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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사이]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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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  2020 년 10 월 [통권 제90호]  /     /  작성일20-10-21 10:33  /   조회8,20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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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또 올라오고 있는가  

고요 속에 발을 숨기고 

빙글빙글 놀이터를 돈다

아이들이 종일 모래 위에 그려놓은 

얼굴을 피해 

내 맨발은 극락으로도 지옥으로도

아슬아슬하다 

 

비 내리면 금세 지워질 그림 위로 

개미도 기어오고, 비둘기도 날아들고  

바람도 오고, 가을도 오니

여래如來도 온다

그린 그림을 지우고 아이들은 떠나고, 

여름도 가고, 나도 갈테니

여거如去도 간다

 

한번은 여래였다가 

한번은 여거였다가

내 맨발은 고요 속에서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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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바(筑波)대학에서 문학석사・문학박사 학위 취득. 전공은 양명학・동아시아철학사상・문화비교. 동경대, 하버드대,북경대, 라이덴대(네덜란드) 객원연구원 및 방문학자. 한국양명학회장 · 한국일본사상 사학회장 역임했다. 저서로 『노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일본판, 대만판, 중국판, 한국판),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명」, 「릴케와 붓다」 등 200여 편이 있다.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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