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페이지 정보
성철스님 / 2023 년 1 월 [통권 제117호] / / 작성일23-01-05 14:40 / 조회4,653회 / 댓글0건본문
장엄한 법당에서 우렁찬 종소리 새벽하늘을 진동하니, 꿈속을 헤매는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잠을 깹니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빨리 눈을 뜨고 이 종소리를 들으소서.
영원과 무한을 노래하는 이 맑은 종소리는 시방세계에 널리 퍼져서 항상 계속되어 그침이 없습니다. 이 종소리는 천지가 생기기 전이나 없어진 후에나 모든 존재들이 절대임을 알려
줍니다. 이 종소리는 아무리 악독한 생명이라도 본디 거룩한 부처임을 알려줍니다.
무서운 호랑이와 온순한 멍멍이는 이 종소리에 발을 맞추어 같이 춤을 춥니다. 독사와 청개구리, 고양이와 생쥐들이 이 종소리에 장단 맞춰 함께 즐겁게 뛰어놉니다. 피부 빛깔과 인종의 구별 없이 늙은이·젊은이·아이·어른·남자·여자·잘 사는 사람·가난한 사람 모두 함께 뭉쳐서 이 종소리를 찬미합니다.
아무리 극한의 대립이라도 이 종소리 한 번 울리면, 반목과 갈등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본모습을 도로 찾아 서로서로 얼싸안고 부모형제가 됩니다.
이 신비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나무장승 노래하고 돌사람 달음질합니다. 넓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이 종소리에 흥겨워서 즐겁게 뛰노니, 천당과 극락은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이 거룩한 종소리를 듣지 못함은 갖가지 욕심들이 두 귀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갖가지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우리 지구는 극히 미소하여, 먼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성현, 재사, 영웅, 호걸들이 서로 뽐내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진시황의 6국 통일, 알렉산더, 나폴레옹의 세계정벌 등은 거품 위의 거품이라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날뛰는 이들이여! 허망한 꿈속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맑은 하늘 둥근 달빛 속에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소리 우리를 축복하니, 평화와 자유의 메아리 우주에 넘쳐흐릅니다.
- 1987년 1월 1일, 신년법어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오래전 이런저런 일로 서울을 오르내릴 때, 조계사 길 건너 인사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이층집 벽면에 벽을 가득히 타고 올라간 꽃줄기에 주황색 꽃잎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
원택스님 /
-
법안문익의 생애와 일체현성一切見成의 개오
중국선 이야기 54_ 법안종 ❶ 중국은 당조唐朝가 망한 이후 북방에서는 오대五代가 명멸하고, 남방에서는 십국十國이 병립하는 오대십국의 분열기에 들어서게 되었고, 이 시기에 남방에…
김진무 /
-
검선일여劍禪一如의 주창자 다쿠앙 소호
일본선 이야기 21 일본 역사의 특이점은 1192년 가마쿠라 막부로부터 1868년 메이지 혁명에 이르기까지 무사의 통치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이다. 왕이 존재함에도 …
원영상 /
-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⑤ - 연교演敎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9 삼승차제연금언三乘次第演金言삼승차제로 금언金言을 연설한다 말입니다. 삼세여래역공선三世如來亦共宣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역시 삼승차제를 가지고 법…
성철스님 /
-
붓다, 빛으로 말하다
밤하늘 남쪽 깊은 은하수 속, 용골자리 성운은 거대한 빛의 요람처럼 숨 쉬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적외선 눈은 그 안에서 막 태어난 별들의 울음과 죽음을 준비하는 거대한 별의 고요한 숨을 …
보일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