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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성철스님, 인공지능 기술로 새롭게 나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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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5 년 10 월 [통권 제150호]  /     /  작성일25-10-03 21:32  /   조회28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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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에서조차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던 날도 잠깐, 어느새 가을을 품은 솔바람이 환적대를 넘어와 염화실 마루를 쓸고 지나갑니다. 며칠 전 끝난 백중 아비라기도의 열기도 아직은 백련암 뜨락을 넘어서지 않은 듯, 200여 명의 신도들이 합송하던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기도소리가 잔향으로 맴돌고, 불면석 위론 따가운 가을햇살이 반짝 빛을 내고 있습니다.

 

BTN불교TV, 10월 15일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첫 방송

 

지난 8월호에서는 ‘2012년 3월이 되면 성철 종정예하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데, 그 100주년을 무엇으로 기념하고 장엄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세월을 보내던 중, 마침 BTN불교TV 덕분에 큰스님께서 1967년 동안거 100일 동안 설법하신 녹음테이프의 음성을 녹취하여 자막으로 넣고, 그동안 모아 둔 큰스님 스냅사진들을 배경 화면으로 해서 〈산은 산, 물은 물 성철스님 법문〉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4월 25일부터 다음 해 3월 20일까지 총 48회를 방영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사진 1. 소나기가 훑고 지나간 백련암 뜨락에 고요함이 맴돌고 있다. 사진: 일엄스님.

 

그리고 9월호에서는 지금 방영 중인 〈깨달음으로 가는 바른 길〉(『선문정로』 강설)을 마치는 대로 10월 15일부터는 1967년 동안거부터 1982년 하안거까지 매 안거 기간 중 보름마다 하신 상당법어上堂法語를 정리한 『본지풍광』을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라는 제목으로 방영하게 되는데, 이 상당법문의 핵심 내용이 되는 『선문염송집』을 설명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내용을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인내하면서 잘 들어주십사 하는 당부의 말씀도 덧붙였습니다.

 

홀로그램에 대한 오랜 관심

 

소납은 2014년에 단성 겁외사 옆에 성철스님기념관을 짓고 나서 몇 년이 지나 기념관 안의 설법상만으로는 성철 종정예하의 진면목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고 초조해하다가 당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홀로그램 삼차원 영상 장치를 기념관에 설치하는 방안을 들고 교수님들과 의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묵묵히 듣고 있던 모 여교수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원택스님, 홀로그램 삼차원 영상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대중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중에 세월 따라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자주 접하게 되어 대중들이 친숙해지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큰스님께서 기념관 허공에 툭 나타나시면 신도님들이 ‘아이쿠, 우리 큰스님’ 하고 친근하게 느끼며 반길까요? 아마도 아직은 다 놀라 자빠지지 않겠습니까?”

같이 의논하던 신도들조차 “시절을 앞서가는 것도 문제는 문제죠.”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홀로그램 3차원 영상 건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진 2. 겁외사 근처 성철스님기념관 안에 모셔진 설법상. 사진: 박우현.

 

그러다가 2023년 광복 78주년을 맞이하여 독립기념관에서 공개한 실감형 콘텐츠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독립기념관 내 3·1문화마당에 설치된 LED 큐브 조형물 앞에서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보며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흑백사진으로만 보던 두 분의 모습이 아니라 입체감과 생동감을 가진 생생한 모습으로 현현顯現하여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그 분야의 전문가인 모 교수님을 소개받아 저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광복 78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제작된 이번 영상은 SK텔레콤의 AI 이미지 복원 기술이 활용되었는데, 독립기념관의 자료를 고화질 컬러 이미지로 전환하고 미디어 재현기술과 립싱크 기술을 적용하여 지금까지 흐릿한 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두 분의 모습을 입체감과 생동감 있게 재현해 낸 것입니다.”

 

소납은 성철 종정예하도 입체감과 생동감을 가진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보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전문가를 소개받아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복원은 국가 기관에서 주도한 사업이라 민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해인사승가대학의 강주로 있던 인공지능학 박사 보일스님을 찾아가 자문을 청했습니다.

 

“원택 대종사님의 홀로그램 얘기는 옛날 이야기이며, SKT의 이미지 복원 기술인 슈퍼노바도 어디가 끝인 줄 모르게 발전할 겁니다. 이제는 모든 박물관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하고 콘텐츠를 개발해 에코 뮤지엄 시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성철 종정예하의 모든 모습을 슈퍼노바의 기술로 개발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 컴맹이라고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신다면 불교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실 듯합니다.”

