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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불교윤리 ]
불교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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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결  /  2025 년 5 월 [통권 제145호]  /     /  작성일25-05-04 22:14  /   조회11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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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성립 당시의 지역, 문화, 시대, 역사, 사상, 환경적 요소들이 상호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형성된 우리들의 영원한 지적 자산이다. 불교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 만큼 불교 역시 발상지인 인도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종교체계라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겠다. 이는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인 붓다의 교설에도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 진리와 함께 21세기적 시대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어떤 한계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500여 년 동안 불교가 여성의 사회적 및 종교적 지위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페미니즘(feminism)의 가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작금의 시점에서 불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종의 도덕적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경전 속의 언급들

 

붓다가 활동하던 시기의 고대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모든 측면에서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다는 기록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남성지배 사회 속에서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되었고, 성차별을 당했으며, 가족 안팎의 남성들로부터도 천대받았다.(주1) 특히 여성들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아라한이나 붓다와 같은 높은 정신적 경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사진 1. 피터 하비(Peter Harvey, 1951∼).

 

피터 하비(Peter Harvey)는 다양한 경전들에서 불교가 여성의 근본적인 한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근거들을 발췌, 인용하고 있다. 예컨대, 여성은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깨달은 사람인 아라한이나(MN.Ⅲ.8) 거대한 영토를 자비와 정의로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DN.Ⅱ.141). 이외에도 33 천신들의 제왕인 제석천(Sakka)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인 마라(Māra), 그리고 세 번째 천상의 통치자인 대바라문(Mahābrahmā)이 되는 것도 불가능했다(DN.Ⅰ.249-51;MN.Ⅲ.101-2; DN.Ⅰ.18). 왜냐하면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① 핵심적인 지식의 발견과 가르침을 펴기 위한 자비로운 지도력 

② 거대한 영토에 대한 지배력

③ 선의 집행에 있어서 단호함과 구체적인 행동

④ 악을 징계할 때 보여주어야 할 과단성

⑤ 자애로움 및 자비심과 연계된 권력의 행사 등에서 절대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이다.(주2)

 

그래서 붓다는 아난다로부터 여성들은 “왜 정의로운 법정에 앉지 못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없으며, 모든 행위의 본질에 도달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들은 천성적으로 지혜가 부족할 뿐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탐욕스러우며 질투심이 강한 존재들이라고 응수했던 것이다.”(AN.Ⅱ.82-83).(주3)

 

사진 2. 앨리스 콜렛(Alice Collett).

 

더 나아가 『본생담선집(Jātakatthavaṇṇanā)』에 묘사되고 있는 여성의 자연적 본성은 훨씬 더 부정적이다.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악하고 … 당신에 대해 불온한 음모를 꾸민다.”(Jāt.6, It.128); “여성들은 음탕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저열하고, 천박하다.”(Jāt.61, It.285); “모든 여성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악해진다.”(Jāt.62, It.289); “여성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잘 속인다.”(Jāt.63, It.295); “여성들은 무기력하고 부도덕하다.”(Jāt.64, It.300); “여성들은 모두에게 공용이며[성적인 난잡함], 이러한 부도덕성이야말로 그들을 정의한다.”(Jāt.65, It.301-302); “여성들은 지칠줄 모르는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Jāt.120, It.440) 등등.(주4) 다른 말을 더 보탤 필요도 없이 여성들은 타고난 본성이 사악하고 음탕하며 또 기만적인 성품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언급들만으로는 불교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곧바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는 경전 속의 언급들

 

전통적인 고대 인도 사회에서 여성들은 신성한 베다 경전을 읽을 기회를 금지당했으며, 남성들과 함께 있지 않으면 공양물을 바치거나 신을 경배하는 의식마저 치를 수 없었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통제관리를 받아야 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절대복종해야 했으며, 노년에는 장성한 아들의 보호감독을 받도록 제도화되어 있었다. 여성의 삶은 말 그대로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사진 3. 호너(Isaline Blew Horner, 1896∼1981).

 

그러다 붓다의 등장과 불교 종파의 성립은 이와 같은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불교는 여성들의 개인적 능력과 공동체 내 지위가 다른 남성과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호너(I. B. Horner)는 초기 불교 경전들 속에서 발견되는 성적 평등의 인식과 사례들을 친절하게 정리한 바 있다. 

 

① 붓다는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 모두를 위한 깨달음을 성취했으며(SN.Ⅰ.196) 또한 이 네 부류 즉 사부대중의 구성원 모두에게 다르마를 가르쳤다.

② 이 네 가지 집단 구성원의 덕과 악덕은 불교적 지식과 실천의 지속 또는 소멸에 서로 비슷한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AN.Ⅲ.247). 그러므로 승가는 ‘지혜를 얻기 위한 수행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르마에 따라 실천할 것을 (…) 확신하고 있는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 또는 우바이에 의해 ’등불이 밝혀지며(AN.Ⅱ.8)’, 나아가 똑같은 종류의 덕과 악덕이 남성이나 여성을 지옥이나 천상으로 이끈다(AN.Ⅴ.283-7).

③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한 정신적 한계 및 정신적 능력 양자 모두를 소유할 수 있다.

