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김천 송학사 주호스님의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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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5 년 6 월 [통권 제146호] / / 작성일25-06-04 10:58 / 조회348회 / 댓글0건본문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경』을 수행 속 화두로 삼아 정진하고 있는 도량이 있습니다. 바로 김천 지례마을의 대휴사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비구니 도량으로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492호인 목조보살 좌상 및 복장유물이 발견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이곳은 문화재가 발견된 사찰로도 유명하지만 인재 불사의 공덕이 가득한 도량이기도 합니다. 『화엄경』을 번역한 도량이자 불사의 꽃인 인재 불사를 통해 부처님의 훌륭한 제자를 여러 명 배출한 도량이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사찰음식 보급에 앞장서고 계시는 스님이 바로 주호스님입니다. 김천 대휴사 성우스님을 은사로 동진출가하였고, 현재 대휴사의 주지 소임을 맡고 계시는 사숙 수정스님을 비롯해 여러 대중스님들과 함께 대휴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출가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김천 시내의 고즈넉한 마을에 위치한 송학사 주지 소임을 맡고 계시면서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법명은 주호周昊, 법호는 은우恩雨입니다. 대휴사의 제철 노스님께서 ‘하늘 아래 그 마음이 두루 비추라’는 뜻으로 법명을 지어 주셨고, 사찰음식을 통해 온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은혜로운 비가 되기를 바란다며 수덕사의 설정 큰스님께서 ‘은우’라고 하는 법호를 지어 주셨습니다.
사찰음식 수행자 주호스님
10여 년 전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께서 이끌고 계시는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의 승려반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무척 추운 날씨였고 하얀 털모자를 쓴 젊은 스님이 눈에 띄었습니다. 뽀얀 피부에 앳되 보이는 스님은 천진불처럼 발랄하면서도 차분한 내공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이 스님은 선재스님께 사찰음식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스님들 가운데 가장 젊은 스님이셨습니다. 주호스님과의 첫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속세에서 말하는 세대로 이야기하자면 X세대로 저와 비슷한 연배이지만 내공은 노스님이라는 표현을 종종 하게 만드는 깊이가 남다른 스님입니다. 동진 출가로 어릴 때부터 대휴사에서 살았던 주호스님은 노스님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찰음식을 먹고 자란 스님이기에 제대로 된 전통사찰음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장인제도를 통해 사찰음식을 보급하고 교육하고 있으며, 그 결과 그동안의 공력을 인정받아 사찰음식 장인으로 음식 수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휴사의 내림음식
주호스님의 사찰음식은 대휴사의 내림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철 노스님을 비롯해 많은 대중이 함께 살았던 대휴사는 사찰에서의 일상식뿐 아니라 제사음식, 의례음식 등 모든 음식을 자급자족하였습니다. 인재 불사를 최고의 공덕으로 여기며 스님들은 스승님을 잘 보필하고 제자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일을 가장 소중한 일상으로 삼았습니다. 도량석을 시작으로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면서 불가의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천 시내의 송학사도 그렇게 탄생한 사찰입니다.

큰절에서 잘 다듬은 보석 같은 주호스님은 갑자기 송학사 주지 소임을 맡게 되어 간단히 짐을 꾸려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주호스님이 첫 독립을 시작한 셈입니다. 당시 소식을 듣고 걱정되는 나머지 거의 매일매일 스님께 전화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마을 절에 내려간 스님은 그날부터 송학사 보수공사를 시작하였고, 강아지 금동이를 입양하여 기도와 염불로써 도량을 수호하였습니다. 저의 걱정과는 달리 스님은 송학사를 아주 빠르게 일으켜 세우셨고, 지금은 사찰음식체험관도 함께 운영하며 차와 음식 수행에 전념하고 계십니다.
김천 대휴사의 향반과 송학사의 붓디테이블
스님이 송학사로 주지 소임을 나가기 전, 어느 초겨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어른들을 따라 백흥암 대중공양을 따라가서 인연이 된 두 분의 스님과 직지사 참배 후 주호스님이 계시는 대휴사로 향했습니다. 해가 짧아 어둑어둑해진 저녁 무렵 대휴사에 도착하여 저녁 공양을 함께 했습니다. 법당 참배 후 요사채로 들어서니 따스한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비단 난방의 따스함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가 가득 담긴 따스함이었습니다. 이렇게 따스하고 밝은 도량에서 어른 스님들과 사부대중을 교화하며 사셨기에 사찰음식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휴사 어른 스님께서 차려주신 밥상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담백하고 정갈한 향반이었습니다. 주호스님의 지인들이 왔다며 상공양을 차려주신 어른 스님은 밥상 가득 사랑을 담아 내주셨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아 본 밥상 중 최고였다고 이야기할 만큼, 대휴사에서의 공양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소중한 밥상입니다. 사찰음식의 삼덕(청정, 유연, 여법)을 두루 갖춘 대휴사의 사찰음식은 주호스님의 사찰음식 공력에 원천임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세속의 나이는 젊지만 승납으로 이야기하자면 깊이가 남다른 수행자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대휴사 어른 스님께서 차려주신 저녁 공양이었다고 이야기하면 웃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를 말해 주었고, 전부를 보여 주셨습니다.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을 일상식으로 먹고 자란 스님으로서는 사찰음식 보급자로서의 첫걸음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일상식으로 접했던 음식이 세속의 건강 열풍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주호스님은 어느 날 문득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대휴사의 생활방식을 잘 익히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 스님들의 허락을 받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스님은 서울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어른 스님들께 보답하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찰음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혀서 어른 스님들께 배운 사찰음식을 제대로 보급해 보고자 원력을 세웠습니다. 이와 같은 원력으로 스님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른 스님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살림살이의 지혜를 익혔습니다.

