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화마가 할퀴고 간 산청에서 방생법회를 봉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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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5 년 5 월 [통권 제145호] / / 작성일25-05-04 23:53 / 조회157회 / 댓글0건본문
2001년에 성철 종정예하의 출생지에 생가를 복원하고 그 앞쪽에는 대웅전을 지었습니다. 경내로 들어오는 입구쪽에는 2층 목조기와집을 지었습니다. 2층 목조건물 1층 기둥은 직경 40cm가 넘는 돌기둥으로 만들고, 2층 누각과 1층은 통으로 공간을 두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고 동쪽 공간은 불교용품점으로, 서쪽 공간은 종무실 공간으로 개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철스님 문도사찰 전국방생법회
겁외사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가 주소지로 되어 있으니 진주시 명석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산청군 동쪽 끝이어서 산청군 단성면에서 진주시 명석면으로 넘어가는 2차선 도로가 생겨나게 되었고, 때아니게 겁외사 앞길은 시골길로서는 좀 바쁜 길이 된 듯합니다.

겁외사 앞을 돌아가는 로타리 건너편에는 성철스님기념관이 우뚝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념관 2층에 올라서면 저 멀리 둥그런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지리산 상봉인 천왕봉(1915.4M)이라고 동네 어른께서 일러 주셨습니다. 옛날에는 생가 마당에서도 천왕봉이 보이는 곳이라 “집이 명당이어서 큰스님이 태어나셨다.”고 옛날 동네 어른들께서 재담才談을 나누셨다고 합니다.
큰스님 생가터에 겁외사를 지어놓고, 불필스님께서 “신도님들의 도움으로 내가 겁외사 불사를 잘 마쳤습니다. 마치고 보니 내가 이곳에서 살 것이 아니라 큰스님 상좌스님들이 모여 살아야 할 곳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원택스님께 열쇠를 다 드릴 터이니 상좌스님들과 잘 의논해 주십시오.” 하시고는 정말 뒤도 돌아보시지 않고 해인사 금강굴로 떠나셨습니다. 지금은 불필스님과 제 이름으로 공동 창건주로 하여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이 되었습니다.

겁외사를 잘 지어 주셨으니 손색없이 운영을 잘하여야 할텐데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문중 스님들과 의논하여 “겁외사는 성철 종정예하의 룸비니 동산입니다. 큰스님께서 신도님들에게 매달 음력 6일 도반들과 모여 절에 올 것 없이 근처 강에 가서 방생을 하라고 하셨답니다. 신도님들과 의논해 보니 초파일을 앞두고 음력 3월 6일을 겁외사 옆으로 흐르는 경호강에서 문도사찰의 신도님들이 모여 전국방생법회를 갖도록 하자.”고 결정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해마다 잘 진행해 오다가 6년 전에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4년여 동안 방생법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호전되어 작년부터 다시 겁외사 인근 성철공원에서 전국방생법회를 재개하였고, 올해도 봄꽃이 곱게 피는 4월 3일로 방생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구정혜월 회장님이 중심이 되어 전국 각 문도사찰의 회장님들과 의논하여 방생법회를 원만히 개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3월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뉴스가 텔레비전 화면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뉴스를 접한 전국 각지의 문도사찰과 소속 불자님들께서 “겁외사는 산불에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까?” 하는 안부 전화를 귀가 따갑도록 해주셨습니다.
