 살아 있는 사람의 뜻한다.
4) 모든 일을 함께 한 집이요 : 일을 같이 하는 한 식구라는 뜻이다.
5) 한 길 : 원문은 一線이다. 원래의 뜻은 아주 가느다란 길이란 뜻인데, 선어록에서는 스승이 학인을 제도하기 위하여 친절하게 제시하는 방편을 뜻한다.
6) 내 비록 이렇게 말하나 : 원문은 ‘法華雖恁道’이다. 따라서 ‘내’는 ‘법화경에서’의 의미로 읽어야 할 듯하다.
7) “산승이 ~ 나누어 보라.”는 『오등회원』(19권) 백운수단(白雲守端) 조에서 인용한 것이다.

 

<사자후 원문>


수시
若知分身法이면 便得出身路니 靑天에 迅電急이요 平地에 白浪高로다 鐵樹開花는 未爲妙요 寒灰發燄亦奇哉로다 路逢死蛇莫打殺하고 無底籃子에 盛將歸어다 南智異北香山은 卽不問이어니와 如何是衲僧行履處오
(良久云)

 


夜短睡不足이요 日長飢有餘니라

 

고칙
靈山會上에 世尊이 拈花示衆하시니 迦葉이 破顔微笑라 世尊云 吾有正法眼藏涅槃妙心하야 付囑摩訶迦葉하노라하시다

 

착어
師云 世尊은 但知其一이요 不知其二며 迦葉은 但知其二요 不知其一이니 萬仞峰頭에 雙劒輝하고 千尋海底에 一輪紅이로다 正法眼藏涅槃妙心은 是什麽乾屎橛고 叉手當胸하니 一東二冬이라 皮下有血漢이 掀倒禪床하고 喝散大衆하야도 諦當甚諦當이나 敢保老兄未徹在니라
 
고칙
臨濟正脈이요 楊岐嫡孫인 白雲端이 擧此話云 山僧이 不惜手하고 爲諸人開正法眼藏하리라 乃擧手하고 竪兩指云 看하라 若見得去하면 事同一家어니와 若未然이면 山僧이 重說偈言하리라 諸人法眼藏은 千聖도 莫能當이라 爲君通一線하노니 光輝滿大唐이로다 須彌는 走入海요 六月降嚴霜이니 法華雖恁道나 無句得商量이니라 大衆아 旣滿口道了하고 爲什麽하야 却無句得商量고 乃喝云 分身兩處看하라하니

 

착어
師云 分身兩處는 不是喪身失命也요 甚深難解니 若能透得하면 千七百公案을 一時穿却하리니 莫作等閑看하라

 

고칙
雲門下 佛印元이 頌호대 世尊拈花迦葉微笑하니 水底魚兮天上鳥로다 誤將彌勒作觀音하니 熨斗煎茶不同銚로다

 

착어
大衆아 一隊老漢이 撒屎撒砂하야 瞎却諸人正法眼藏하고 墮在鑊湯爐炭裏하야 叫喚이로다 還救得出麽아 卓拄杖一下云

 


白鷺下田千點雪이요 黃鸚上樹一枝花로다
(喝一喝하고 遂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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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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