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력으로 함께 일군 전법도량 정인사 > 월간고경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월간 고경홈 > 월간고경 연재기사

월간고경

[불면석 그늘 아래 ]
원력으로 함께 일군 전법도량 정인사


페이지 정보

원행스님  /  2024 년 6 월 [통권 제134호]  /     /  작성일24-06-05 11:18  /   조회1,240회  /   댓글0건

본문

원행스님 2 

 

성철 큰스님은 불자들에게 ‘자기를 바로 보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는 세 가지 가르침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소납은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인사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신도들에게 무엇인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인사는 불자님들에게 받기만 할 뿐 주는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

 

금강어린이집 개원과 어린이 포교

 

그때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심 끝에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 포교에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젊은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1997년 1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유치원용 건물을 분양받아 ‘금강어린이집’을 개원했습니다.

 

사진 1.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 공연을 펼치는 금강어린이집 불자들.

 

어린이집을 개원하고 한 20년은 소납의 판단대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아들이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심지어 추첨까지 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도 출산율 감소라는 시절 인연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98명으로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그 소중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어린이집 운영과는 별개로 1989년 여름부터 어린이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여름방학 때는 청량사로 ‘솔바람 캠프’라는 이름으로 2박 3일 여름 수련대회도 떠났습니다. 7〜8명의 어린이 법회 교사들이 동행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어린이 템플스테이’를 일찍부터 해 온 셈입니다. 당시에는 참가하는 어린이들도 많아서 버스 2〜3대를 대절해야 했습니다. 인솔 교사들 외에도 공양을 제공하는 보살님들도 동행하여 어린이들을 돌봤습니다. 

 

그리고 정인사에서는 평소 일요일마다 30~40명씩 법회를 보았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임 금지가 해제된 뒤에도 어린이 법회와 중·고등부 법회는 이전 상황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강노인종합복지관 개관과 노인복지사업

 

어느 날 어린이 법회를 10여 년간 이끌어 온 곽인철 선생이 찾아와서는 “앞으로는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날이 갈수록 평균연령이 높아져 퇴직한 후에도 건강한 분들이 많아지고 소일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노인 일자리 지원 등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이 시급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2. 금강노인종합복지관 전경.

 

곽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관을 건립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모 건설사로부터 은행 기숙사로 사용하려던 건물을 인수하여 복지시설로 리모델링하여 2005년 6월 29일, 전국에서 드물게 법인 자체 건립으로 작은 노인복지기관이지만 개관을 하였습니다.

 

사진 3. 금강노인종합복지관 증개축 준공식 테이프 커팅에 참석한 사부대중.

 

그동안 국가의 평가 및 시·도의 인정으로 시니어 클럽,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을 위탁 운영하게 되어 노인시설이 8개로 늘어나고 복지관은 이용자의 급속한 증가로 시설을 확충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부처님의 가피에 힘입어 2014년까지 1차로 시설을 확충하였습니다. 그래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복지관 앞 105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 후, 본관 건물을 증개축하여 2022년 3월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새롭게 마련한 복지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이고, 전체 건물은 1,107평 규모입니다. 현재 금강노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한 노인시설은 8개로 협업을 통해 다양한 노인복지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진 4. 2023년 12월 29일, 금강 노인시설 송년의 밤 행사 기념사진.

금강노인종합복지관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정인사 불자들의 보시와 사찰의 예산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어르신들을 정성껏 모셔 온 곽인철 관장의 노력으로 행정기관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공신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에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시설을 확충하게 되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건립한 정인사 교육관

 

성철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7〜8년까지는 많은 불자들이 정인사를 거쳐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르지 않아도 정인사를 찾아오던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전법傳法을 했었더라면, 108참회를 권하고 능엄주와 아비라기도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여 성철 큰스님의 수행법으로 인도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진 5. 정인사와 정인사 교육관 전경.

 

이분들에 대한 포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신도님들의 연령도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40〜50대도 부부가 같이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찰에 나오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인사 불자님들도 65세~75세의 연령층이 전체 신도수의 60%가 될 정도로 밀집되어 있는 분포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불자들의 구성이 고령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납의 고심도 깊어 갔습니다. 고심 끝에 젊은 초심자라도 쉽게 올 수 있는 불교대학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자님들에게 불교대학을 위한 교육관 건립 불사의 필요성을 설명드리고 2019년 교육관 신축 불사를 결의했습니다. 

 

사진 6. 2021년 2월 23일, 정인사 교육관 낙성식 테이프 커팅에 참석한 사부대중.

 

코로나19로 나라 경제가 멈추어있던 2020년 4월에 착공, 모든 불자님들이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불사에 수희동참하여 그해 11월에 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2월 23일 성철문도회 스님들과 지역의 기관장님들 그리고 불사의 주역인 불자님들을 모시고 낙성식을 가졌습니다. 참회원과 인연을 맺고 33년 만에 결실을 본 교육관은 대지 150평에 4층 건물로 총건평 330평 규모입니다. 교육관 안에는 불교대학 강의실과 시민선방 그리고 요사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교대학과 시민선방 휴휴선원

 

교육관 낙성식을 가진 그 다음해 봄(2022년)에 불교대학 제1기 교육생을 모집하였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던 때라 교육생이 얼마나 모일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바른 법을 배우겠다는 불자들의 열정은 괴질도 막질 못했습니다. 첫해 151명의 불자님들이 등록하였고, 105명이 끝까지 과정을 이수하고 수료하였습니다. 2024년에는 제3기로 118명이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3기 입학생까지는 기존 불자님들 위주로 재교육 차원에서 모집을 했는데, 내년부터는 새로운 불자들의 신입생 모집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7. 2024년 제3기 정인사 불교대학 입학생들.

