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사막이 숨긴 불교미술관 ]
성당시대의 법화경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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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 2025 년 5 월 [통권 제145호] / / 작성일25-05-04 22:34 / 조회98회 / 댓글0건본문
성당 시기에는 중국의 국력이 절정에 달했고, 실크로드가 유례없이 번영했기 때문에 하서와 중원 간의 교류가 매우 빈번했다. 중국의 불교 사원에 나타난 대규모의 〈법화경변상도〉는 이 시기의 막고굴 〈법화경변상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법화경』은 대승불교의 중요한 경전 중 하나이다. 대승경전인 『법화경』에는 삼승이 등장하는데 성문聲問과 연각緣覺은 소승小乘이고 여기에 보살菩薩을 더한 것을 삼승三乘이라고 한다. 대승경전인 『법화경』은 삼승을 하나의 승[一佛僧]으로 통합하고, 성문, 연각, 보살이라는 삼승은 방편[權]으로 설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삼승은 방편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는 불승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승불교가 삼승이라는 작은 것에서 불승이라는 큰 것으로 들어가는 원대한 길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상은 부파불교와 대비되는 완전히 새로운 교리로써 『법화경』의 주요 주제이며, 불교 사상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대 막고굴에는 〈법화경변상도〉가 총 40점(보문품과 관음경변 포함)이 있는데, 막고굴에 있는 『법화경』의 내용이 절반을 차지한다. 성당시대 막고굴 〈법화경변상도〉는 품목 수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졌으며, 눈에 띄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고 벽 전체를 그림으로 덮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더욱이 예술적 표현이 정교하고 참신하여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 숫자가 가장 많고 규모도 가장 크다. 예술적 수준이 가장 완벽한 것은 성당 때인 217굴의 〈법화경변상도〉이다.
「화성유품」, 당대 최고의 산수인물화
제217굴 〈법화경변상도〉는 굴의 남쪽과 동쪽 벽에 그려져 있다. 남쪽 벽의 구성은 「서품」 법화회를 중심으로 요자형凹字形으로 되어 있다. 그림의 중앙은 영취산 설법회로 화면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머리 위에는 화개가 있고 연화좌에 결가부좌로 앉아 설법하고 있다. 좌우의 협시 문수보살과 관세음보살도 머리 위에 화개가 있고 연화좌에 앉아 설법하고 있다.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좌우와 아래에는 많은 보살들이 앉아 있거나 서서 법을 듣고 있으며, 네 모서리에는 비교적 작게 그려진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서서 법을 듣고 있다. 설법도 상방, 구름에 둘러싸인 횡으로 그려진 전각은 「묘장엄왕본사품」이다.

서쪽으로부터 법화회를 둘러싸고, 「화성유품化城喻品」, 「제바달다품提婆達多品」, 「신해품信解品」, 「권지품勸持品」, 「비유품譬喻品」,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 「약왕보살품藥王菩薩品」, 「안락행품安樂行品」,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 「촉루품嘱累品」, 「여래신력품如來神力品」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각 장 사이에 녹수청산綠水靑山, 누각樓閣, 탑사塔寺, 성곽城廓, 산야山野가 분리되거나 통합되어 있으며, 온갖 사람들이 그 사이를 노닐고 있다. 마치 거대한 한 폭의 천상 세계를 보는 듯하고, 신과 인간이 통합된 듯하다. 옛 화가들은 〈법화경변상도〉를 그릴 때 경전의 내용에 구애되지 않고 현실 생활을 바탕으로 현실성이 농후한 사회 풍속화풍을 담아냈다. 예를 들면, 〈득의도得醫圖〉, 〈절유도折柳圖〉, 〈강경도講經圖〉, 〈배탑도拜塔圖〉 등이 있다. 특히 「화성유품」은 회화 수준이 높아 당대의 수준 높은 산수 인물화라 할 수 있다.

33화신으로 출현한 관세음보살
동쪽 벽은 굴 입구로 나뉘고, 전체 벽면은 일정한 구조나 양식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동굴 입구 위에는 「견보탑품見寶塔品」이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영취산에서 삼성이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연화대에 앉아 설법하고, 다섯 협시보살이 양쪽에 앉아 법을 경청하고 있다. 화면 우측에는 탑이 공중에서 떠다니고, 다보불과 석가모니불이 탑에 나란히 앉아 설법하고 있다.

