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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아미타후불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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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11 월 [통권 제91호]  /     /  작성일20-11-25 10:23  /   조회6,99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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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전각은 건축적 공간만이 아니라 불보살의 원력을 확인하고 내면화하고, 내면화한 것을 회향하는 적극적인 신행의 공간이다. 극락전은 아미타불의 본원이 성취되어 이뤄진 극락정토를 구현한 무한공간이다.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하는 전각은 무량수전, 극락보전, 극락전 등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 사찰의 법당 중 대웅전 다음으로 많은 전각이기도 하다. 불자佛子는 물론이고 불자가 아니더라도 ‘나무아미타불’ 6자字의 성호聖號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는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아미타신앙’만큼 민중과 애환哀歡을 같이한 신앙도 없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 1. 극락보전 아미타후불. 

 

 극락전에는 본존인 아미타불과 함께 관세음 보살과 대세지 보살 혹은 관세음 보살과 지장 보살을 협시로 모시기도 한다. 이와 함께 봉안되는 아미타후불도는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 무량수경·아미타경·관무량수경)을 근거로 서방 극락세계인 아미타불의 정토를 시각화하고 표현한 그림이다.

 


사진 2. 쌍계사 아미타후불탱. 

 

 통도사 극락보전의 아미타후불탱(사진 1)처럼 아미타불과 관음·세지 두 협시 보살 외에, 여러 보살상과 십대제자 그리고 사천왕 등이 그려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장대한 공간감이 잘 표현된 쌍계사 아미타후불탱(사진 2)은 구품탱의 도상이 가미되면서 하단에 왕생자往生者의 모습이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도상은 채색을 통한 표현이 아닌 <사진 3>과 같이 검정 비단 바탕에 금니로 그려지기도 하고, 실상사 목각 아미타탱(사진 4)과 같이 고부조로 조성되어 모셔지기도 한다. 이와 달리 근대기로 오면 외래의 영향으로 화면을 나누어 그려지는 형식(사진 5)도 등장한다.

 


사진 3. 아미타후불탱. 

 

 아미타후불도의 도상배치와 의미를 조선 후기 후불탱을 대표하는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의 아미타후불도(사진 6)를 통해 살펴보자. 이 탱화는 특히 영산회상도에서만 보이는 청법자聽法者와 설법자說法者를 아울러 그린 독특한 것으로, 경전의 가르침을 충실히 드러내고 있다. 크기와 내용 면에서도 당대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데, 본존을 중심으로 8대 보살과 불제자, 사천왕, 석가모니불과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 구름 위의 화신불 등이 화면을 가득 메우며, 근집도群集圖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사진4. 실상사 목각아미타불. 

 

  극락정토에서 설법하는 무량수(無量壽·Amitāyus)·무량광(無量光·Amitābha)의 아미타불은 연화대좌 위에 중품중생·중품하생의 아미타정인을 결하고 앉아 계신다.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의하면 중생들의 서로 다른 성품을 상·중·하 3등급으로 나누어 중생들의 근기에 맞게 극락정토에 왕생하도록 하는 것을 상징한다. ‘무량수’로 불사不死에 대한 희망을 만족시키고, ‘무량광’으로 무명無明을 극복하게 하는 당당한 모습을 한 아미타불의 협시夾侍로는 중생들의 고통을 자재하게 꿰뚫어 보고 구제하는 관세음 보살과 득대세得大世로 한역되는 대세지 보살이다. 대세지 보살은 ‘커다란 세력을 얻은 자’라는 의미로 중생들에게 보리심의 종자를 뿌리고, 중생들이 선심善心을 수호하여 대비한 세력을 성취하게 하는 보살이다.

 


사진5. 흥국사 구품탱

 

 아미타불의 왼쪽에 시립한 세 보살은 문수 보살, 금강장 보살, 미륵 보살이며 합장한 채 본존을 향해 자세를 약간 틀고 있다. 문수 보살은 묘길상妙吉祥으로 번역하는데, 『대일경소大日經疏』에 “문수는 커다란 지혜이다. 가장 뛰어난 공空의 지혜로 보리심을 청정하게 하고 반야의 칼로 번뇌를 근원으로부터 자른다.”고 하였다. 금강장 보살은 중생이 본래 구족하고 있는 보리심의 덕을 나타내며, 미륵 보살은 석가모니불의 기별을 받아 당래불當來佛 또는 미래불未來佛이라 하며 자씨慈氏로 번역된다.

 

 아미타불의 오른쪽에는 보현 보살, 제장애 보살, 지장 보살이 시립해 있다. 보현 보살은 문수 보살과 함께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보살이다. 제장애 보살은 중생들의 일체 장애를 항복시키는 보살로 왼손에 보주를 들고 오른손은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장 보살은 ‘대지大地의 덕’을 상징하는데, 육도 중생들의 모든 고통을 없애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풍족하게 해 주는 보살이다.

 

 이들 보살 위쪽으로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좌우 각각 네 분씩 부처님의 제자가 손에 지물을 든 채 독특한 자세로 본존을 에워싸고 있다. 즉 두타제일 가섭 존자, 다문제일 아난 존자, 설법제일 부루나 존자, 신통제일 목련 존자, 지계제일 우파리 존자, 해공제일 수보리 존자, 논의제일 가전연 존자, 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등이다. 그리고 아미타불의 두광 좌우에 석가모니불과 세자재왕불이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불은 『정토삼부경』을 설한 붓다이므로 앞에 앉아서 법을 청하는 사리불 존자와 대응하는 것이다. 세자재왕 여래는 『무량수경』의 내용과 같이 아미타 여래가 법장 비구일 당시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48대원을 세우고 48대원이 이루어지기까지 설사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 할지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구도 정진할 때의 붓다이다. 모두 예배를 드리거나 제자와 문답할 때 취하는 합장인을 한다.

 


사진6. 천은사 아미타후불탱. 

 

  화면의 상단에는 시방세계에 두루 광명을 놓아 염불하는 중생을 섭수하여 버리지 않음을 상징하는 광명과 화신불이, 영수靈獸의 형상을 한 구름 위에 나타나 있다. 화면 하단 좌측에 서방 광목천과 북방 다문천이, 우측에 남방 증장천과 동방 지국천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배치되어 아미타후불도의 전체 구성을 이루고 있다. 형상 하나하나는 물론 색이나 선 하나도 우연적이거나 임의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미타불의 원력이 시간ㆍ공간 속에 두루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미타불의 장엄한 극락정토를 보는 것은 『무량수경』의 말씀과 같이 곧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염불삼매’라고 한다. 이같이 관觀하는 것을 ‘모든 부처님의 체體를 본다.’고 하며 부처님의 체를 보는 것은 부처님의 실상이 나타난 모습 그 자체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아미타후불탱을 제대로 보는 것 자체가 바로 수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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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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