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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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0 년 10 월 [통권 제90호] / / 작성일20-10-21 09:25 / 조회9,001회 / 댓글0건본문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사)혜암선사문화진흥회(이사장 성법 스님) 주최로 9월5-6일 해인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학술대회를 참관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고, 감회도 남달랐습니다.
1981년 10월 성철 대종사께서 『선문정로禪門正路』를 출간하셨는데, 1967년 동안거 당시 진행된 ‘백일 동안의 법문[百日法門]’에서 이미 설명하신 내용입니다. 다만 책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녹음테이프 속에만 있었는데, 1979년 동안거부터 성철 스님께서 육필로 원고를 정리하셨습니다. 1967년 ‘백일법문’에서 말씀하지 않으셨던 내용, 즉 영명연수 선사가 편찬한 『종경록』의 「표종장」 내용 일부를 『선문정로』 제1장 「견성즉불見性卽佛」편에 첨가하시는 등 조금 보완 하셨습니다. 다음해인 1980년 중반 원융 스님이 이를 필사했고, 법정 스님에게 윤문을 부탁하는 등 『선문정로』 출판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던 차인 1981년 1월20일 성철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 되셨습니다. 출간 준비 중이던 『선문정로』는 예정대로 1981년 12월15일 발간되었습니다.
학술대회 시작에 앞서 자리를 같이 한 대중들
1986년 이종익 교수가 「보조선과 화엄」이라는 논문에서 “「법집별행록절요」의 첫머리 몇 줄만 보고 보조를 지해종도에 불과하며 그를 신봉하는 자도 지해종도라고 망언하는 것은 그의 문자 식견을 크게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선사도 편견독단에 치우치면 그것은 불법의 큰 적이 된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고 맹렬히 비판합니다. 보조 국사를 연구하는 1세대의 모든 교수들이 『선문정로』 내용에 대해 논박論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보조사상연구원이 1990년 송광사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이른바 ‘돈점논쟁頓漸論諍’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성철 종정예하의 문제 제기로 시작되어 30년 이상 지속되어온 ‘돈점논쟁’은 여전히 결론을 맺지 못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해 서명원 교수를 만나 “돈점논쟁을 끝맺지 못해 큰스님께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고 말하자 “원택 스님! 이제 다리 뻗고 편히 주무세요. 이쪽으로 보조 국사의 점수 산맥이 지나가면 저쪽에는 성철 스님의 돈수 산맥이 우뚝 서 같이 흘러가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70대 중후반이 된 소납이 학술회의에 참가해 ‘80 고개’를 바라보는 ‘점수파 교수’나 ‘돈수파 교수’를 간혹 만나면 그 분들 모두 “성철 종정예하 덕으로 돈점논쟁을 벌이던 그때가 학자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열정 있는 학술회의가 없어 참으로 그때가 그립습니다.”는 말씀들을 합니다.
학술대회 모습
지난 2012년 3월11일은 전 성철 종정예하 탄신1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조계종단에서 당시까지 한 번도 역대 종정예하의 다례제를 종단 차원에서 올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행정에 미숙한 탓으로 ‘조계종단 주최’가 아닌 ‘조계종단 후원’으로,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의 성원에 힘입어, 조계사 마당에서 2,000여 명의 신도님들을 모시고 ‘다례제’를 원만하게 회향했던 일은 지금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종단 차원에서 역대 종정예하들의 다례제가 정례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올해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대 종정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해인사에서 학술대회를 거행하게 된 것입니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2014년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2019년엔 해인사 보경당에서 두 차례 학술대회를 개최해 적지 않은 성과를 축적했습니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은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맞아 혜암 선사의 선사상과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대주제로,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구도자적 불퇴전의 이정표를 제시한 큰 스승인 혜암 스님의 삶과 사상을 널리 선양해, 한국불교 세계화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며 학술대회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대종사는 “천지사방으로 흩어진 종문의 일사일언을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촘촘하게 살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또 기억도 각각 다르므로 혹시 잘못 전함으로 인해 어른에게 누가 되고 뒷사람의 눈까지 가릴까 심히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천하에 일하기 좋아하는 집사들과 말하기 좋아하는 노사들이 힘을 모아 이러한 논변을 함께 만들어 둔다면 뒷날 뛰어난 존재들이 이어내고 보태가면서 노사의 도를 크게 빛낼 것이니 그 공이 어찌 적다고 하리오.”라고 하시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제1부 혜암 선사의 선사상과 한국불교의 세계화, 제2부 혜암 선사의 선사상과 선 수행, 제3부 혜암 선사의 선사상과 중생교화’ 등의 주제로 9월5-6일 1박2일간 성황리에 거행됐습니다. 저명한 학자 11분이 발표하고, 24분이 토론에 참여해 혜암 큰스님의 사상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런 연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돈점논쟁의 시대를 넘어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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