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봄의 윤기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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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5 년 4 월 [통권 제144호] / / 작성일25-04-04 16:03 / 조회87회 / 댓글0건본문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고 심기 불편한 겨울을 지나 봄꽃이 만개하는 시절이 되어서야 목탁소리를 통해 다시 인사를 드립니다. 그 사이 소납은 왼쪽 무릎 수술과 재활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희망과 좌절의 술래잡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지난해 봄인 듯싶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왼쪽 무릎이 무거워지면서 통증 비슷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참고 살았는데, 지난해 가을에는 좌복에서 일어나거나 구부릴 때 어쩌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일어나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통증이 퍼져 나갔습니다.
참다 참다 못해 시자를 앞세우고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정형외과로 진단을 받으러 갔습니다. 담당 의사는 우선 무릎 X레이 사진부터 찍고 오라고 하더군요. 5만 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X레이를 찍고 의사 앞에 앉으니, “X레이로는 아파하시는 곳을 찾을 수가 없으니 MRI를 찍고 다시 의논을 드려야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MRI 촬영실을 찾아가니 X레이 찍는 곳과는 사뭇 다르고, 무엇보다 비용이 X레이 값의 11배나 되어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MRI를 찍고 다시 담당의를 만나 인화된 사진을 보니 X레이에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선명하게 보여서 촌놈 식견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사진 속에 드러난 부분을 세심하게 짚어 가며, “뼛속의 병증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조심해서 사용하시면 병증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약을 복용하면서 부지런히 관리해 주십시오.” 하면서 하루에 두 알 먹는 알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다
그런데 처음 한 달은 무사히 넘어가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릎이 불편해져 마침내 지팡이를 짚어도 뒤뚱거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통증도 심해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많다 보니 상좌들도 말은 못 하고 내심 꽤나 걱정을 했던가 봅니다. 그리하여 상좌들과 무릎 수술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되었고, 결국 성철 종정예하의 열반 31주기 참회법회와 추모제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23일 분당에 있는 티케이정형외과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리곤 이틀 후 첫 타임에 왼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집도하는 김태균 원장은 “척추 사진으로 보면 스님 척추뼈가 건강하지 못하고 엉겨 있어서 부분 마취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스님은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 척추 부분 마취와 수면 마취를 합니다. 그러니 수술이 끝남과 동시에 잠에서 깨시면 됩니다. 편안히 한잠 주무시고 일어나십시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박수 소리가 들려 문득 눈을 떴습니다. 깜짝 놀라서 웬 박수냐고 했더니, 예정된 시간 안에 수술을 무사히 마쳐서 수술팀이 축하한다며 친 박수라고 알려줬습니다. 환자실로 옮겨져 3일 동안 집중치료를 받고, 5일 만에 일반실로 옮겨져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정도 지나 수술한 무릎의 실밥을 제거하니 23cm 가량의 수술 자국이 남게 되었습니다.
오금이 닿도록 재활치료를 받다
백련암에서 며칠을 머물고 좀 더 확실하게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부산 고심정사로 내려가 소개를 받아 수영구 광안리에 있는 서울재활의학과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원장님을 만나니 “수술은 서울에서 잘하고 오셨으니 저희 병원에 입원하셔서 한 달쯤 재활치료를 받으십시오. 오전에는 여성 물리치료사가 오후에는 남성 물리치료사가 각각 역할을 맡아 치료할 터이니, 마음 놓으시고 편안히 지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여성 물리치료사가 문제였습니다.
“스님, 무릎 각도를 재어 보겠습니다. 보세요, 스님. 스님께서 절에 돌아가 좌선을 하시려면 무릎이 90도로 꺾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잣대로 재어 보니 겨우 30도밖에 꺾이지 않잖아요. 무릎 뒤쪽 오금이 쫙 펴지고 바닥에 수평으로 닿아야만 합니다. 그동안 스님들도 여러분 다녀가셨고 성공적으로 무릎을 꺾으셨습니다. 저는 스님 무릎 치료가 최우선이지 다른 생각은 없으니 아프시더라도 이해하시고 고생을 좀 하셔야 합니다.”
