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금강산은 불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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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0 년 11 월 [통권 제91호] / / 작성일20-11-25 09:15 / 조회9,398회 / 댓글0건본문
서울특별시가 시행한 ‘시민 참여형 평화·통일교육 공모사업’에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통체추진본부(민추본)가 ‘분단 75년 특별기획 사진전, 북한 민족 문화유산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사업을 신청해 채택이 되었습니다. 충분하지 못한 시간에 나름대로 노력하여 지난 9월15일-20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층에서 조촐한 개막식을 거행했습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오후 4시30분쯤 여러 부장 스님들과 함께 오셔서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런저런 문답을 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져 모두들 즐거워하였습니다.
금강산 장안사 전경. 일제강점기 촬영. 국립중앙박물관 (건판1595)
민추본 전시는 2층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마침 같은 건물의 1층과 지하 1층에서는 일감 스님의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일감 스님의 암각화 전시회 개막도 축하하러 가셨는데, 암각화 전시장에는 많은 축하객들이 열을 지어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스님이 지나가며 “위층은 아제비, 아래층은 조카가 큰 일을 벌이고 있어 보기 좋다!”는 말씀을 하셔서 새삼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축하 방문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2층의 ‘북한 민족유산의 어제와 오늘’ 행사는 조촐하게,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전시는 풍성한 축하 속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한 셈입니다.
다음 날 오전 전시회가 끝나고 일감 스님과 메밀국수 전문집에 가 점심을 먹고 헤어지려니 “나중에 연락을 드리면 꼭 자리에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일감 스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암각화’ 전시장에 내려가니 “사숙님!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께서 축하하러 방문하신다니, 계시다가 같이 인사를 나누시죠.”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봉원사 주지 원명 스님 등과 함께 전시장에 들어서며 “원택 스님께서 와 계시군요. 조카 전시장이라 왔습니까?”라며 반가워 하셨습니다. “저도 2층에서 분단 75년 특별사진전을 민추본 이름으로 어제 같이 개원하였는데, 마침 오늘 전 총무원장 스님께서 오신다하여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고 인사했습니다. 자승 스님이 “오면서 들었는데,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한 곳에서 전시하는 방식이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숙과 조카가 한 장소에서 특별전을 갖게 됨을 축하합니다.”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금강산 장안사 사성지전 닫집. 일제강점기 촬영. 국립중앙박물관(건판 1979).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1부 소실, 사찰 터: 대한민국 역사에서 전쟁으로 사라진 북한 문화재 가운데 사찰 터를 중심으로 현재 남아 있고, 사라진 문화재를 살펴본다. 2부 보전 사찰문화재: 사찰의 중건·보수를 통해 현재 남아 있는 북한 문화재를 주불전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3부 복원 소통의 힘: 폐사된 국보급 사찰을 최근에 남북이 합동으로 복원한 북한 사찰의 문화재(신계사)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획된 계획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리된 안내장을 받아보고서는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그동안 장안사·유점사 등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어떤 규모의 절이었는지 본 적이 없어 마음에 느낌도 없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제강점기 당시 찍은 유리건판 사진 등으로 금강산 일대와 주변 지역의 사찰 문화재를 확인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안사 건축(사진 1)의 웅장함·화려함·장엄함, 유점사 능인보전에 모셔진 53불 등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금강산, 금강산… ”이라고 말은 했지만 금강산 1만2천봉에 꽃피웠던 암자와 불당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장안사, 유점사, 신계사 등에 있었던 장중하고 아름다운 15공포의 대웅전이 소실됐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은 표훈사, 정양사, 묘길상 마애불, 보덕암 등의 존재가 불자들에게 금강산이 어떤 산이었는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안사의 역사를 살펴보니 신라 법흥왕 때 창건하고 970년, 1477년, 1537년(중종 31)에 불타고 1545년(인종 1) 일청 스님이 중건했습니다. 6.25전쟁 중에 완전히 불타 버린 후 75년 동안 복원의 기미도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안타까웠습니다.
‘북한 사찰사진전’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지는 않았지만, 스님들이 더러 다녀가시며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암각화 사진전에 들리셨다가 ‘사찰 사진’ 전시회를 찾아오신 중진 스님들이 “이런 전시회가 다 있네!”라며 열심히 관람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참관하고 “고맙다.”며 떠난 스님들이 2-3 시간 지난 뒤에 다시 전시장에 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그 중진 스님들이 한결 같이 “지금까지 장안사, 유점사, 신계사라는 사찰 이름만 들었지, 실물은 꿈에도 보지 못하고 지나 왔는데, 오늘 여기서 장안사, 유점사, 신계사의 당우堂宇 들과 법당 내부의 부처님, 3층도 넘는 장대한 닫집 양식(사진 2)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 다시 마음에 새겨두려고 들렀다.”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전시회를 주최한 민추본 본부장으로서의 다행함과 감사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전시회를 마치며 조계종단과 종단협의회에 소속된 단체장님들과 모든 불교 신도님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날 현대아산의 금강산 해상관광 사업으로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자 고산·정대·법장·지관 총무원장 스님들께서 한마음으로 신계사 복원 불사에 나서, 북쪽의 조선불교도연맹 박태화 위원장을 위시한 역대 위원장들과 힘을 합쳐 신계사를 복원하는 일을 마쳤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남·북 불교도가 힘을 합쳐 장안사와 유점사를 복원하는 일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남아 있는 모습만 보아도 그 불사는 크나큰 불사여서 한 종단이나 번지 없는 주막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이 문득 나서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언제 대작 불사를 하느냐?”고 묻지 말고 조계종단이 중심이 되어 장안사·유점사 설계도를 완성하고, 입체 모형으로 장안사·유점사를 먼저 복원해 체크해 보고, 학계 등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인된 설계도를 만든 다음, 그 설계도에 따라 5년이든 10년이든 치밀하게 준비해 복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가 남북교류가 이뤄지는 날이 왔을 때 대작大作 불사佛事를 시작하면 ‘복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몇 년 만에 후딱 끝내는 그런 불사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아지랑이 속을 걷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때를 준비하는 것은 불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자들이 힘을 모아 ‘성스러운 금강산’을 일궈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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