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사막이 숨긴 불교미술관 ]
돈황 장경동의 약사정토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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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 2025 년 6 월 [통권 제146호] / / 작성일25-06-04 13:19 / 조회201회 / 댓글0건본문
약사불藥師佛 경전은 비교적 늦은 시기에 출현한 정토 경전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약사경藥師經』은 그 내용 중 아미타불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아미타불 경전보다 늦은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당대 현장이 650년에 역출한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등이 유통되었고, 당 의정이 구법 후 돌아와 번역한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藥師琉璃光七佛本願功德經』은 칠불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혜간慧簡 역본을 제외한 나머지 4부 경은 《대장경大藏經》에 수록됐으며, 이들 경전을 통칭해서 『약사경』이라고 부른다.

『약사경』과 약사정토변상도의 출현
스타인(Stein)의 수집 목록에는 1265년 감숙성甘肅省 돈황 제17호 동굴에서 출토된 『약사경』을 회화로 표현한 <약사정토변상도藥師淨土變相圖>가 있다. 이 그림은 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Bhaisajyaguru-Vaidurya) 외에 그를 호위하고 있는 보살과 신장, 그리고 비천을 중심으로 천수천안관음보살千手千眼觀音菩薩 등이 동방정유리정토를 묘사하고 있다.
영국학자인 아서 데이비드 웨일리(Arthur David Waley) 박사는 스타인이 수집한 돈황 회화 카탈로그를 작성할 때만 해도 이 주제를 읽을 수 없었으나, 몇 년 동안 적외선 촬영을 통해 그 내용을 판독했다. 연대기, 한문으로 된 비문에는 세로 형식으로 쓴 화기에는 총 9행으로 내용과 토번문이 중복됐고, 연대표기가 아주 명확히 기록됐다. 주불은 약사여래법좌藥師如來法座이며, 가로 형식의 티베트어 텍스트에는 기증자가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법을 설하는 승려임을 알 수 있다.

슈타인이 수집한 돈황 비단 〈약사경변상도〉는 초대형 돈황 유물 중 하나이다. 전체 그림은 3개의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층은 약사불과 두 명의 협시, 그리고 많은 권속들이 상단 중앙에 앉아 전체 그림을 지배한다. 두 번째 층은 중앙의 황색 직사각형 제기(제사 때 쓰는 그릇)의 양측에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 있다. 이들은 앉아 있는 자태를 통해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 층은 그림의 아랫부분이다. 중앙에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있고, 왼쪽에는 관세음보살의 변신 중 하나인 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 오른쪽의 훼손된 이미지는 제문祭文으로 판단할 때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변신인 불공견색관음不空羂索觀音이다. 그림 전체는 층차가 분명하며, 상단에는 약사불 삼존이 앉은 좌단, 중단에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하단에는 관세음보살 삼존이 앉은 좌단의 경계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토번 시대에는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이 돈황 지역에서 널리 유행하였다. 이 그림에서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이 차지하는 넓은 공간은 당시의 대중적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그림은 전적으로 〈약사정토도〉의 형태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티베트 승려들의 개인적 선호에 따라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림 아랫부분의 대부분이 유실되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돈황 비단화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남아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토번 시대의 돈황화 발전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약사불은 약사유리광세계에 머물면서 중생들을 위해 열두 가지 큰 대원을 발하신 부처님이다. 즉 유리같이 맑고 푸른 빛을 내는 약사여래는 약으로 병을 고쳐주는 의사처럼 온갖 병고病苦와 재난에서 중생을 구제해 주는 부처님이다.
〈사진 1〉의 약사불은 자비롭고 안정된 외모에 엄숙한 태도로 검은 육계와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있으며, 붉은 불의를 입고 있다. 착의법은 가슴을 드러낸 우견편단이며, 왼손은 배꼽 앞에 약함을 들고 연화좌 위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약사불은 붉은 불의를 입고 연화좌에 가부좌로 앉아 있다. 양쪽에는 월광보살, 일광보살과 그들의 권속들로 둘러싸여 약사삼존을 형성하고 있다. 월광보살은 약사불의 우협시, 좌협시 일광보살과 함께 극락 약사불의 동방정유리광국토에 있으며 약사불의 두 협시보살이다. 그들은 또한 그 불국토의 무량보살들 가운데서 최고의 보살이다. 월광보살은 가벼운 인도 스타일의 옷을 입고 반가부좌를 취하고 있다.
일광보살은 ‘일광편조日光遍照’, ‘일요日曜’ 등으로 불리며, 약사불의 좌협시다. 우협시인 월광보살과 함께 동방정유리광국토에 있다. 이를 약사삼본불藥師三尊佛로 불린다. 일광보살은 가벼운 인도 스타일의 옷을 입고 반가부좌를 취하고 있다. 몸이 한쪽으로 틀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머리 한쪽이 약간 더 길어 보이고 반대쪽이 약간 더 짧아 보여 깊이감을 주고 있다.
약사불 아래 중앙의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티베트어와 중국어로 된 제문이 있다. 퇴색되어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읽을 수 있다. 유명한 영국의 중국학자 아서 데이비드 웨일리 박사가 슈타인이 수집한 『돈황회화목록』을 편찬할 때, 이 제문을 해독하였다. 최근의 적외선 사진을 통해 제문을 해독할 수 있었는데, 한자 제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로로 쓰여져 있으며 총 9줄이다. 내용은 티베트어 제문에서 반복되며 날짜 표시가 더 명확하다. 한자 제문은 다음과 같다.

建造畢 공사 완료
丙辰歲九月癸卯朔十五日丁巳 병진년 9월 1월 15일
共登覺路 우리는 함께 깨달음의 길로 올라갑니다.
法界創生同 법계에 있는 모든 존재는 같은 것을 공유합니다.
以此功德奉为先亡考 이 공로를 가지고 고인에게 바칩니다.
不空羂索觀音一躯 불공견색관음 1구
千眼一躯如意轮一躯 천안 1구 여의륜 1구
一鋪文殊普贤会一鋪天手千眼 1포 문수 보현회 1포 천수천안
敬画藥師如來法席 삼가 약사여래법석을 그리다.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 있으며, 권속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들은 비천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을 향해 나는 듯,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얼굴은 거의 대칭적이며, 어깨에서 손목까지 늘어진 길고 매끄러운 머리카락에 많은 매듭이 보인다.

<사진 7>은 보현보살의 천개 주위에서 춤추고 구름 위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비천들이다.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있으며 한 몰이꾼이 사자를 끌고 있다. 문수보살은 권속들에 에워싸여 있고 비천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을 향해 나는 듯,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단 중앙에는 천수천안관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문수보살 천개 주위에는 구름 위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비천들이 보인다. 그림 왼쪽 하단에는 관음의 변신 중 하나인 여의륜관음이 있다. 오른쪽의 유실된 부분은 제문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음보살의 또 다른 변신인 불공견색관음이다.
제17굴 <약사정토변상도>가 그려졌던 시기는 토번이 사주沙州를 침략, 관부와 민간 그리고 승려와 돈황의 화가까지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도시와 가정이 파괴되던 시기였다. 이런 시대에 <약사정토변상도>를 통해 안녕을 추구했는데, 그것이 바로 <동방약사정토>로 ‘12대원’과 ‘9횡사’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건강과 평온, 풍요로운 의식衣食, 재난의 소멸 및 장수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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