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저편 티베트 불교]
구루 린뽀체의 오도처 파르삥의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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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 2025 년 4 월 [통권 제144호] / / 작성일25-04-04 11:55 / 조회126회 / 댓글0건본문
카트만두 분지의 젖줄인 바그마띠(Bagmati)강 상류에 위치한 파르삥 마을은 예부터 천하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으로 힌두교와 불교의 수많은 수행자들이 둥지를 틀고 수행삼매에 들었던 곳이다. 그러니만치 수많은 사원과 수행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는 종교적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름 높은 성지 파르삥(Pharping) 마을
우선 딴트릭 불교에서 붓다의 여성적 측면을 기리는 사원으로 ‘신성한 어머니’라고 부르는 바즈라 요기니(Vajra Yoghini) 사원 외에 티베트 불교의 여러 종파들(까규빠, 사캬빠, 닝마빠, 겔룩빠 등)의 크고 작은 사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힌두교 쪽으로는 깔리(Kali) 여신 계열의 닥신깔리(Dakshin-Kali) 사원이 유명하다. 이곳은 근교의 힌두교인들이 뿌쟈를 올릴 때마다 희생제의犧牲祭儀를 치르는 곳이다. 물론 힌두교의 입장에서 보면 성지겠지만 불교 쪽 시각에서 보면 피비린내를 참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마을의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구조물은 돌루(Dollu) 또는 마하구루(Maha Guru) 사원 경내에 세워져 있는 구루 린뽀체의 거대한 좌상이다. 높이가 무려 40m에 달하기에 마을에 들어오기 전부터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거대하기로 유명한 불상보다 이 마을로 일년내내 순례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구루 린뽀체, 빠드마삼바바(Padmashabhava, 蓮華生, 732~?)의 체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금도 파르삥에서는 구루를 ‘양레쇼의 빤디따(Pandita)’라고 칭송하면서 ‘지혜의 붓다’ 만쥬쉬리(Manjushri)와 비견되는 ‘구루마웨 셍게(Guru Mawé Sengé)’라고도 부르고 있다.
하안거용 양글레쇼(Yangleshö) 동굴
오늘의 주인공 구루 린뽀체는 티베트고원에서 삼예(Samye) 사원의 건축불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자 네팔로 내려와서 자기 수행의 마지막 점검을 위해 터를 잡았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그때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784년 티송데짼 임금은 샨따락시따를 네팔로 피신시켜 반反불교 정서가 가라앉은 후 다시 돌아오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그는 네팔로 향하는 도중에서 유명한 딴트라 술사(구루 린뽀체)를 만나서 그를 토번왕국으로 초청하였다.”

그 당시 네팔의 불교중심지 빠딴(Partan)에는 기원전 3세기에 아쇼카 황제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고대 사리탑 4개가 자리 잡고 있고, 또한 티베트와는 다르게 불교적 풍토가 자리를 잡고 있을 때였지만 번잡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 구루는 카트만두의 남서쪽 언덕에 있는 파르삥으로 마치 전생의 익숙한 수행터인듯 끌려들어 갔다고 한다.
마을 뒷산 울창한 숲속에는 2개의 동굴이 있다. 바로 구루 린뽀체가 수행을 했다고 불교사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곳으로 구루 린뽀체 자신이나, 나아가 티베트 밀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성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구루의 영적 배우자 샤캬데비
이곳에서 그의 곁에는 벨모 샤캬데비(Belmo Shakya-Devi)라는 딴트릭 배우자(T.Consorts)가 있어서 서로 탁마상성琢磨相成하면서 두 사람 모두 마지막 성취를 이루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대목은 우리 불교적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자와 같이 한 동굴에서 살면서 수행을 했다니….
그러나 높은 경지의 딴트릭 수행에는 상대적인 반려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구루 린 뽀체에게는 5명의 영적 배우자가 있었는데 그녀도 그중 한 명이라고 한다.

