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사막이 숨긴 불교미술관 ]
돈황 막고굴 석가모니 설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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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 2025 년 2 월 [통권 제142호] / / 작성일25-02-04 10:50 / 조회216회 / 댓글0건본문
석가모니 설법도는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으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모습을 묘사한 불화로 〈영산회상도〉, 〈석가불회도〉, 〈석가영산회도〉, 〈영산회상탱〉 등으로 불린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사르나트로 가서 첫 설법을 했다. 이 설법은 ‘초전법륜初轉法輪’, 즉 처음으로 법륜을 굴린 설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시며 지혜롭게 사는 길을 말씀하셨다. 일생을 중생교화衆生敎化를 위한 설법으로 일관하신 것이다. 돈황 막고굴 벽화에는 이런 부처님의 설법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설법도說法圖’가 아주 많이 그려져 있다.
시무외인의 석가모니설법도
막고굴 제272굴 〈석가모니설법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우견편단의 가사를 입고, 오른손은 가슴 앞에 시무외인을 취하고, 왼손은 가사의 한쪽 끝을 잡고 금강좌金剛座에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양쪽에는 보살과 제자들이 협시하고 있으며, 부처님 머리 위에는 천개가 걸려 있고, 비천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막고굴 벽화 중 가장 초기의 설법도로서 구성과 인물 배치 등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은 불교의 여러 수인 중의 하나로, 모든 생명체에게 두려움 없이 베푼다는 것을 상징한다. 손의 모양은 오른쪽 팔을 약간 직각으로 가슴 앞으로 구부리고,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뻗어 있으며, 손바닥은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는 자세이다. 이 시무외인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를 편안하게 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시무외施無畏’라고 한다.
불교에서의 수인手印의 유래는 부처님 당시 설법 광경에 대해 경전을 결집할 때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 손짓은 이러이러한 모양을 지으셨다.”와 같은 증언을 채집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이 경전 내용의 손짓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 수인이다. 우리도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굳은 자세로 입으로만 말하지 않고 손짓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중에게 호소력도 더 크지 않은가?
교수交手 석가모니설법도
〈사진 1〉의 불설법도 화면에는 석가모니불과 보살이 아름다운 연못의 연꽃 위에 서 있으며, 부처님의 몸은 늘씬하고, 통견의 가사를 두르고 가슴 앞에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잡고 서 있다. 협시보살은 삼주三珠보관(머리장식)을 쓰고 스카프를 걸치고, 긴 치마나 가사를 입고 우아한 자태를 취하고 있다. 그 위에는 장식을 위한 수두獸頭(머리 최상단의 머리장식)가 보개寶蓋를 물고 있는 듯하고, 좌우에는 두 마리의 용으로 장식되어 있고, 양쪽에는 비천들이 춤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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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는 영취산靈鷲山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산 앞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붉은 가사를 입고 설법인을 하고 수미좌에 앉아 있다. 양측에는 보살과 제자들이 협시하고 있으며, 역사力士는 전투복 차림에 금강저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수미좌 앞의 연못에는 맑은 파도가 출렁이며 연꽃이 피고, 화생化生과 원앙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영취산은 불교의 성지로 인도 비하르의 갠지스 평원과 보드가야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녹야원(사르나트)에서 초전법륜을 설하신 후, 현지 마가다 왕국의 왕이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대하여 산 정상 근처의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어 제공했는데, 그 후 부처님은 거의 50년 동안 이곳에서 수행과 설법을 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만망상縵網相 석가모니설법도