소납도 적잖게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고 3월 22일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산청 산불은 건조한 바람을 타고 여전히 꺼지지 않고 계속 퍼져가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왔습니다. TV에서는 오전 11시 25분경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묘소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화마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쪽으로 시속 40km의 속도로 점점 더 크게 번져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슴 졸이게 했던 최악의 산불
게다가 3월 25일 오후 4시 50분쯤에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천년고찰 고운사에 산불이 덮쳐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우화루 등 사찰 건물 대부분이 불탔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로 신라 신문왕 때인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고찰입니다. 후에 신라의 학자인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며 가운루와 우화루 등을 지었다고 합니다. 고운사라는 이름도 최치원의 자字인 고운孤雲에서 딴 것이라 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3월 28일 오후 5시 산림청은 경북 산불의 주불이 진화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3월 22일 한 성묘객의 실화로 발화한 이후 무려 149시간 35분 만에 겨우 진화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화마가 할퀴고 간 상흔은 깊고 넓었습니다.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으로 확산한 산불은 무려 7일 동안 4만 5,157ha의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서울 면적의 74.6%에 달하는 규모이자 여의도 면적의 156배, 축구장 6만 3,263개를 합친 것과 같은 엄청난 면적이라고 했습니다. 기존에 최대 피해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이 초래한 피해 면적(2만 3,794ha)의 2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한편, 3월 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은 아직 진화되지 않고 있으며, 3월 28일 오후 5시 기준 진화율 94%까지 올라갔지만 강풍 때문에 주불 진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산청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화선 71km 중 남은 4km 구간에 대한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불길이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에서 4.5km 지점까지 접근하고 있다고 하여 애를 태웠습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해발 900m의 험준한 산세 등 3가지 악재 속에 산림 당국은 배수진을 치고 사투를 벌였고 천왕봉 앞 4.5km 지점에 헬기, 특수진화대원, 산불지연제 등으로 ‘3중 방화선’을 구축했다. 28일부터는 일반 헬기 대비 담수량이 최대 5배 큰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도 지리산 권역에 투입되어 진화를 도왔다.”고 했습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고지대이자 최대 1m에 이르는 낙엽층으로 인해 헬기에서 뿌린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았다.”며 “아래 숨어 있던 불이 바람과 함께 되살아나기를 반복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며 진화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28일이 지나고 29일이 지나도 산청 산불의 주불을 잡았다는 소식이 없으니 소납은 ‘정말 4월 3일 방생법회는 못하게 되는가?’ 하는 안타까움에 속이 점점 타들어 갔습니다. 마침내 산림 당국에서 3월 30일 산청 천왕봉 산불의 주불을 완전히 잡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21일 불이 일어난 후 213시간(8일 21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3월 31일 산청 천왕봉 산불은 확실히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새까맣게 탄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 겁외사 방생법회는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쁨에 젖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거둔 산불피해 복구성금
산청과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의 화마 소식을 전하느라고 겁외사 방생 소식은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겁외사에서 봉행하는 전국방생법회에 참가하는 사찰은 서울 2곳, 대구 2곳, 부산 5곳입니다. 소승이 빈약한 지식으로 이렇게 화마 소식을 전하는 데는 올 4월 3일에 예정된 전국방생법회를 여느냐, 못 여느냐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여 화마가 잡히지 않아 방생법회가 무산되면 모처럼 전국의 백련암 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법담을 나누는 행사가 무산되고 맙니다. 저간의 사정으로 산청 산불이 꺼지기만을 10여 일 동안 속을 태우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의 주불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 4월 1일 서울 정심사 주지 일념스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스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경상도에서 말할 수 없는 산불로 참화를 입고 있습니다. 이번 방생법회 때 각 사찰마다 보시금을 준비해서 산청군청에 시주하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모연하는 것이라 많지는 않겠지만 불자들의 성의를 보이는 일인 만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판단해 주십시오.”
소납은 우리 행사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만 온 마음을 뺏기고 있었는데 일념스님의 제안을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 그런 생각을 어떻게 낼 수 있었느냐? 나도 대찬성이니 니가 나서서 다른 절 주지 스님들과 의논해서 잘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대답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방생 날은 날씨도 쾌청하였고, 봄꽃도 곱게 피어나 경호강변에는 생명력으로 용솟음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참석한 500여 명의 불자들과 함께 여법하게 방생법회를 잘 봉행했습니다. 그리고 방생법회에 참석한 스님과 불자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불보살님전에 다음과 같이 기원을 올렸습니다.
오늘 이곳 성철 대종사 문도 전국방생대법회에 모인 저희들은 방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산불지역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진화대원과 공무원의 명복을 빌고, 다친 이들의 쾌유와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이곳저곳에서 따뜻한 마음, 따뜻한 손길을 보태고 계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이러한 염원을 담아 다함께 큰소리로 외쳐봅니다.
■산불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산불로 부상당한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축원합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기원합니다.
■산불로 인해 괴로움을 겪은 일체 유정무정물의 회복과 안정을 기원합니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원을 올리고 각 사찰에서 모금한 산불 피해복구 성금 1,500만 원을 산청군에 기부하였습니다. 비록 많지 않은 성금이지만 불자들의 정성을 모은 것이니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화마를 딛고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
산청군청에 성금을 기탁하고 나자 문도 스님들에게서 “불타버린 의성 고운사도 다시 힘을 내실 수 있도록 산중 스님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드리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논의 끝에 4월 22일 2시에 고운사를 방문하여 대중스님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주지스님께는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피해복구에 보탤 수 있도록 3,0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제가 다 짊어져야 할 일이지만 성철 종정예하께서 열반에 드신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문도스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니 한결 일이 수월하게 진행됨을 느낍니다. 지면을 빌어서나마 흔쾌히 큰마음을 내어주신 문도스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끝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혹했던 이번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상심에 빠져 있을 이재민들의 삶이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온 나라가 염려하고 응원하고 있으니 용기 잃지 마시고 파릇한 봄날의 새싹 같은 삶의 의지가 솟아나길 기원합니다. 나아가 이재민들의 삶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파괴된 생태환경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 부처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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