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는 지금]
중국 ❷ 현대 중국불교가 직면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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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필자 / 2025 년 6 월 [통권 제146호] / / 작성일25-06-04 13:49 / 조회223회 / 댓글0건본문
곽뢰_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문연구원
중국의 도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운영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불교는 주로 농촌과 외곽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지역 신도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찰을 운영했다. 사찰은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전통적인 제의, 독경, 설법 등의 역할을 통해 신도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도시화와 불교 역할의 변화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의 도시화 속도는 눈부시게 빨라졌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도시로 집중되면서 불교의 활동 범위도 점차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교는 더 이상 특정 지역사회에 한정된 종교로 머물지 않고 도시적 삶의 방식과 공존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요구받고 있다. 도시 생활에 적응한 신도들은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종교 활동을 기대하고 있고, 사찰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운영 방식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불교는 전통적인 종교적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심리 치유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 가고 있다.

도시 불교는 포교뿐만 아니라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대인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저우[廣州]의 광효사光孝寺는 최근 ‘자선 채식의 날[慈善素食日]’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특정 시간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채식 식사를 제공하며 환경 보호와 건강한 식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이 행사는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불교와 사회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광효사는 지역 NGO 및 환경 단체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채식 식단’을 개발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캠페인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자원 봉사자들 중에는 대학생, 직장인, 외국인 거주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불교가 특정 신앙인만의 활동이 아닌 사회 전체에 열려 있는 문화 운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자비 정신을 현대 도시인의 삶과 접목시키려는 실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점차 다른 도시의 사찰로 확산되고 있다.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많은 사찰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현대화된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사찰들은 더 이상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대중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北京]의 법원사法源寺는 종교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문화 공간, 명상 센터, 불교 서점을 결합하여 많은 젊은이와 지식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법원사는 역사적으로 당대唐代 이래의 불교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찰이지만, 최근에는 일반 대중을 위한 인문 강좌, 불교미술 전시회, 고전 독서 모임 등을 개최하며, 종교와 문화가 융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스마트 법회 예약, 온라인 참배, 가상 법문 방송 등 비대면 방식의 종교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빠르게 정착된 변화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불교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두 문수원의 번뇌상담실
청두[成都] 문수원 번뇌상담실은 문수원 홍법이생부 사회관심센터의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는 기관으로 2007년 1월 1일 청두시 청양구 민정부에 정식 등록된 자원봉사 기반의 자선 단체이다. 이 단체는 스트레스와 갖가지 정신적 고통 속에 신음하는 시민들에게 심리적 위로와 불교적 지혜를 제공하고자, 뜻을 함께하는 자원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다. 봉사자들은 현대 도시인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삶 속에서 내면의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수원은 심리상담학과가 있는 대학과 정기적으로 협력하여 전문가가 참여하는 ‘마음 치유 상담실’을 사찰 안에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 상담 외에도 청소년 대상의 정서 발달 워크숍, 직장인 대상의 번아웃 예방 세미나, 노년층을 위한 인지 훈련 명상 프로그램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불교와 심리학의 대화’라는 공개강좌 시리즈는 불교적 사유와 현대의 정신분석 이론을 결합하여,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문수원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불자 여부를 떠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며, 사찰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문화 센터로 점차 발전해 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중국불교의 이런 변화는 현대인의 정신적·정서적 요구에 응답하여 사회 통합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종교 정책과 관리
현대 중국불교는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의제로는 정부의 종교 정책과 관리, 사원의 상업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불교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바라보는 태도와 인식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종교의 중국화’ 정책을 추진하며, 종교가 사회주의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국가의 전면적인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5대 종교 중 하나인 불교 역시 이 정책의 영향을 받아 사찰의 운영, 승려들의 활동, 종교 출판물 및 대외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종교 사무를 관리하기 위해 《종교 사무 조례》 및 관련 법규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인터넷 종교 정보 서비스 관리 방법》, 《종교 단체 관리 방법》, 《종교 활동 장소 관리 방법》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법규들은 종교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허가를 받아야만 게시할 수 있는 인터넷 종교 정보
특히, 《인터넷 종교 정보 서비스 관리 방법》은 국가종교사무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국가안전부가 공동으로 제정하여 2022년 3월 1일부터 정식 시행되었다. 이 법규에 따르면, 정부의 승인 없이 인터넷을 통해 종교 관련 콘텐츠를 게시, 전파, 강의하는 것은 금지된다. 여기에는 설법, 종교 의식, 포교 활동 등이 포함되며, 온라인 종교 정보 서비스는 국가의 이념적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본 조례 제2장 제6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문자, 이미지, 음성·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종교 교의·교규, 종교 지식, 종교 문화, 종교 활동 등의 정보를 사회 대중에게 제공하는 경우, 해당 서비스가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포럼, 블로그, 마이크로블로그, 공식 계정, 메신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인터넷 종교 정보 서비스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종교 활동 장소 관리법
2023년 발포된 《종교 활동 장소 관리 방법》에 따르면 불교 단체의 조직 구조, 재정 관리 및 해외 교류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였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사원의 기부금과 향초 수입 등 재정 사항은 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하며, 자금의 불분명한 흐름이나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설법 내용은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국가 법률과 사회적 가치관에 부합해야 한다.

일부 불교계 인사와 학자들은 과도한 규제가 불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교류 측면에서 정부는 외국 승려 초청이나 국제 불교 포럼 참가 등에 많은 제한을 두어, 중국불교와 세계 불교계의 교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종교 정보 서비스 관리 방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사찰의 온라인 포교 활동이 제한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사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교 강연과 선禪 수행 지도를 제공하였으나, 이제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종교 정책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찰의 상업화 논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불교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으로 떠오른 주제는 사찰의 상업화이다. 일부 사찰은 관광 경제의 영향을 받아 단순한 신앙 공간에서 벗어나 점차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 명소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시안[西安]의 대안탑大雁塔과 난징[南京]의 서하사栖霞寺와 같은 유명 사찰에서는 방문객들이 높은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사찰에서는 고급 참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가의 참가비를 책정하고 있어 일반 신도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으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사찰이 수행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지나치게 시장 논리에 편승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찰은 종교 기관이라기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정부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국가종교관리 당국은 사찰의 재정 운영을 더욱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으며, 사찰이 수익을 목적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중국 국가종교사무국国家宗教事务局은 「불교·도교의 상업화 문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기 위한 의견[关于进一步治理佛教道教商业化问题的意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찰은 외부 위탁 운영을 금지하고 종교 명의를 이용한 상업적 마케팅 활동을 엄격히 제한할 것을 명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찰들은 이미 지역 정부의 관광 개발계획과 깊이 연계되어 있어 상업화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사찰의 본래 역할과 경제적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 중국불교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다.
중국불교의 미래 전망
중국불교는 현재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정부의 규제, 사회적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는 한편 새로운 기회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는 본연의 핵심적 가치를 유지하는 한편 과감한 자기 혁신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불교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사회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간다면, 정신적 수행은 물론 사회적 공익 활동, 환경 보호, 문화 전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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