〈사진 3〉은 북위시대 막고굴 제248굴의 〈석가모니설법도〉이다. 이 설법도에는 불, 보살, 비천, 본생도 등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에서 역강한 힘이 느껴진다. 석굴 형식은 ‘후진불감식後陳佛龕式’으로 방형 또는 장방형의 석실이다. 정면 벽에는 감실을 마련하고 그 안에 미륵불과 보살상을 봉안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3단 구조로 좌우 벽면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과 일대기를 그린 〈불전도佛殿圖〉와 〈본생도本生圖〉가 그려져 있다. 이와 같은 표현으로는 북위시대 제257굴의 남쪽 본존불이나 260굴 등 다른 벽화에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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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 천개天蓋 아래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결가부좌로 연화좌에 앉아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향하고 손가락 사이에는 만망縵網이 붙어 있다. 이는 부처님의 32상 중 하나이다. 양쪽에는 19명의 보살이 협시하고 있는데, 가사나 반라의 치마를 입고 있다. 이 두 가지 의상을 서로 번갈아 입고 있으며 설법을 들으면서 즐거운 감탄과 춤을 추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은 초기 돈황석굴 벽화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된 대형 〈설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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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는 제428굴 북주시대 석굴로, 석굴의 규모는 남북조시대 석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천장은 박공식 구조로 마치 법당 안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전실을 거쳐 주실로 들어오면 반은 예불자를 위한 공간이며, 뒤편에는 중심 탑주가 있다. 탑주 기둥 4면에는 감실을 열고 불상을 모셨다. 중심 탑주 안쪽에는 석가모니의 본생담이 길게 전개되었다. 꽃으로 장식된 화개花蓋 아래 석가모니 부처님은 결가부좌로 좌정하고 우견편단에 손은 시무외인을 하고 설법하는 장면이다. 도상의 상호는 풍만하고 네모난 얼굴이며 장엄하고 숙연한 모습으로 양쪽에 보살이 협시하고 있는데, 얼굴의 눈, 미골, 코, 턱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 서역식 양식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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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는 막고굴 제251굴로 초창기 북위시대(445∼534)에 만들어졌다. 벽화는 특이하게 천인지天人地 삼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람 인人 경사면 아래 산 모양의 공간에 불상과 벽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협시보살 2명, 공양보살 4명, 비천 4명이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오른손은 시무외인 왼손은 가사 단을 잡고 결가부좌로 연꽃좌 위에 앉아 법을 설하니, 두 보살이 연꽃 위에 서서 머리를 숙이고 경청하고 있다. 천개 위에서는 천궁의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있다. 이 벽화는 후기 인상파나 야수파의 그림이 연상되며 강렬하고 원색적이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이 주색이며, 하늘색을 사용해서 종교적 경건함이 느껴진다.
사라쌍수 석가모니설법도
〈사진 6〉은 제244굴로 수나라 말기에서 당나라 초기(581∼618)에 만들어졌다. 석실에는 삼세불이 모셔졌으며, 중앙에는 석가불이 있고, 좌우에는 과거 연등불과 미래 미륵불이 있다. 그 사이에는 가섭과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다. 특징으로는 석가와 미륵 사이에 아난과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다는 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시무외인을 하고 결가부좌로 팔각 수미좌에 앉아 설법 중이다. 양측에는 제자와 보살들이 협시하고 있는데, 연꽃이나 경전을 들고 있다. 천개 옆에는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데, 가지가 번성하고 잎이 무성하며 비취색이 선명하다. 구성은 엄정하고 화면은 정교하고 섬세하며, 색상은 순수하고 질박하며 청선하고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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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은 1907년 영국인 스타인Stein이 돈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가져간 것이다. 이 그림은 막고굴 제17굴에서 출토된 가장 초기이자 가장 잘 보존된 그림 중 하나이며, 돈황 석굴 벽화에 나오는 수隨나라와 당唐나라 초기의 정토변 및 설법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주존불이 아미타불阿彌陀佛이고, 그 옆에 협시가 관음과 대세지라고 보기도 하지만, 주존이 석가모니불인 것으로 확증되는데, 설법인은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의 공통된 수세手勢(두 부처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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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는 역사상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승보살 외에 소승을 대표하는 비구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여섯 비구가 석가모니불이 주존불임을 식별하는 주된 근거가 된다. 그 밖에 이 그림은 독특한 양식은 없으나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인물, 특히 비구 스님의 머리를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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