 

사진 3. AI로 복원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 모습. (뉴스TV CHOSUN YouTube 캡쳐)

 

인공지능학 박사 보일스님의 격려를 들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보일스님은 올해 초 해인사를 떠나 ‘AI부디즘연구소’를 차리고 인공지능 공부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보일스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지 채 3년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인공지능 분야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내일에 대한 예측을 불허不許하는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 속 성철스님이 동영상으로 나투시다

 

소납은 지금까지 “성철스님기념관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성철 종정예하를 근엄한 모습으로 표현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한순간도 놓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머릿속이 굳을 대로 굳은 채 세월을 보내고 지내왔으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뭇 뒤처져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어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바보천치가 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제 10월 둘째 주부터 방영되는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화면을 어떻게 채울까 하는 걱정으로 머릿속이 꽉 찼습니다. 지난 〈백일법문〉에 사용된 화면은 너무 익숙한 사진들이어서 신선미가 떨어지고, 이번에 끝날 〈깨달음으로 가는 바른길〉에 사용한 화면도 매회 새로운 장면이 아니라 한 번 만든 영상을 7개월 동안 사용하였으니 이것도 너무 식상한 장면이 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새롭게 배경화면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앞으로 일년 가까운 세월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할까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재영 원장에게 “쳇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들에게 성철 종정예하의 사진을 주고 그것을 동적動的으로 바꾸어서 활용하는 방법을 얻을 수는 없을까요?” 하며 걱정 아닌 걱정을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서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알아보니 사진 한 장면을 이용하여 영상으로 제작하는 데 250만 원을 요구합니다. 아무래도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스님, 제가 요즘 AI 기술을 찾아보다가 큰스님의 사진으로 움직이는 영상 클립을 제작할 수 있는 적당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찾았습니다. 이것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큰스님의 사진으로 제작한 동영상 클립 몇 개를 보내왔습니다. 그야말로 사진 속의 큰스님께서 말씀도 하시고, 손짓도 하시고 몸을 움직이니 말 그대로 활동사진이 되었습니다. 큰스님의 움직이는 영상을 보니 입이 저절로 벌어졌습니다.

 

“원장님이 어떻게 이런 활동사진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정말 다행이고 신기합니다.”

“업계 상황을 알아보니 아직은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아서 대중화되지 못한 탓에 그런 기술을 이용해 생성한 상업적 결과물은 제작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술이 몰라보게 발전하여 이제는 일정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진을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서툴렀지만 자꾸 탐색하다 보니 이 정도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계속하면 더 향상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4. 아잔타 석굴을 흥미롭게 둘러보고 계신 성철스님. BTN 불교TV를 통해 10월 15일부터 방영될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배경화면을 위해 AI로 작업한 것이다.

 

서 원장의 노력에 너무 감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내주는 활동사진의 모습도 초보의 경지는 넘은 듯 보였습니다. 서 원장도 혼자 걱정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다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동영상 제작 AI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경쟁사인 콰이서우(快手)가 만든 AI 등을 이용해 큰스님의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진 속에 있는 정적靜的인 모습이 살아 있는 영상으로 탄생하기까지 미국과 중국의 AI기술이 함께 사용된 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기술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날이 성철 종정예하의 발걸음이 달라지고 손놀림이 유연해지고, 그 옆에 계시는 다른 큰스님들도 함께 움직이시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르게 재현해 보았습니다. 링크를 보내 드릴 테니 한번 보시지오.” 하여서 핸드폰을 켜니 ‘성철 종정예하의 해외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서안의 대안탑 앞, 고대 인도의 불교대학인 나란타대학, 아잔타 석굴 내부, 이집트 피라밋 앞, 파리의 에펠탑 앞을 유유히 거니시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너무나 신기한 모습들이어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합니다. 소납은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지금 계획은 어떻습니까?” 하니 “지금 한창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생기고 있습니다. 우선은 10월까지 100컷 정도 만들어서 방송국에 납품하고, 차근차근 좀 더 배워서 방송 화면에 필요한 숫자를 맞추어 나갈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마다 기술이 늘고, 또 생전 한 번도 세계여행 경험이 없는 성철 종정예하를 이집트 피라밋 앞에, 인도의 아잔타 석굴 안으로, 부처님 8대 성지든 그 어디로든 다니시게 할 수 있다니 감격하고 또 감격할 따름입니다.

 

물론 국가사업으로 진행하는 ‘AI가 만드는 독립운동가’ 모습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해낸 성과만으로도 소납은 감동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변한 성철 종정예하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무한한 호기심의 세계로 향하게 할 장면들이 아닐까 설레입니다. 기대하시고 새롭게 방영될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에 시선을 고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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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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