하여 매일 오전에 30분, 오후에 30분 물리치료를 받는데, 말하자면 여성 물리치료사는 인정사정이 없었다는 겁니다. 저로서는 수술한 무릎을 핀다고 폈는데 오금이 바닥에 닿지 않고 그만큼 앞으로 불룩하게 솟아 있으면 여성 물리치료사는 “이렇게 되면 선방에서 어떻게 참선을 하실 수 있겠어요?”라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고서는 무심히 있는 듯하다가 불룩 솟은 무릎을 있는 힘껏 내리눌러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저는 “악!!!” 소리도 못 내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그 순간의 고통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정사정없는 그 치료사가 어찌나 야속하고 밉던지요.
그러니 저도 모르게 누구라도 찾아오면 그 여성 물리치료사 이야기를 첫 번째 화제로 입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방문자는 “그렇지요” 하면서 동의를 하는 듯하다 떠날 즈음이면 “스님, 지금은 고통스러우시겠지만 언젠가는 그 여성 물리치료사를 최고의 재활치료사로 인정하실 날이 올 겁니다.” 하고는 빙긋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무심결에 콱 내리누르는 고통이 컸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통은 줄어들고, 어느 날인가는 오금이 땅에 닿는 기분이 들어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는 인상을 찌푸리며 여성 물리치료사를 째려보았던 때가 떠올라 무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 치료를 받고 고심정사로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모릅니다.
수행으로 마음을 키우듯 몸도 살피는 한 해
고심정사로 돌아온 날, 재활병원에서 30여 일간 꼼짝 않고 지내면서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은 기억이 새롭기도 하고 어떤 자신감도 생겨 고심정사 법당 삼존불 앞에서 합장하고 삼배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불끈 들었습니다. 조심스레 좌복 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무릎이 부드럽게 꺾어지며 아무 고통 없이 삼배를 드리고 나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어서 동쪽 편 벽면에 모셔져 있는 성철 종정예하의 진영에도 삼배를 거뜬히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남들이 걱정하던 염려는 어디로 가고 수술에서 재활치료까지 2개월여 만에 바로 삼존불과 큰스님 진영에 자연스럽게 삼배를 올리 수 있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감격 감격이었습니다.

고심정사에서 지내다가 좀 더 다리 근육과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겁외사로 갔습니다. 매일 찬 강바람을 맞으며 일정한 양의 걷기를 하는 것도 참으로 힘든 일이더군요. 걷기 연습에 더하여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진주굿모닝재활병원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30분은 전기물리치료, 30분은 도수치료를 곁들인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뒤꿈치 들기 등 기본형 맨손체조를 배우는 데도 몸이 영 말을 듣지 않아 무척 답답했습니다. 모든 관절이 굳어 있는 듯, 제대로 움직여지는 곳이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돌아보니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이래 근육을 키운다거나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니 이제사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숨쉬기운동 말고 맨손체조라도 꾸준히 할 걸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들 무엇하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한편으론 지난겨울부터 올 3월까지 『고경』의 목탁소리 원고 독촉을 피하는 자유를 누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서재영 원장이 『고경』의 독자분들이 스님 소식을 무척 궁금해하고 스님 글을 기다리고 있다며 원고를 부탁해 왔습니다. 하여 이 지면을 통해 그동안 글을 싣지 못한 연유를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소납은 다행히 불보살님의 가피와 여러분들의 정성으로 이젠 다리에 힘도 붙고 혼자서도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을 하였습니다. 물론 제대로 보행을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만….
지금 나라 안팎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불안하고, 국민 경제가 걱정되어 불면의 밤을 보내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인과의 법칙대로 돌아가니 희망을 가지십시오. 게다가 자연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여 나무와 꽃들이 윤기를 더해 가고 있습니다. 고경 독자분들도 그 속에서 힘을 찾는 슬기로움을 가지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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