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쓴 선문정로]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 ② 조의祖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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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6 월 [통권 제146호] / / 작성일25-06-04 14:01 / 조회222회 / 댓글0건본문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6
심인心印이라 했고, 그다음은 조의祖意다 이렇게 나오거든? 이 심인心印이라는 것은 무심경계無心境界에서 심인心印을 알기 전에는 모른다고 전제前提가 되어 있는 것 아니야? 조의祖意는 조사의 뜻이다 이거야. 달마도 조사고 육조六祖도 조사고 다 조사인데, 조사의 뜻이라 한 이것도 전제前提를 알고 들어야 해. 심心이라는 것을 거짓말이라 전제하고 한 것처럼, 조사의 뜻이라 한 이것도 거짓말인 줄 알고 들으면 돼. 참말인 줄로 알고 듣다가는 큰일 나.
조의여공불시공祖意如空不是空이라
조사의 뜻이라 하는 것은 허공같이 전부 다 비었으니 공空과 같은데 공空이 아니더라 이것입니다. 공이라 한다고 공에 떨어져 버리면 마치 물을 피하여 불에 타 죽는 것과 같다고 안 했어? 「증도가證道歌」(주1)에서 말이지, 공空이면서 불공不空이고, 불공不空이면서 공空이더라 이것입니다. 조사의 뜻은 공이면서 또한 공이 아닙니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은
영기쟁타유무공靈機爭墮有無功가
영기靈機는 참 기틀이고 조사의 뜻을 말하는 것이야. 그 기틀이 어찌 유무공有無功에 떨어진다는 말인가? 유有와 무無에, 유라느니 무라느니 하는 그런 데 떨어지겠느냐? 유무를 완전히 벗어나야 실지에 있어서 중도中道가 현전現前하는 것이거든. 내가 중도라 한 조의祖意는 딴 것이 아니야. 부처님이 중도中道를 증득證得했다고 할 때의 그것이고, 육조六祖 스님도 앉으나 서나 전하신 그 중도입니다.

공空이라 하는 것은 무無를 표현하는 것이고, 불교에서는 항상 유有가 태어나게 하는 상대이거든. 그래서 공이다, 공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말이 안 된다 말이야. 어째서 그러냐 하면, 공空이면서 불공不空이고 불공이면서 공인데, 그래 영기靈機, 즉 참 기틀이 쟁타유무공爭墮有無功, 무다 유다 하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유무有無를 완전히 벗어나고, 양변兩邊을 벗어나 버렸다 이것입니다. 양변을 완전히 벗어나면, 결국 쌍민雙泯인데, 거기까지 벗어나서 보면 또 아주 없는 것이 아니거든? 쌍차雙遮가 아닌 것이지. 그래서 공空이면서 불공不空이고 불공不空이면서 공空이고 응? 비유非有면서 비무非無고, 비무非無면서 비유非有고, 그래서 역유亦有가 나오거든. 공空이며 또 중도中道, 유무有無를 완전히 벗어난 중도, 이것이 조의祖意, 조사의 뜻인데 말이지. 이것을 어떤 사람이 알 수 있느냐?
삼현상미명사지三賢尙未明斯旨라
삼현三賢(주2)도 상미명사지尙未明斯旨라. 삼현도 오히려 이 조의祖意, 조사의 뜻을 모른다 말입니다. 삼현십성三賢十聖(주3)이라 안 해?
십성나능달차종十聖那能達此宗가
십성十聖, 십지대성十地大聖도 이 조의祖意, 종지宗旨, 즉 말하자면 이런 중도는 모른다 이것입니다. 삼현이라도 나능달차종가? 삼현이라도 어찌 이 조의祖意를 다 알았다 하겠느냐? 부처님은 중도中道를 증득했다 이랬는데, 십지대성은 이 중도를 모른다 이것입니다. 이 유무有無를 완전히 벗어난 완전한 중도, 이 조의祖意는 모릅니다.
투망금린유체수透網金鱗猶滯水요
그물을 벗어난 금린金鱗, 비늘에 금빛이 번쩍번쩍한다 그 말이야. 그만큼 큰 고기라 말입니다. 금린金鱗이 그물에서 벗어나 버렸거든. 그물에서 벗어나면 산 고기가 아닌가 말이야. 그렇지만 유체수猶滯水, 오히려 물에 그대로 얽매어 있다는 것이야. 그물을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 물속에 있거든. 그물을 벗어난 고기가 아직 물속에 있다, 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말하자면, 암만 무심지無心地에 들었다 해도 무심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무심이 아니야. 아직 산 것은 아니야.