굴 입구의 북쪽과 남쪽에는 「관세음보살보문품」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 아랫부분은 주로 관세음보살이 33화신으로 출현하여 설법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윗부분은 주로 관세음보살이 사람들을 재앙으로부터 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재난으로는 추애墜崖(벼랑에 떨어짐), 범형犯刑(범죄에 따른 형벌), 뇌전雷電(천둥과 번개), 창겁搶劫(재물의 약탈), 해난海難(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나 재난), 독사毒蛇(맹독성 뱀), 맹수猛獸(사나운 짐승), 우치愚痴(어리석고 미련함), 음욕淫欲(음탕한 욕구), 화재火災(불로 인한 재난), 요마妖魔(요망하고 간사스러운 마귀) 등이 있다.

모든 재난에는 보살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구제해 주고 있다. 그림 속의 다양한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해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묘사되어 있다. 「관음보문품」을 별도의 벽에 그린 것은 〈관음경변상도〉가 〈법화경변상도〉에서 분리되어 나타나는 시초이다.
이 굴의 남동쪽 벽에 있는 〈법화경변상도〉는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면적은 26제곱미터이다. 막고굴에서 가장 크고 예술적 수준이 높은 〈법화경변상도〉이다. 이 굴에 그려진 〈법화경변상도〉 14품은 사람들에게 몇 가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① 성불의 길: 탑을 세우고, 사찰을 수리하고, 모래를 모아 탑을 쌓고, 불상을 그리며, 향과 꽃을 공양하고, 불상을 조각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예배하고, 염불하는 것 등이다. 이 그림은 피안의 불국토와 차안此岸의 인간 세계 사이의 거리를 단축시켜, 불국토를 지상에서 볼 수 있는 낙원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불교를 쉽게 이해시켜주고 있다.

② 〈법화경변상도〉는 상징적 이야기를 통해 모든 중생을 구원할 수 있는 보물이라는 것이다. 목마르고 추운 사람은 불을 얻고, 헐벗은 사람은 옷을 얻고, 상인은 주인을 얻고, 아이들은 어머니를 얻고, 강을 건너는 데는 배를 얻고, 병든 사람은 의사를 얻고, 어둠에는 등불을 얻고, 가난한 사람은 보화를 얻고, 백성은 왕을 얻고, 상인은 바다를 얻고, 횃불은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③ 〈법화경변상도〉는 세상의 모든 번뇌의 근원은 탐貪·진瞋·치癡(탐욕, 분노, 어리석음)라는 삼독三毒인데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만 외우면 삼독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의 구성에서 볼 때, 성당 시기 막고굴의 〈법화경변상도〉는 대부분 구심형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화면의 중앙에는 영취산 법회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 주변에는 『법화경』의 여러 장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경변의 구심적 배치는 장안과 개봉의 구심적 배치 방식을 〈정토변상도〉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규모의 구심 변상도 형식은 아마도 정관 14년(서기 640년)에 후군侯君이 당군을 이끌고 고창을 평정하며 실크로드를 개척하던 시기에, 장안의 문화가 돈황의 막고굴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법화경변상도〉를 통해 본 중당과 티베트 불교의 교류
당 건중建中 2년(781년) 티베트 점령부터 대중大中 2년(848년) 장의조가 돈황을 수복하기까지 67년 동안은 토번 통치 기간에도 그들은 한족 귀족 가문과 고위 승려들을 계속 고용했다. 그러면서 토번인들도 불교를 신봉했기 때문에 돈황의 불교예술은 여전히 당나라 양식을 유지했고, 티베트 불교는 이 지역에 거의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토번 점령 시기를 아직도 중당시기라고 부른다.

막고굴 제156굴, 제158굴, 제159굴 등 이 세 개의 굴은 특별한 굴이다. 남대불전 위 석벽내부의 미로 같은 층계를 올라가면 4층에 나란히 위치 해 있다. 제156굴은 865년 장회심이 조영한 복두형 천장의 방굴로서, 만당기에 조영된 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굴이다. 특히 남벽 하부의 귀의군절도사 〈장의조출행도〉 북벽 하부의 〈송씨출행도〉는 길이 8.55m, 높이 1.2m의 긴 두루마리 형식으로, 돈황을 지배했던 당대 귀족생활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송국부인출행도〉에는 곡예를 하는 광대와 무악대 등이 티베트의 풍속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송국부인은 가마에서 내려 뒤에 따라가는 모습이며, 남벽의 남편과 마주 보는 위치에 그려져 있다. 행렬 후반에는 대규모의 사냥 장면이 있다. 이 그림은 봉건시대의 귀부인의 호화로운 외출 장면으로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본존불 위의 감실 천장에는 〈천수천안관음도〉와 티베트 밀교의 불화가 그려져 있다.
이 굴은 1921년 소련군에게 쫓겨온 백러시아군이 주둔하면서 불을 피워 북동측 모서리 등이 훼손되었고, 당나라풍으로 그려진 〈장의조출행도〉와 〈송국부인도출행도〉도 모두 긁어서 파내고, 심하게 낙서를 하여 훼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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