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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산책]
깊은 산 속에서 흰구름 벗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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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  1997 년 3 월 [통권 제5호]  /     /  작성일20-05-06 08:32  /   조회6,30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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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복잡할수록 도시를 떠나고 싶고, 때로는 이름없는 산사에서 질박한 노스님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오늘은 고려 후기 나옹화상의 「산거(山居)」 시를 통하여, 스님이 생활한 산사의 담박한 맛을 음미해 보기로 하자.

 

白雲堆裏屋三間        흰구름 겹겹이 쌓인 곳에 초가집 하나

坐臥經行得自閑        누워보고 앉아보고 거닐다 한가로움 터득했네
磵水冷冷談般若        바위 틈의 차가운 물 반야(般若)를 설하고
淸風和月遍身寒        청풍(淸風)은 달과 어울려 온 몸을 서늘케 하는구나

 

이 시의 소재로는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정성이 짙은 사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흰구름’은 속세와 진계(眞界)를 갈라놓고 있는 사물이다. ‘셋간 초가’는 그 속세에 있지만 외딴 곳에 있는 집이다. 흰구름 속에 사는 노승(老僧)의 세계를 이 초가 한 지점으로 집약시켜 놓았다. 그리고 그 노스님은 고답적인 법문을 설하시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하는 일은 그저 앉았다 누웠다 하는 평범한 행동일 뿐이다. 산사에서 지내는 스님은 이러한 일상적인 행동에서 ‘스스로 마음의 자유를 얻고 자신의 한가로운’〔自閑〕의 경지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자연의 모든 것이 자신과 합일되는 것을 알게 된다. 차가운 시냇물은 자연의 일상적인 사물이지만 마치 반야경의 깊은 이치를 설하는 듯하고, 시원한 바람과 달빛도 이러한 한가로움을 확산시켜 자신과 어우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도를 깨우쳐 가는 경지를 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산사의 스님은 일상의 생활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고, 나아가서 자연의 평범한 사물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이루는 것이다. 즉 자연물의 서정성과 스님의 일상성이 합쳐져 한정(閑情)의 보다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으니, 우리 모두 산사로 달려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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