회도석마출사롱迴途石馬出紗籠이라
회도迴途, 길을 나섰다가 저 멀리 둘러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야. 그건 무엇이냐 하면 석마石馬야. 길을 에둘러 돌아오는 석마石馬는 출사롱出紗籠이라, 사롱紗籠을 벗어났다는 거야. 회도석마迴途石馬가 되어야지 투망금린透網金鱗이 되어 가지고는 안 된다 이 말이지. 먼젓 번에도 기관목인機關木人(주4)을 불러 물으면 안 된다 하는 것은 틀렸다고 안 했어? 기관목인機關木人에게 물어야 된다 말이지. 석마石馬가 인제 달마達摩를 쳐야 돼. 회도석마출사롱迴途石馬出紗籠이라, 모두를 다 벗어났다 말이야. 출사롱出紗籠이란 것은 해탈解脫했다 말이야.
은근위설서래의慇懃爲說西來意하노니
은근히 자네를 위해서 내가 서래의西來意를 설한다는 것입니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달마가 서에서 왔거든. 그래서 달마가 온 뜻을 말해 준다는 것입니다.
막문서래급여동莫問西來及與東하라
거기서 서西니 동東이니 그런 것을 묻지 말라 말이야. 응? 결국 이렇게 되면 달마가 동토東土에 온 일이 없고, 이조二祖가 서편으로 간 일이 없어. 이걸 알아야 한다는 말이야. 응? 달마부래동토達摩不來東土, 달마는 동토에 온 일이 없고, 이조불왕서천二祖不往西天(주5)이라, 이조는 서편으로 간 일이 없어. 그런 말 한 적 있어. 스님네들이 말이지, 이제 그걸 알아야 되지, 피상적으로 관찰해서 달마가 서에서 왔으니 그렇게 알았다가는 달마서래의達摩西來意는 모른다 이것이야.

은근위설서래의慇懃爲說西來意하노니, 은근히 자네를 위해서 서래의西來意를 내가 설하노니 막문서래급여동莫問西來及與東하라. 서西에서 왔니 동東으로 갔니 하는 그런 것은 실지 시간과 공간을 두고 하는 말이야. 차별변견差別邊見을 두고 하는 말이란 것이지. 그것은 변견邊見이야. 실제 인자 달마가 서래西來한 뜻을 알면 서西이니 동東이니 하는 변견을 떠나서, 유有니 무無니 하는 변견을 떠나서, 중도中道를 정등각正等覺해야만 조의祖意도 알 수 있고 종지宗旨도 알 수 있어. 서이니 동이니 하는 그런 변견邊見을 다 내버려라 이것이야. 이것이 중도의 입장이야.
스님: 자 또 넘어갈까? 얘기할 게 있으면 해. 소화불량이 되면 큰일 나.
학인: 조래불견祖來不見이라는 말씀을 늘 하셨는데요?
스님: 조래불견? 내나 똑 같은 소리라, 전체가 다.
조의祖意
조의여공불시공 祖意如空不是空
영기쟁타유무공 靈機爭墮有無功
삼현상미명사지 三贒尙未明斯旨
십성나능달차종 十聖那能達此宗
투망금린유체수 透網金鱗猶滯水
회도석마출사롱 廻途石馬出紗籠
은근위설서래의 殷懃爲說西來意
막문서래급여동 莫問西來及與東
조사께서 오신 뜻은 공한 듯 하나 공하지 않고
신령한 기틀은 작용이 있고 없고 상관없으니
삼현의 지위에 오른 보살도 이 뜻을 밝히지 못했는데
10지의 지위에 오른 성인인들 어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으리오.
투망을 용케 벗어난 황금 잉어는 아직 물속에 있지만
멀리 돌아온 석마石馬는 비단 등롱을 벗어나는구나
은밀하게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말해 주노니
서쪽에서 오셨는지 동쪽에서 오셨는지를 묻지 마소.
<각주>
(주1) 성철스님 법어집 1집 5권. 성철스님의 『신심명 증도가 강설』(2020), p.96. “기유착공병역연棄有著空病亦然 환여피익이투화還如避溺而投火, 있음을 버리고 공에 집착하면 병과 다름 없으니, 마치 물을 피하다가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도다.”
(주2) 삼현三賢: 수행의 초보단계로서 10주住, 10행行, 10회향廻向의 수행지위에 있는 보살을 통틀어 이르는 말.
(주3) 십성十聖: 초지初地 이상에서 십지十地까지의 보살, 구경각究竟覺 이전의 경계를 말한다.
(주4) 성철스님 법어집 1집 5권. 성철스님의 『신심명 증도가 강설』(2020), p.86. “환취기관목인문喚取機關木人問 구불시공조만성求佛施功早晩成, 기관목인을 불러 붙들고 물어보라. 부처 구하고 공 베품을 조만간 이루리로다.”
(주5) 달마부래동토達磨不來東土 달마는 중국에 온 적이 없고, 이조불왕서천二祖不往西天 혜가도 인도에 간 적이 없다. 『전등록』 권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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