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부설거사 사부시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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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4 월 [통권 제144호] / / 작성일25-04-04 16:01 / 조회93회 / 댓글0건본문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4
부설거사浮雪居士 사부시四浮詩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모두 다 잘 아는 것 아니야? 지금까지 만날 이론만, 밥 얘기만 해 놓았으니 곤란하다 말이야. 사부시 이것은, 잔소리같이 들으면 싱겁지만 지금 보면 참 좋은 꿀 같은 맛이 있어. 꿀을 먹으면 웬만한 병이 다 안 날아가? 사부시라는 것이 원체 유명하거든. 그러니 조금만 양념으로 이것도 해 보자 이거라.
처자권속삼여죽 妻子眷屬森如竹
처자 권속이 여러 수천 명이라, 식구가 어찌나 많던지, 버글버글하단 말입니다. 처자 권속이 이렇게 많을 수 있나 하겠지만 예전에 참 범려范蠡나 여불위呂不韋같은 복 있는 사람들은 마누라가 한 100명이나 200명이 되었거든? 이러니 아들, 손자가 여러 수천 명 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밥 먹을 때 말이야, 대종을 매달아 놓고서 밥 먹을 때마다 쿵 쿵 치거든. 큰 절에서만 종을 치는 것이 아니야. 그러면 온 식구가 우르르 다 모여 먹는단 말이야. 어떤 놈이 손자인지, 어떤 놈이 자식인지 그것도 몰라. 실지로 그랬어. 그렇게 영화롭게 산 사람이 많았고 그렇게들 살았어. 밥 먹을 때 종 치고 사는 사람들이 영화롭게 산 사람들이라. 처자 권속이 삼여죽이라, 처자 권속이 대밭의 대처럼 꽉 차 있다는 말이거든.
금은옥백적사구 金銀玉帛積似邱
금과 은과 옥과 비단이 산더미같이 꽉 쌓여 있다는 말입니다. 처자 권속이 삼여죽할 때 그 많은 식구를 먹여 살리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 될 것 아니겠어요? 돈이 많으니 그 사람이 죽고 나서도 물려줄 재산이 쌓여있거든. 금은옥백이 적사구가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습니다. 큰 부자라 그 말입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임종독자고혼서 臨終獨自孤魂逝
임종에 이르면 드러누워 며칠 앓다가 기어이 숨이 넘어가 버리거든. 그러면, 자기 혼魂만 갈 뿐이지 그 많은 재물을 가져갈 수 있나, 그 많은 처자 권속을 데려갈 수가 있나? 결국은 자기 혼魂만 혼자 가버리고 말아. 저 혼자뿐이야. 그때가 가만히 다가오게 되면, 저 혼자 혼만 갈 뿐이지 아무리 좋은 처자 권속을 다시 볼 수 있나, 그 영화로운 금은옥백을 만져볼 수 있나, 그거 다 헛일이라. 그렇게 아꼈는데, 결국에 숨 떨어지면, 혼이 지 혼자 지옥을 가던지 천당을 가던지 어디를 갈 때 말이야 일체 부귀영화란 것은 다 헛일이라 그 말이라.
사량야시허부부 思量也是虛浮浮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이것은 저 물거품같이 떠 있다가 금방 꺼져 없어져 버린다 말이여. 이건 대강 알겠지요? 사량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 다 쓸데없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자식 많은 것, 재물 많은 것을 얘기했습니다.
조조역역홍진로 朝朝役役紅塵路
아침마다 힘써 먼지 나는 길을 달려 다니고
작위재고이백두 爵位纔高已白頭
벼슬이 겨우 높아졌는데, 그때는 벌써 머리털이 허얘졌더라 이겁니다. 이건 벼슬하는 얘기에요. 조조역역朝朝役役, 조조라 하니 아침에만 돌아다닌다는 말이 아니라, 종일 돌아다닌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벼슬이 높아져 장관을 했니, 대통령을 했니 하거든? 근데 보니 머리가 허얘져 버렸더라 이겁니다. 근데 머리만 허얘진 이게 문제가 아니거든?

