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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봄빛 담은 망경산사의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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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5 년 4 월 [통권 제144호]  /     /  작성일25-04-04 10:48  /   조회6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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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서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두렵고 막막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 생각 달리해서 보면 사막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무한한 갈래 길에서 선택은 자신의 몫입니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어서 가는 길이야말로 ‘나의 길, 나의 것’이 되는 셈입니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에 위치한 해발 800고지의 사찰 망경산사 스님들께서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망경산사는 망경대산 중턱에 위치한 산사입니다. 백두대간 함백산을 모산으로 두위봉을 지나 질운산과 예미산을 거쳐 수라리재에서 잠시 내려와 다시 힘차게 솟구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아래 망경산사는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진 1. 봄빛 눈부신 망경산사의 4월 풍경. 
사진 2. 봄꽃 곱게 핀 망경산사 공양간 앞 풍경.

 

첩첩산중에 위치한 망경산사는 모두가 떠나고 없는 비포장도로의 탄광마을을 지금의 망경산사로 만들어 나가며 선농일치의 삶을 살고 계시는 스님들의 원력이 담긴 도량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고, 해발 800고지까지 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은 오르막 길의 연속입니다. 그야말로 길이 없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만들어 간 도량이자 온전히 수행 도반의 힘으로 갈고 닦은 길이었습니다.

 

불가의 청규와 가정에서의 규칙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전하고 있는 입장에서 스님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특히 산문을 나와 가정으로 그 문화를 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불가에 ‘청규’라고 하는 규칙이 있듯이 가정에서도 화합하며 살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기에 배움은 늘 새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사진 3. 진달래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망경대산 가는 길.

 

불가에서의 청규나 가정에서의 규칙은 결국 화합하며 평화로워지기 위한 공동체의 약속이니 핵가족에서부터 대가족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1인 가족의 형태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어쩌면 더 철저하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닌가 합니다. 서두르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게 영월 망경산사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망경산사를 일구시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 망경산사만의 청규를 만들고 실천해 나가면서 산나물 정원을 일구며 가람을 세우는 중입니다. 첩첩산중에 길 없는 길을 가다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힐링아지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선농일치 수행도량 영월 망경산사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이고 공동체가 무엇인지 수행을 통해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있는 망경산사는 선농일치의 모범적 도량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해발 800고지에 위치한 곳에서 도량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에 있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해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스님들은 모두 호미를 들고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물들을 캐서 종류별로 모았고 필요한 나무는 캐서 도량과 잘 어울리게 다시 심었습니다. 스님들의 이와 같은 노력으로 결국 지금의 망경산사는 정원이 온통 산나물 밭이 되었습니다. 200여 종의 산나물로 가꾸어진 전국 유일의 산나물 정원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생활수행 도량

 

망경산사 스님들은 소임이 매우 정확합니다. 개인으로서의 소임도 있지만 공동체로써 소임도 명확합니다. 마치 대중이 아주 많이 사는 대가람의 수행자들처럼 시간을 정확히 엄수하고 예불에 정성을 들입니다. 대중이 함께 사는 도량에서는 대부분 소리로써 시간과 일정을 공유합니다. 크게는 대략 도량석을 시작으로 예불시간과 공양시간을 소리를 통해 알립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정원 농사에 주력하시면서 망경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치유를 선사하고자 호미를 들고 나물정원에 사경을 하며 삽니다. 

 

사진 4. 산나물 체험 템플스테이.

 

봄이 되면 산나물의 싱그러움으로 장엄하고, 여름이 되면 산나물이 꽃을 피워 푸르른 향기로 장엄합니다. 가을이 되면 산나물의 열매로 도량을 장엄하고, 겨울이 되면 비움으로써 도량을 장엄합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 나눔으로써 회향하는 아름다운 도량이 바로 만경산사입니다. 도량에 작은 돌멩이 하나도 의미 없이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돌계단 틈 사이에 핀 작은 들꽃도 무심코 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낙엽이 쌓여 있거나 열매가 떨어져 있어도 어우러지게 만들기 위해 손을 보탭니다. 풀을 뽑고, 눈을 치우는 일도 염불하고 명상하듯 번다하지 않게 고요히 해결해 나가십니다.