구루를 도와 마지막 성취를 이루게 한 그녀는 네팔 왕 뿐예다하라(Punyedhara)의 딸로 전해지고 있는데, 구루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는 그녀의 손과 발이 거위처럼 물갈퀴로 덮여 있는 것을 보고 지혜의 다키니(ḍākinī)로 인정하고 그녀를 자신의 영적 배우자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선 두 명의 영적 배우자들(주1)인 예세초걀(Yeshe Tsogya)이나 만다라바(Mandalaba)보다는 존재감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티베트 불교와 젠더(Gender) 문제는 필자가 언젠가는 한번은 다루어 보고 싶은 시대적인 콘텐츠이지만 후일로 미루고 오늘은 구루의 마지막 깨달음의 실체를 쫓아가도록 한다. 아무튼 두 사람은 아래 동굴 양글레쇼(Yangleshö)에서 딴트라판테온(T.Pantheon)의 ‘8명의 수호존守護尊(Kagye)’ 중의 한 분이며, 분노신의 형태인 ‘양닥 헤루카(Yangdak Heruka)’와 ‘바즈라킬라야(Vajrakilaya)’을 연결하는 수행에 몰두하여 ‘마하무드라의 싯디(siddhi)’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장애가 생겨 구루는 인도에 있는 그의 스승에게 서신을 써서 두 명의 네팔인 제자 부부를 날란다 대학으로 보냈다. 이에 스승은 바즈라킬라야 수행요지를 적은 「낄라 비또따마 딴트라(Kīla Vitotama Tantras)」를 가득 실은 노새 두 마리를 보내어 옛 제자를 도왔다.
그리하여 구루께서 새로운 방법으로 수행을 시작하자 모든 마장魔障이 제거되면서 카트만두 계곡에는 축복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긴 가뭄이 끝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구루께서는 ‘양닥헤루카’를 수행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었지만, 다시 생겨난 마장과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시 바즈라낄라야의 수행과 병행하여 한 단계 높은 성취(Maha-Mudra siddhi)를 증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루께서 한때 인도에서 만행을 하며 수행할 때 시타바나(Sitavana, 尸陀林) 숲에서 8명의 딴트라 수행자로부터 지도를 받았는데, 그중 한 명인 훔카라(Vajra Humkara)도 이 동굴에서 그의 영적 배우자와 함께 성취를 얻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이곳은 구루에게 숙세의 인연터라고 할 수 있고, 그렇기에 티베트 땅 밖에서 구루와 연결된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꼽히고 있다.
동안거용 아수라 동굴
아래 동굴에서 1년이란 시절인연이 무르익자, 구루와 샤캬데비는 겨울에도 햇볕이 잘 드는 윗 동굴인 아수라(Asura)로 거처를 옮겼다. 지금도 원숭이 떼가 몰려다니는 울창한 숲속에 있는 곳인데, 여전히 수많은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9-1. 윗동굴 아슈라 동굴 입구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구루의 선명한 손자국(위). 사진 9-2. 위 손자국(흰색 원 안)(하).
그러니까 이곳에서 두 사람은 딴트릭 수행을 계속하여 마지막 단계의 성취(Vidyadara Rigzin)를 증득하여 마침내 칠채화신七彩化身(Rainbow Body)(주2)을 성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입멸 자체도 무지개로 천화遷化했다고 앞에서(24년 10월호) 이야기한 바 있다.
참, 아슈라 동굴 참배할 때 ‘팁’ 하나….
마지막 성취를 얻은 기쁨에 동굴에서 나온 구루께서는 바위에 손을 대고 손자국을 남겼다고 하는데, 과연 그 손자국은 오늘날까지도 동굴 입구 왼쪽 위 바위에서 볼 수 있다.
“옴 아 훔 바즈라(벤자) 구루 빠드마(뻬마) 싯디 훔!”
<각주>
(주1) 에세초걀과 만다라바의 전기는 티베트어, 힌디어, 영어로 번역되었지만 나머지 3명의 기록은 전설로만 남아 있다. 티베트 불교 도상학에서 구루의 오른쪽에는 만다라바가, 왼쪽으로는 예셰초걀이 서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2) 구루는 804년 망율땅 궁탕고개에서 천상의 무지개에 올라타 유성처럼 날아서 빛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른바 닝마빠의 대성취자만이 증득할 수 있다는 ‘무지개몸(Rainbow body, 七彩化身)’으로 변해 사라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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