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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병오년의 새해 바람, 뒤처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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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6 년 1 월 [통권 제153호]  /     /  작성일26-01-04 21:28  /   조회22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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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올해의 마지막 아비라기도를 회향하고 동안거 결제까지 하고 나니 백련암은 고요함이 가득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마침 겨울 햇살을 벗삼아 토요일자 중앙선데이를 펼쳐 보려고 하는데, 월간 《고경》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성철사상연구원 서재영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스님, 내년 1월호 목탁소리 원고를 보내주셔야 합니다. 새해는 붉은 적토마의 해라고 합니다. 신도님들이 적토마처럼 힘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부처님의 큰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사진 1. 새해를 반기듯 흰눈이 내려앉은 백련암의 고요한 풍경.

 

인간과 어항 속 금붕어

 

을사년 송년인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신년호라니, 참 세월이 빠르구나 싶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다탁에 펼쳐진 신문 지면 속 글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난 손정의 회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가 정의하는 ASI는 인간의 두뇌보다 1만 배나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의미한다”며 “다음번에 임박한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어항 속 금붕어의 두뇌를 비교한다면 인간의 두뇌가 1만 배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노벨문학상까지 ASI가 석권하는 상황이 오겠느냐”고도 묻자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략) 이날 정부는 영국의 글로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과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교육기관인 ‘ARM 스쿨’(가칭)을 국내에 설립해, 반도체 설계 인력 1,400여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소프트뱅크가 지분 90% 가량을 보유한 대주주다. 정부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우선 후보로 석·박사 400명과 기업 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2025년 12월 6일자 <중앙선데이> 발췌

 

그렇다면 금붕어와 초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서로 대결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하는 망상에 빠져들면서, 그 순간 저의 생각은 1951년 봄 대구 달성국민학교 입학식장에 가 있었습니다.

 

한글 교육이 없던 부모 세대의 문맹률

 

그 당시 대구는 지금 경부선이 지나가는 철도를 양갈래로 해서 북쪽으로는 대구국민학교, 대구중앙국민학교, 대구남산국민학교, 대구수창국민학교가 있어 우등 학생들이 많았고, 남쪽으로는 대구달성국민학교, 비산초등학교 등이 빈한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2. 1990년대 286 컴퓨터.

 

입학식이 열리기 전, 한쪽에 한 어린이가 쭈그려 앉아 있고 그 옆에는 한 어른이 서 계셨는데, 그 어른이 뭐라고 소리를 내면 아이가 받아서 마당에다가 글자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 글자가 한글이 아니라 한문이어서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것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참 보다가 어머니께 꿀밤을 한 대 된통 얻어맞고는 입학식에 참석한 기억입니다. 당시는 전쟁중이라 학교에 가봤자 교실도 제대로 없어서 반별로 모여 담임 선생님을 따라 산비탈에 자리를 정해 앉아서 수업을 받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1학년, 2학년, 3학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한글 실력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아 나라가 독립된 지 얼마 되지를 않아서 집안의 부모님들이나 친구 부모님들도 일제강점기에 제대로 한글을 배우지 않으셨기에 거의 90% 가까이가 한글을 모르셨습니다. 소납의 어머니도 다른 욕심이 없어서 학교에서 받아온 글씨쓰기 숙제를 한다고 저녁까지 끙끙거리고 있으면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한다’라고 하며 무척 좋아하셨던 기억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못 배운 한을 불사르기라도 하듯 온 힘을 다해 자식 뒷바라지를 해서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졸업을 시켜도 부모님들의 학벌은 변변치가 못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처지였지요. 지금이야 전 국민 중에 문맹자가 1%가 될까 말까 하겠지만 소납이 대학교를 졸업하던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국민의 20% 정도가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랐다고 합니다.

 

1990년대 초 해인강원 스님들에게 컴퓨터를 장만해 준 컴맹

 

출가 후 백련암의 시간과는 달리 바깥세상은 빠르게 변화했고, 법전스님께서 해인사 주지를 하시게 되어 큰스님의 명命으로 해인사 총무국장에 임명되어 1990년 2월에 백련암에서 해인사로 내려갔습니다. 

 

사진 3.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진: 국가유산포털.

 

그때 소임을 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해인사에는 현존하는 세계 대장경 중 가장 오래된 팔만대장경이 모셔져 있는데, 강원스님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켜서 대장경을 인터넷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시대를 앞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자도 칠 줄 모르는 소납이 강원 학인들에게 컴퓨터 2~3대를 장만해 주었습니다. 학인 스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그때 학인 중에서 최고의 노력을 보였던 스님이 지금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을 하는 주경스님으로, 당시도 최고의 실력자로 이름을 떨쳤던 기억입니다. 

그때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오늘 82세에 이르도록 컴맹으로 사니, 제 어머님의 문맹 수준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뒤처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내보시길

 

소납은 “컴퓨터가 더더 발전하면 타이핑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야말로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입력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바람이 눈앞에 현실화되고 있는데, 기다리기만 했을 뿐 컴퓨터의 On-Off도 모른 채 아무 노력 없이 살아온 원택이까지 구제해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언급처럼, 인간이 어항 속 금붕어 신세로 떨어지는 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이 워낙 급변急變하니 어쩌면 그 시기가 10년 안에 턱밑에 도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시대 변화는 구석기, 신석기 등 역사시대로 나눠질 수 있는 속도전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사진 4. 병오년의 상징 적토마(AI로 생성한 이미지).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에도 탈종교화의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도 늘 《고경》을 아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며 소납이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어항 속 금붕어가 되어 인공지능을 잘 쓰는 젊은이들이나 1만 배나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에게 벼락 맞는 일이 없도록 ‘뒤처짐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적토마처럼 용기를 내어 변화하는 시대를 잘 따라가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아울러 우주의 연기 원리를 깨달으신 부처님께서 이 어진 중생들을 자비롭게 보살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끝으로 지난해까지 주옥같은 내용으로 『고경』의 지면을 풍성하게 꾸며주신 오강남 교수님, 박태원 교수님, 허남결 교수님께서 월간 『고경』의 독자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더불어 병오년부터 ‘본지풍광의 이해와 실천’을 연재해 주실 강경구 교수님, ‘불교명상의 세계적 흐름’을 연재해 주실 조은수 교수님, ‘한국불교의 명구 명문’을 연재해 주실 박해당 교수님, ‘우리 전통음악 속의 불교’를 연재해 주실 남화정 작가님은 깊이 있고 품격 있는 내용으로 지면을 채워주시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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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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