 

이와같이 각자의 소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 누구도 상을 내거나 알아봐 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이니 그저 그렇게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무심해 보이는 듯 열정적인 삶을 사시는 스님들의 삶 속에서 저는 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일상에서 그 어떠한 경우라도 힘을 주거나 과장되지 않고자 모든 것을 수행의 일환으로 삼으시는 스님들을 뵈면 닮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자리합니다. 

 

삼덕 육미의 공양간 향미당

 

망경산사와 인연이 되어 찾았을 때는 아담한 대웅전 건물과 보조 주방, 해우소가 있는 건물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가람이 몇 개 더 늘어 제법 큰 가람으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올 겨우내 공양간 ‘향미당’을 불사하시느라 쉬지도 못하셨을 스님들을 생각하면 공심公心이라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사진 5.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점심공양.

 

사사로움이 없는 공평한 마음을 떠올리며 향미당 내부를 둘러보니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처님께서 10대 제자와 함께 탁발을 나서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 눈에 띕니다. 특히 부엌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고 세련된 주방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공양주 보살님이 행복한 마음으로 요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디자인하셨습니다. 공양간은 공양주가 행복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스님들의 생각이었고, 그 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인공이 가장 돋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공양간 인테리어의 포인트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올 봄 사찰음식의 3가지 덕이라고 말하는 청정, 유연, 여법을 고스란히 담은 망경산사의 공양간 향미당이 탄생하였습니다. 아무리 식재료가 좋아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운이 맑지 않다면 약이 되는 음식이 될 수 없다는 말씀과 함께 음식의 8할은 정성이라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사찰음식에서 말하는 삼덕을 두루 갖추고 요리를 한다면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식치食治의 개념이 완성된다는 말씀이십니다.

 

지구를 살리는 도량

 

서양에서 말하는 키친가든Kitchen Garden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는 망경산사 도량에서 사찰음식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몸소 실천하고 베푸는 마음에서 수행의 깊이가 배어 나오고, 함께하는 가운데서 주변이 차츰 물들어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사진 6. 족두리풀(식용금지. 뿌리만 한약재로 사용).

 

이 도량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어진 도량이 아닙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수행하며 살아오셨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모든 것을 수행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살아오신 과정에서 저절로 알려진 도량입니다. 특히 정원 도량의 산나물로 만든 사찰음식과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장맛을 본 사람들은 망경산사와의 추억을 맛으로 기억하게 되니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이 없는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 단위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량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힙한 불교이자 핫한 사찰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생명존중,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스님들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되고,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어 주는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사진 7. 윤판나물.

 

『화엄경』에 성광명망成光明網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빛이 돌고 돌아 광명의 인드라망을 이룬다.”라는 의미입니다. 망경산사는 수행을 통한 지혜의 인드라망, 보살행을 통한 광명망을 두루 갖추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도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망경산사에서 만날 수 있는 산나물을 소개하고 스님들이 알려 주신 산나물 손질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봄나물 요리법

 

1. 생나물을 데칠 때는 반드시 팔팔 끓는 물에 데친다.

2. 데치는 물의 온도를 높이고 색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소금을 넣는다.

3. 취나물 종류는 다른 나물에 비해 데치는 시간을 오래 한다.

4. 물 양을 넉넉히 하여 나물을 데친다.

5. 나물을 무칠 때는 차를 유념하듯 향기를 끌어낸다.

6. 데친 나물의 물기를 제거할 때 너무 꽉 짜지 않는다.

7. 간장, 된장, 고추장만을 활용해 요리한다.

8. 들기름과 참기름은 적당히 사용한다.

9. 봄나물을 데친 후 냉동보관할 때는 물과 함께 얼려서 보관한다.

10. 재료본연의 맛을 살려 정성껏 요리한다. 

 

사진 8. 취나물(참취).

 

망경산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사업단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를  통해 예약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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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궁중음식문화재단 지정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에 선정되었다.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국임업진흥원,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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