현재 주호스님은 김천 송학사 주지 소임을 살고 계시며, 송학사 사찰음식체험관 ‘붓디테이블’을 운영하며 불가의 차문화와 음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그밖에 불교문화사업단 향적세계와 인사동에 위치한 사찰음식체험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도 전수합니다.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연구소에서 국장 소임을 맡으며 사찰음식을 통한 포교와 전법에도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이번 달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은 주호스님이 알려 주시는 ‘청국장 고수 무침’과 ‘참죽나무순 물김치’, 그리고 ‘옴절편’입니다.
청국장 고수 무침
【 재료 】
청국장, 고수,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통깨.
【 만드는 법 】
1. 고수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송송 썰어 주세요.
2.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를 넣고 양념을 만듭니다.
3. 잘게 썰어 둔 고수에 양념을 넣고 무칩니다.
4. 청국장에 고수 무침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TIP.
- 청국장은 빻지 않고 사용합니다.
- 고수를 대신해서 미나리, 제피, 김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 기호에 맞게 조청을 넣어도 좋습니다.
- 굵은 고춧가루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참죽나무순 물김치
【 재료 】
참죽나무순, 배추, 고춧가루, 찹쌀풀, 배즙, 생강즙, 소금, 간장, 채수(참죽나무 말린 것+표고버섯+다시마+무껍질).
【 만드는 법 】
1. 배추와 참죽나무순을 잘 절여서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빼 주세요.
2. 채수가 식으면 찹쌀풀, 고춧가루, 배즙, 생강즙을 넣어 주세요.
3. 부재료를 넣은 채수에 간장과 소금을 활용하여 간을 맞춰 주세요.
4. 손질된 배추와 참죽나무순에 간을 맞춘 채수를 부어 주세요.
5. 부족한 간은 간장을 활용해 맞춰 주세요.

TIP.
- 아주 여린 참죽나무순을 활용하세요.
- 채소를 절일 때 소금물 농도는 15%~20%가 적당합니다.
- 참죽나무순의 억센 줄기 부분은 말려 두었다가 채수에 활용합니다.
- 집 간장에 건 표고버섯을 담가 두었다 활용하면 좋습니다.
옴자절편
옴자절편을 만들기 위해 대휴사에서는 ‘옴’자가 새겨진 떡살을 만들었습니다. 옴자절편을 먹던 어린아이가 떡을 땅에 떨어트려서 지나가던 강아지가 주워 먹었는데, 그 강아지가 인도의 수행승으로 환생했다는 스토리를 담아 대휴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하여 자주 만들어서 신도들과 나눔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 재료 】
멥쌀가루, 쑥, 소금, 물, 떡살(옴).
【 만드는 법 】
1. 쌀가루에 수분을 주어 찜솥에 찌고 치대 줍니다.
2. 잘 치댄 떡을 손바닥으로 밀어 가래떡처럼 만듭니다.
3. ‘옴’ 자가 새겨진 떡살에 참기름을 바르고 떡 위에 꾹 눌러 줍니다.
4. 글자가 새겨진 사이를 칼로 자릅니다.

TIP.
- 쌀가루는 습식 쌀가루를 사용합니다.
- 떡방앗간에서 소금 간을 해서 나온 쌀가루를 활용합니다.
- 부재료(쑥, 수리취, 단호박 등)를 활용해서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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