 

불교대학의 커리큘럼은 ‘부처님의 생애’, ‘불교입문’ 등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목부터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까지 체계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훌륭한 교수사 스님들을 섭외하여 공부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성철 큰스님의 사상과 수행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80〜90명에 달하는 불자들이 정인사 교육관을 찾아 모범적인 전법도량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불교는 크게 선禪과 교敎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새로 마련한 교육관을 통해 선과 교를 함께 전하고자 교육관 3층에는 ‘시민선방 휴휴선원’을 개원하여 참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평생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수행자셨습니다. 참회원을 거쳐 정인사로 사격寺格이 확장된 이후에도 소납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참선 잘 하그레이~”라고 하셨던 큰스님의 유훈이었습니다. 

 

이제 정인사 도량도 기본 불교교리, 참선, 108예참, 능엄주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출가·열반재일에는 특별 참선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큰스님의 유훈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진스님이 선원장으로 오셔서 성철 큰스님의 『백일법문』과 『육조단경』 등을 강의하면서 지금은 음력 2월 초하루부터 4월 초하루까지 산철결제를 하고 있으며, 매일 20〜25명의 불자들이 정진하는 수행도량이 되었습니다.

 

사진 8. 지난 성도재일 때 시민선방 휴휴선원에서 가행정진중인 불자님들.

 

현대사회는 물질적인 풍요가 넘쳐나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시대입니다. 참선은 정신적 안정과 내면의 풍요로움을 일구는 데 가장 좋은 방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참선은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 불자 누구라도 실천수행만 하면 삶이 평화롭고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불자들의 원력으로 함께 일군 전법도량 

 

돌아보니 정인사에 온 지도 36년이 되어 갑니다. 볼 수 없는 세월의 빠르기를 말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세월이 유수(흐르는 물) 같다, 세월이 쏜살(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는 표현을 합니다만 정인사와 함께한 세월은 후자의 표현에 더욱 공감이 갑니다. 

 

소납의 참선 공부는 첫 철부터 상기병으로 힘들었는데, 큰스님의 자상한 가르침대로 정진해서 나았고 지금까지의 정인사 생활도 큰스님의 큰 덕화를 입었습니다만 소극적이 자세로 살다 보니 수행을 위한 더 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입니다.

 

‘맹구우목盲龜遇木’과 ‘침개상투針芥相投’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구우목은 아주 오래 산다는 바닷속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 바다 위로 숨 쉬러 떠오를 때, 그때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나무판자에 뚫린 작은 구멍에 거북의 머리가 들어가게 되는, 확률적으로 아주 어려운 인연을 말합니다. 침개상투는 바늘을 땅에 세워 놓고 높은 하늘에서 작은 겨자씨를 던져서 그 겨자씨가 바늘에 꽂히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인연을 말합니다. 

 

중생이 사람의 몸을 받고 또 불법 만나기가 어렵고 힘든 것을 비유했지만 다행히 소납은 전세前世의 선근으로 세상에서 견줄 바 없는 부처님 법을 만났고, 눈 밝은 스승님을 모시는 귀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부덕의 소치로 깨달음을 위한 발심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원효스님은 “높은 산 큰 바위는 슬기로운 사람이 머물 곳이요[高嶽峨岩 智人所居], 푸른 솔 깊은 골짜기는 눈 푸른 수 행자가 살 곳이다[碧松深谷 行者所捿].”라고 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높은 산 큰 바위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하고, 수행자라면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5월 초순 반룡산 자락의 푸른 신록이 넘실대는 골짜기를 바라보면서 눈 덮인 가야산을 찾던 그 시절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좋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한 생각 잘 챙기며 지내겠습니다. 

백련암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이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나침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봉행하는 불자님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면서 펜을 놓습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원행스님
1974년 정월 성철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수계 이후 해인사 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안거를 하고 1984년부터 88년까지 청량사 감원을 맡았다. 1988년 참회원과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불자들과 함께 기도 정진하며 부처님 도량을 일구며 ‘바른 마음의 도장’인 정인사 주지를 맡고 있다.
원행스님님의 모든글 보기

많이 본 뉴스

추천 0 비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우) 03150 서울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1232호

발행인 겸 편집인 : 벽해원택발행처: 성철사상연구원

편집자문위원 : 원해, 원행, 원영, 원소, 원천, 원당 스님 편집 : 성철사상연구원

편집부 : 02-2198-5100, 영업부 : 02-2198-5375FAX : 050-5116-5374

이메일 : whitelotus100@daum.net

Copyright © 2020 월간고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