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저편 티베트 불교]
아득히 멀고 먼 따왕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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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 2025 년 2 월 [통권 제142호] / / 작성일25-02-04 10:41 / 조회136회 / 댓글0건본문
따왕사원이 자리 잡은 아루나찰주는 아득히 멀다. 거대한 인도대륙에서도 최동북부에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이름마저도 ‘해가 뜨는 곳’으로 불린다. 북쪽으로는 티베트, 남쪽으로는 방글라데시, 동쪽으로는 미얀마, 그리고 서쪽으로는 부탄왕국에 접해 있다. 마치 부탄왕국 뒤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국 인도와는 ‘실리구리 통로(Siliguri Corridor)’로 겨우 연결된, 외로운 히말라야 산속의 외톨이 땅이다. 그렇기에 따왕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인도 국내선을 타고 아쌈주(Asam D.)의 구와하띠(Guwahati)나 떼즈뿌르(Tezpur) 공항에서 내려 지프차로 갈아타야 한다.
힘들게 아쌈주까지 갔다고 해도 또 다른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제한지역 방문허가증(PAP)’이다. 여행허가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외국인은 반드시 ‘외국인용 허가(Protected Area Permit)’가 필요하단다. 물론 바가지요금이다. 필자도 2박 3일만에 허가증을 받으면서 들은 말은 “한국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다음은 따왕까지 가는 합승 지프[Share Jeep]을 수소문하여 가격 흥정을 해놓고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떼즈뿌르에서 따왕까지는 약 330km거리에 대략 12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오밤중에 내리면 숙소 잡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가는 동안 운전기사에게 부탁하여 사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옛 티베트의 영토 ‘묀율’
현 아루나찰은 중세기 때부터 티베트 땅으로 ‘묀율(Mön Yul)’로, 사람들은 ‘묀빠(Mönpas)’라고 불렀다. 「티베트 연대기」에 따르면 9세기경 붕괴된 토번제국 왕의 후손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소왕국을 세웠기에 지금도 겉으로는 인도 땅이지만 ‘속으로는’ 티베트이다.
17세기에 들어와서 ‘법왕제도’를 확립한 위대한 제5대 달라이 라마 롭상 갸초가 ‘묀율’을 다스리기 위해 복합행정 중심지인 ‘종(Dzong)’이라는 요새를 만들었다. 당시 사원은 별도로 라마승을 주로 하는, ‘까또(Kato) 의회’를 두어 사원을 자체적으로 관리해 왔다. 지금도 그런 제도는 유효하여 비록 주인은 바뀌었어도 옛날 티베트적 제도는 살아 있다.
영국의 식민지 통치가 끝난 후 인도는 1947년에 독립하였고 붉은 중국도 1949년에 건국하면서 티베트 본토를 차지했지만, 따왕이 속한 아루나찰은 1987년 2월 20일에 인도의 한 주州(Dist)로 편입되었다.
그 배경은 1914년 북인도 심라(Simla)에서 열린 영국, 인도, 티베트의 ‘3자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티베트는 언어와 문화권을 기준으로 국경선을 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영국령 인도의 외교장관이던 헨리 맥마흔은, 히말라야 남쪽에 있는 아루나찰을 인도 영토로 편입시키자고 제안하였다. 티베트로서는 자국이 통치하던 일부 지역을 인도로 넘겨주는 국경선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독립을 위해서는 영국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심라조약’에 서명했고, 이어서 영국이 설정한 이른바 말썽 많은 ‘맥마흔 라인(McMahon Line)’이 지도 위에 그어졌다.
그러나 중국은 이 ‘라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당시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인도가 군사초소를 설치한 것을 계기로 여러 차례 무력충돌을 일으켰고 이런 상황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러니까 ‘묀율’은 원래 티베트 땅인데, 중국과 인도가 현재 서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곳이 어디 여기뿐이랴? 티베트 본토는 차지하고라도 라다크, 시킴, 무스탕, 부탄왕국도 모두 같은 처지인 것을….
백마가 선택한 거찰 따왕사원
아득히 멀고 높은 3,300m에 위치한 따왕사원에는 한때는 700여 명의 승려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450여 명의 겔룩빠 승려들이 있다. 이런 규모라면 인도대륙 최대의 사원이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사원이라는 말이 허황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문화대혁명’ 때 피해를 받지 않았던 몇 안 되는 곳이어서 문화재 보호차원에서도 귀중한 사찰이 아닐 수 없다.
따왕의 정식 명칭은 ‘따왕 걀단남걀 라쩨(Tawang Galdan Namgyal Lhatse)’이다. 풀이하자면 ‘따왕’은 ‘말에 의해 선택된’ 뜻이기에 ‘백마가 점지한, 완전한 승리의 신성한 낙원’이라는 뜻이다. 17세기 위대한 제5대 달라이라마 롭상 갸초(Nagwang L.G.)의 원력을 성취하기 위해 파견된 메라 라마(Mera Lama)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 메라 라마는 막강한 실권자가 원하는 최고의 사원을 세우기 위해서 최고의 명당자리를 찾아 오랜 기간 히말라야를 돌아다니다 지쳐서 동굴에서 명상에 들어 어떤 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백마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 난감한 처지에 빠져 우선 말을 찾아 헤매다가 자기 백마를 찾아내긴 했는데, 글쎄 그곳에서 서기瑞氣가 뻗치는 것을 보고 ‘숙세의 인연터’라고 확신하고 사원 건립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따왕사원의 배치도는 매우 특이하다. 천하의 명찰, 대찰을 두루 섭렵한 필자의 눈에도 매우 이채로운 구도였다. 사원은 3층 구조로 65개의 주거용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282m에 달하는 여러 겹의 벽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 많은 건물들 사이를 시원한 도로가 연결하고 있다.
의식이 거행되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중요한 건물들이 배열되어 있는데, 크게 6개 건물군으로 구성된 사원을 올려다보면 마치 히말라야 위에 왕관을 씌워 놓은 듯 보이기도 하여 웅장하고 성스럽다.
사원 중앙마당으로 들어서면 먼저 까까링(Kakaling) 대문에 이른다. 마치 우리 법당의 ‘닫집’을 연상시키는 복합구조의 이 대문은 각종 오색 만다라로 현란하게 꾸며져 있고, 그 주위로 각종 수호신들이 사원을 굳게 지키고 있는 듯 서 있다.
중앙광장 끝에는 두캉라캉(Dukhang Lhakhang)이 우뚝하다. 우리의 대웅전같이 사원의 무게 중심을 이루는 건물로써, 모든 승려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 이용되는 큰 법당이다. 이 두캉 안에는 거대한 미륵불상이 자리 잡고 있는데, 불상의 크기가 거대해서 2층에서 내려다보아야 불상의 전부가 파악될 정도이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면, 따왕사원과 겔룩빠 종단 그리고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인연에 대해서다. 성하는 1959년 망명길에 처음 인도로 들어와 따왕사원에 도착하여 인도 본토로 이동하기 전에 며칠 동안 이 사원에서 머무르셨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2009년 11월 8일 따왕사원을 방문하였고, 또다시 2017년에도 방문하여 거창한 법회를 여는 각별한 관심을 과시하고 있어서 중국 당국의 촉각을 세우게 하고 있다.
참, 이곳 어딘가에 비운悲運의 제6대 달라이 라마 잠양 갸쪼(Tsangyang Gyatso, 倉央嘉措, 1683∼1707)의 생가도 있으니, 이곳 따왕은 겔룩빠 종파와는 인연이 깊은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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