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불교]
태어나고 소멸됨에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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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 / 2021 년 5 월 [통권 제97호] / / 작성일21-05-04 14:47 / 조회6,152회 / 댓글0건본문
과학과 불교12 | 특수상대성 이론과 보편 원리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에는 갈릴레이의 상대론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있다. 일반상대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은 중력의 효과를 포함하는 보편적인 이론이고, 특수상대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은 중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특수한 상황 혹은 중력의 효과를 무시해도 좋은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론이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에 이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 세 상대론은 “모든 속도가 상대속도”라는 전제를 공유한다. 이는 상대성 이론이 관측자에게 나타나는 세계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관측자에게 나타나는 세계만 논의하며, 그 이상의 세계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정지해 있다”는 등의 진술은 전혀 의미가 없다.
갈릴레이의 상대론과 빛의 속도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다시 생각해 본다. 비행기 날개는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는 움직이지 않지만, 지상에 있는 사람에게는 시속 900km로 날아간다. 이처럼 관측 대상의 속도는 이를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대상의 속도가 대상 자체의 속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측 이전에 정해질 수 없다. 관측 대상과 관측자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고, 세계가 달라진다. 한 대상에 대해서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수만큼 서로 다른 세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갈릴레이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 서로 같다. 두 상대론은 빛의 속도를 일정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갈릴레이-뉴턴역학에서 광속은 비행기 날개의 속도와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쉬운 예를 먼저 들어보자. 초속 30m로 날아가는 공을 초속 10m로 달리는 마차 위에서 본다고 하자. 마차가 공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마차에서 본 공의 속도는 초속 20m가 된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간다면, 마차에서 본 공의 속도는 초속 40m가 된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에서도 이와 꼭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km다. 이에 따라 특정한 별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1년 주기로 달라진다. 지구의 공전으로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별을 생각해 보자. 이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광속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더해져서, 초속 300,030km가 될 것이다. 이와 달리 반년 후에는 그 별이 지구에서 멀어진다. 이때 빛의 속도는 초속 299,970km가 된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이 옳다면, 그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이처럼 1년 주기로 달라져야 한다.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
많은 물리학자가 빛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관측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 차이가 관측되지 않았다. 이는 관측자의 운동에 상관없이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이중성double stars의 두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도 같았다. 이는 광원의 운동에 상관없이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속은 관측자나 광원의 운동과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하다. 문제는 광속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 관측결과가 갈릴레이의 상대론이 예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지지한다면, 광속의 차이가 관측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이를 위해 많은 물리학자가 여러 시도를 했지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다.
상대성 원리와 광속도 불변
당시의 대다수 물리학자와 달리, 아인슈타인은 상당히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보편적 물리법칙general law은 언제나 같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라고 했다.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물리법칙은 관측자나 관측 대상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강한 신념이었다.
그는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운 보편 법칙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지지해주는 근거는 전자기학과 광학에 있었다. 오늘날의 교과서에선 이를 광속 불변의 가설이라고 하지만, 당시엔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를 받아들이면 아주 당연해 보이는 갈릴레이의 상대론과 결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속 불변의 가설을 수용하면서 전적으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광속 불변과 동시성
광속이 일정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살펴보자. 상당히 긴 우주선이 정지해 있으며, 우주선의 맨 앞과 뒤에는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의 전등이 있다. 우주선 안에는 두 전등의 중간에 관측자 Oin(Oinside)이 있고 우주선 밖에는 Oin 바로 옆에 관측자 Oout(Ooutside)이 서 있다고 하자. 전등이 순간적으로 반짝하면서 빛을 발하고 나서, 빨강과 파랑의 두 빛이 Oout에게 동시에 도달했다면 바로 옆에 있는 Oin에게도 동시에 도달할 것이다.
우주선이 빠르게 움직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등이 빛을 발하고 나서, 두 빛이 Oout에게 동시에 도달했다 하자. 이때 움직이는 Oin은 Oout보다 앞에 가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Oin과 빨간 전등 사이의 거리는 짧아지고, Oin과 파란 전등 사이의 거리는 길어진다. 움직이는 Oin에게도 광속도가 같으므로, Oin은 빨간빛을 먼저 보고 파란빛을 나중에 보게 된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에 따라 빛의 속도가 달라진다면, 두 빛은 Oin에게도 동시에 도달한다.
따라서 Oout은 두 빛이 동시에 반짝였다고 생각하지만, Oin은 빨간빛이 먼저 반짝였고 파란빛이 나중에 반짝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우주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이 있다면, 그 우주선의 탑승자는 파란빛이 빨간빛보다 먼저 반짝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광속이 일정하다면 두 사건의 동시 관계 내지는 선후 관계가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동시성Simultaneity의 문제라고 한다.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동시성의 문제는 물체의 길이도 달라지게 한다. 길이는 물체의 양 끝의 위치를 동시에 측정하므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두 관측자의 동시 관계가 서로 다르므로, 한 물체의 길이를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측정하게 된다. 물체의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은 공간의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광속이 일정하면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공간도 달라진다.
뉴턴역학의 시공간
뉴턴역학에서는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관측자와 모든 사건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한 사람에게 과거인 사건은 다른 사람에게도 과거이고, 한 사람에게 미래인 사건은 다른 사람에게도 미래다. 한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동시에 일어난다. 물체의 속도는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물체의 길이는 이와 상관없이 일정하다.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산다.
이는 관측자와 상관없이 설정된 시공간이고, 우주 전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시공간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고 관측자가 없이도 흘러간다. 1차원 절대시간이다. 공간은 우주의 구성물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주어진 3차원 공간이다. 3차원 절대공간이다. 우주와 상관없이 주어진 1차원 시간과 3차원 공간 위에서 고전역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공간
특수상대성 이론에서는 관측자에 따라 두 사건의 선후 관계가 바뀌기도 하고, 한 사건의 발생 시간을 두 관측자가 서로 다르게 관측하기도 한다. 빠르게 운동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공간은 수축한다.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계와 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존재자와 모든 사건에 똑같이 적용됐던 뉴턴의 절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여기서 무너진다.
우리는 똑같이 주어진 하나의 시공간에서 사는 게 아니라,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각자의 시공간space-time에서 살고 있다. 이는 칸트가 생각했던 바와 같이 직관적인 추론을 통해 선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관측이라는 후천적 경험으로 형성되는 시공간이며, 나와 관측 대상 사이에 형성된 연기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시공간이다. 그건 주어진 시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이다. 우리는 그런 우주에서 산다.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은 없어도 보편적 원리는 존재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처음 접하면 아주 복잡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이 사라지면서 시간과 공간이 서로 연결돼 넘나들고, 모든 존재자는 각기 다른 각자의 시공간에 산다. 그러나 현상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 모든 세계에 두루 적용되는 원리가 존재한다.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년 3월 14일 ~ 1955년 4월 18일)
우리 우주는 아주 복잡하다.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 개의 항성이 존재하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산다. 그 모든 것이 각자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 모습이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더라도, 그 모든 세계에 두루 적용되는 근원적인 보편 원리는 존재한다. 무엇인가?
천체의 세계가 성주괴공하고 생명 세계가 생주이멸한다는 것에는 예외가 없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고 제법諸法이 무아無我인 연기緣起의 세계다. 그래서 일체의 모든 것이 空이다. 다른 무엇이 없는 이 연기공緣起空의 세계에서 꽃이 피고 새가 날며, 매 순간 변하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각기 다른 수많은 별이 빛난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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