염왕불파패금어 閻王不怕佩金魚
저 지옥에서 죄인을 단죄하는 게 염라대왕인데, 그렇지만 염라대왕은 ‘불파패금어’입니다. 금어金魚란 것은 벼슬이 제일 높은 사람에게 훈장을 주는데, 금으로 만든 물고기를 준단 말입니다. 금을 가지고 만든 물고기 훈장을 받은 사람이 벼슬이 제일 높은 사람이야. 그러나 아무리 벼슬이 높아서, 금으로 만든 고기를 패佩로 차고 오는 사람이라도 염라대왕은 그 사람 겁을 안 내. 죄지은 그대로 지옥 보낼 사람은 지옥 보내고, 천당 보낼 사람은 천당 보내지, 어떤 벼슬을 제시해도 절대로 안 통해. 그래서 염라대왕 앞에서는 벼슬이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사량야시허부부 思量也是虛浮浮
그러니까 다시, 벼슬이고 뭐고 다 쓸데없는 겁니다. 앞에는 자손 많은 것, 재물 많은 것을 말했고 이번에는 벼슬 높은 걸 말했습니다.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소용없어.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이냐?
금심수구풍뢰설 錦心繡口風雷舌
금심수구錦心繡口는 비단 같은 마음과 수繡 놓은 입이고, 풍뢰설風雷舌은 바람과 우레같이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금심수구는 마음이 곱고 변론을 잘한다 이 말이라. 풍뢰설은 변론할 때 바람같이 시원하고 변재辯才를 우레같이 퍼붓는다 말이야. 결국은 말 잘한다는 것입니다.
천수시경만호후 千首詩輕萬戶候
천구시千首詩란 문장, 글을 잘한다는 말입니다. 문장을 잘 지어 천수시로써 만호후萬戶侯, 식읍食邑이 만호萬戶나 되는 제후諸侯도 가볍게 여긴다 말입니다. 글 잘하는 사람은 실지로 그렇거든? 그까짓 것 만승萬乘 권세가 무슨 소용이 있나 내 글이 제일이지. 천수시로써 훌륭한 사람, 세력이 큰 제후를 가볍게 생각한다는 말이지. 결국 문장이 훌륭하고 구변이 좋다는 말입니다.
증장다생인아본 增長多生人我本
그렇지만, 억겁億劫 다생多生으로 생사의 근본, 인아人我의 근본만 증장시키는 일이란 말이야. 생사윤회의 근본만 더 증장된다는 말입니다. 제아무리 변론을 잘하고 아무리 글을 잘해도 염왕閻王은 패금어佩金魚를 겁내지 않고, 임종臨終 때는 고혼孤魂이 저 혼자 가는 것인데, 거기 가서는 이 일을 어찌할 것이냐?
사량야시허부부 思量也是虛浮浮
그러니, 생각해 보니 이것도 덧없고 헛되더라 말입니다. 지금까지 세간 일을 말하고 있는데, 첫째는 자식 많은 것, 둘째는 재물 많은 것, 셋째는 벼슬 높은 것, 넷째는 말 잘하는 것, 다섯째는 글 잘하는 것, 이것들을 가지면 세상에서 전부 다 가진 것이거든? 그렇지만 이것들이 다 허부부虛浮浮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중이 되면 어떠냐? 중이 되어 세상 떠나 수행하는 것이 천하에 좋은 것이지만 이것도 큰 허물이 있다.
가사설법여운우 假使說法如雲雨
설사 법문이 구름을 타고 비 오듯이 한단 말입니다. 말이 나오기만 하면 하늘에서 우박 쏟아지듯이 끝없이 나온단 말입니다. 어찌 법문을 잘하는지, 일체 경율론을 통달해 가지고 법문이 나오면 우박 쏟아지듯이, 비 오듯이 막 쏟아진다 그 말입니다.
감득천화석점두 感得天花石點頭
그리고 또 어쩌냐? 법문을 하도 잘하니까 하늘이 감득感得하여 꽃비가 오고, 꽃이 막 떨어지고, 석점두石點頭야. 그전에 중국에 도생道生이라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는데 그 스님이 어떤 일이 있었냐면, 『열반경』 후본이 나오기 전인데 일체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고 주장했거든? 천제성불론이라 하는데, 제일 최악의 중생도 성불할 수 있다 이거라.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저 불법도 모르는 삿된 주장을 하는 스님이라고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스님이 하는 법문에는 아무도 안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도생스님이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내 혼자 하지 하는데, 그냥 법문하려고 하니 곤란하거든? 그래서 돌을 앞에다 쭈욱 여럿 세워놓고 그렇게 법문을 했습니다. 천제闡提 성불론이라고,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일천제一闡提라도 다 성불할 수 있다 그렇게 법문을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나 법문을 잘하는지 돌들이 전부 다 고개를 끄덕끄덕해. 그걸 석점두石點頭라고 해. 그만큼 법문을 잘한다 말이야.