④ 비구니들은 비구와 똑같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

⑤ 붓다는 자신이 다르마를 가르쳤던 비구와 비구니, 그리고 우바새와 우바이가 ‘이를 정립하여 설명하고, 분석하여 명확하게 만들기’ 전까지는 결코 열반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DN.Ⅱ.104,113).

⑥ 붓다는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가르침을 베풀었으며, 때로는 여성들을 가르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나서기도 했다.(주5)

 

사진 4. 암바팔리가 기증한 망고나무 동산. 사진: Leiden University Libraries.

 

여기서 엿볼 수 있는 붓다 자신의 여성관은 오늘날의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더라도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더 극적인 사례는 붓다가 유명한 창녀였던 암바팔리와의 선약을 지키기 위해 콧대 높은 집안 젊은 남성들의 거듭된 식사 초대를 여러 번이나 거절했다는 일화이다(DN.Ⅱ.96-7).(주6) 

 

이처럼 붓다는 상대방의 사회적 신분과 관계없이 사부대중을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고 있었다. 붓다의 이런 태도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 보아 상당한 비난을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출가 사문이 창녀와 식사 약속을 하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명문가 자제들의 식사 초대를 거절한 것은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높게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불교는 여성과 인간 미래의 영원한 친구다

 

그러나 불교가 전파되는 2,5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붓다의 이런 인식과 실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불교는 그것이 전해진 지역들의 문화적 특수성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나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붓다의 평등주의적 여성 관념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가 포함된 유교문화권에서는 아무래도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유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나머지 불교 교단 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에 반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불교의 대여성관이 평등주의적인지 혹은 차별주의적인지는 앞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많은 논의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5. 피터 하비 저, 허남결 역 『불교윤리학 입문』(씨아이알, 2014).

 

다만 개인적으로는 비폭력(ahiṃsā)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붓다의 가르침이 여성 일반을 인간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았던 종교전통으로 규정하고 싶다.(주7) 우리는 실제로 초기 경전들에는 여성의 정신적 잠재력과 성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언급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주8) 

 

지금과 같은 첨단 과학 디지털 사회에서 불교가 여성들의 능력과 자질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시대적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피터 하비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특수한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여성들의 잠재적 능력이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던 사례들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불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적이거나 불행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던 여성들의 지위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앨리스 콜렛(Alice Collett)은 어떤 불교 전통이나 종파에서 “여성의 열등성(female inferiotrity)에 대한 관념을 고수하는 것은 (…) 전통 교학과 무관한 것이자 불교윤리나 도덕적 의사결정의 토대가 되는 원리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여성의 열등성’ 테제는 불교의 근본적인 원칙이라기보다는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접촉했던 수많은 사회문화적 규범과 가치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특정 지역의 불교 교단 내에서는 여성차별 문화가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어떤 종교의 성립과 발전은 그 사회의 역사·문화적인 종합 산물이다. 그런 만큼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움직임들이 불교 안에서도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기회에 붓다의 위대한 가르침이 여성 일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미래와도 영원히 함께할 다정다감한 친구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각주>

(주1) 불교와 여성 또는 불교전통 내에서의 성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Rita M. Gross, 

“Buddhism and Feminism: Toward Their Mutual Transformation”, The Eastern 

Buddhist(April, 1986), no.19(1), pp.44∼58; Deepika Deshwal, “Influence of Buddhism On Feminism in the Modern Society”, https://orcid.org/0000-0002-7007-035X, pp.4∼8; 피터 하비 저, 졸역, 『불교윤리학입문-토대, 가치와 쟁점』(서울:씨아이알, 2014), pp.647∼746;Alice Collett, “Buddhism and Women”, in Daniel Cozort, James Mark Shields eds., The Oxford Handbook of Buddhist Ethics(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pp. 553∼566 등을 참조할 것.

(주2) 피터 하비 저, 졸역(2014), pp.678∼681.

(주3) Alice Collett(2018), p.554에서 재인용.

(주4) Alice Collett(2018), p.555에서 재인용.

(주5) I. B. Horner, Women Under Primitive Buddhism: Laywomen and Almswomen(London:Routledge&Kegan Paul, 1930; reprinted 1975, Delhi, Motilal Banarsidass), pp.287∼288. 피터 하비 저, 졸역(2014), pp.653∼654에서 재인용.

(주6) 피터 하비 저, 졸역(2014), p.654에서 재인용.

(주7) Alice Collett(2018), pp.552∼553.

(주8) Alice Collett(2018), pp.553∼563. 더 구체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피터 하비 저, 졸역(2014), pp.654∼746 참조. 저자는 경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불교가 일부 학자들의 평가와는 달리 여성의 깨달음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주9) 피터 하비 저, 졸역(2014), pp.745∼746.

(주10) Alice Collett(2018),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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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결
동국대 국민윤리학과 졸업(문학박사). 영국 더럼 대학교 철학과 방문학자 및 동국대 문과대 윤리문화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로 있다. 역저서로는 『불교윤리학 입문』, 『자비결과
주의』, 『불교의 시각에서 본 AI와 로봇 윤리』 등이 있고, 공리주의와 불교윤리의 접점을 모색하는 다수의 논문이 있다.
hnk@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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