도생스님은 생生 법사라고 구마라집의 제자야. 그때는 『열반경』 전분前分만 들어왔을 때라 일천제 성불론이 아직 소개되지 않았을 때야. 나중에 『열반경』의 후분이 들어오고 나서 보니 도생법사 말과 똑같거든? 그만치 선견先見이 있었어. 도생스님이 이런 법을 설하니 돌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말입니다. 사람들은 도생스님을 외도外道라 하고 쫓아내려 했는데 돌들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해. 그것은 도생스님을 쫓아내지 말라 그 말입니다.
간혜미능면생사 乾慧未能免生死
하늘이라 할 때는 ‘건’이라 읽고, 마르다고 할 때는 ‘간’이라 읽는 것인데, 간혜乾慧라고 읽어야 해. 간혜, 즉 마른 지혜는 쓸데없는 지혜, 입만 살았지 실지로는 실력은 하나도 없다 그 말입니다. 실력이 있어야 하지, 육조혜능스님 같은 이는 일자무식이지만 참말이지 성불했거든? 아무리 글을 보고 앵무새같이 경전에 있는 그대로 법문을 잘하고, 돌들도 법문 잘한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도 결국 그건 간혜乾慧야. 바짝 마른 지혜라 말입니다. 실지 지혜는 아니야. 빈 지혜, 공空 혜라 말입니다. 그 빈 지혜는 실력이 없기 때문에 생사를 못 면해. 그까짓 것을 가지고는 생사를 못 면해. 아무리 말을 잘하고, 아무리 법문을 잘하고, 돌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더라도, 실지 자기가 지견이 없을 것 같으면 생사는 그대로 받는다 이것이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얘기거든? 그런 것들은 하지 말고 실지 공부를 부지런히 해서 실지로 실력을 가져야 한다 말이야. 설사 설법을 해서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고 돌이 고개를 끄덕끄덕할 만큼 그렇게 법문을 잘한다 해도, 실지 실력이 없으면 생사를 그대로 받을 뿐 소용이 없다 말이야. 중이 되어 듣기 좋은 법문 잘하는 것도 세상의 부귀영화와 똑같아. 생사를 못 면한다는 것에서는 똑 같은 것이거든?
그래서 우리 불교라는 것은 참말로 생사를 해결하여 열반을 얻고 영원한 자유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 근본이지, 남 듣기 좋게 법문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이야. 아무리 법문을 잘해 석점두를 하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결국 그만 지옥을 가든 천당을 가든 생사를 못 면한다 말이야. 그럼 어째야 되겠어? 결국은 또 참선해서 도를 깨쳐야 한다 그 말이야. 생사를 면하는 것이 수행의 근본이라 하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하거든? 지금까지 여러 날 내가 한 이야기 속에 뭔가 있는가 생각하다가는 큰일 난다 그것이라.
사량야시허부부 思量也是虛浮浮
간혜는 아무리 법문을 잘하고 하더라도 결국은 생사를 면치 못하고 소용없어. 법문 잘하는 이것이 불교인가보다 생각하면 안 돼. 화탕지옥에 들어가고 말아. 그럼 생사를 면하기 위해서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참으로 화두를 해서, 화두를 깨쳐서 성불, 실지로 대자유한 사람이 된 그때에 환희심을 내고 춤을 춰야지. 지난번 설에 내가 얘기 안 했어? 공부하는 사람에게 무슨 설이 있나? 참으로 화두를 깨치고 나서는 그때야 안심하고 춤을 춰야 해. 그럼 뭐 한다고 여태까지 이런 법문을 하나 그런 소리도 나올 수 있는데, 참으로 견성하고 영원한 자유의 길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자꾸자꾸 얘기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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