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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미국 불교출판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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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4 년 6 월 [통권 제134호]  /     /  작성일24-06-05 10:44  /   조회1,41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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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17 | 미국 ⑰ 

 

필자는 현시대의 세계불교 강국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명상인구가 많고, 또 불교서적 출판이 많다. 이 책들이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면서 미국에서 유행하는 명상과 명상지도자들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

 

미국에서 영어책 출판에 관심 많은 한국 불교계

 

한국 불교계에서도 현재 번역되어 출판되는 많은 책은 미국에서 발행된 영어책이다. 한국에 위빠사나가 널리 알려진 것도 결국 위빠사나 수행과 위빠사나 선사들에 관해서 빠알리어나 미얀마어로 된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주로 영어책을 번역하였다.

 

사진 1. 뉴욕주립대에서 출판된 박성배 교수의 첫 번째 저서인 Buddhist faith and sudden enligh-tenment.

 

“불교는 역경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세계화되는 과정에 경전 번역이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즘에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 한국의 여러 종단과 많은 스님들이 미국에서 영어로 책을 출판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내가 한국에 가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는 것에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에서 영어책을 출판하려고 준비하는 한국 불교계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크게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전문 번역자가 매우 부족하다. 번역을 하려면 그 책에 대해서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번역은 번역할 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훌륭한 번역자가 탄생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투자가 많은 것 같지 않다. 번역으로 생계를 해결해야만 전문 번역자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번역료가 많이 들어가면 번역 의뢰자가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번역 관련단체에 등록된 사람이 매년 한 권 이상 번역을 하면 불교종단협의회나 불교출판협회 같은 곳에서 등록된 회원에게 매월 2백만 원을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2. 하와이 대학교에서 출판된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저서로 지눌에 관한 책 Numinous awareness is never dark. 

 

두 번째는 교정에 대한 문제이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 번역을 하는 경우는 불교를 교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미국 현지인이 반드시 교정을 봐야 한다.

 

세 번째는 용어의 표준이 되고 인프라가 되는 번역 관련 사전이 꼭 필요하다. 지금 이 사전 작업을 전옥배 원장 개인이 하고 있는데, 나는 이 작업에 한국 불교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화두’, ‘예불’, ‘고苦’ 등 다르게 표현되는 용어를 통일된 단어로 사용해야 한다. 정평있는 영역 사전을 활용하여 정확한 영어 번역어로 통일하여 용어의 일관성을 기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미국에서 잘 팔릴 수 있는 문체를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 많이 팔릴 수 있고, 출판의 의미가 있다. 서양 불교출판의 대명사인 샴발라출판사 설립자인 샘 버콜즈 사장에게 출판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물으니 “독자들이 좋아하는 문체를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역하는 경우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불교계가 영어책 출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저자와 번역자, 그리고 교정할 수 있는 미국인이 함께 작업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스리랑카에서 영어책 출판을 많이 한 BPS 경우에는 설립자와 책임자들이 유럽인이고, 비구 보디스님 등은 미국인들이었다.

 

승조의 『조론肇論』을 비롯하여 한문으로 된 경전과 책들을 많이 번역하고 해설하는 학담스님은 영어 번역에 대해서도 중요한 말을 하였다. 그는 『현수법장으로 읽은 반야심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드워드 콘즈(Edward Conze) 영역英譯에서 번역자 에드워드 콘즈는 반야학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반야경 계열 불교 경전의 연구와 번역에 많은 성과를 낸 학자이다. 「반야심경」 번역과 함께 『금강경』 번역도 콘즈의 영역이 영어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절대 신의 세계관이나 실체론적 세계관이 지배해 온 유럽 문명권 사람으로서 그의 번역어에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언어적으로 산스크리트 문헌을 영어로 옮긴 그의 공적과 노고는 크게 인정해야 하지만 연기론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영어단어가 갖는 비연기적 언어의 분위기가 「반야심경」의 뜻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반야지혜를 갖춘 성사聖師로서 인도문명과 중국문명의 양대 언어체계를 모두 소화한 한문 역경가들도 무려 500년 간의 긴 시간 「반야심경」의 번역을 계속해 온 데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리라.”

 

학담스님의 지적처럼 영어로 번역할 때 세계관과 문명권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한 단어를 번역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틱낫한 스님의 경우를 보자.

 

사진 3. 에드워드 콘즈 책 Buddhist Wisdom:The Diamond Sutra and The Heart Sutra. 

 

보살사상과 모든 존재의 상호의존에 관한 사상은 베트남어 티엡tip과 히엔hien이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티엡이란 자기 자신, 모든 불보살, 그리고 보편적 불성의 지혜-자비와 ‘접촉해 있다’는 의미다. 이 말은 또 붓다에 의해 맨 처음 가동된 깨달음 운동을 지속한다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히엔이란 현재, 실현하다, 나타낸다라는 의미다. 수행이란 미래나 미래의 재생을 위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 자비, 평화, 기쁨을 현재에 실현하는 것이다.

 

티엡히엔이라는 말을 번역할 적절한 영어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틱낫한은 인터빙interbeing이란 말을 창안해 냈다. “인터빙은 새로 만든 영어단어이며, 나는 이 말이 수용되기를 바란다. 내가 있으므로 당신이 있다.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다. 그것이 ‘인터빙’이란 말의 뜻이다. 우리는 인터빙이다.”라고 그는 『평화』에서 말했다.(주1)

 

서양불교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불교서적

 

미국불교사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처음에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불교서적을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 한국 불교계에 자서전이 소개된 독일인으로 1904년에 비구가 된 냐나띨로까 스님도 독일어로 된 『불교교리 문답』과 『붓다의 일생과 업적』을 읽고 출가를 하게 되었다. 독일인이 출가할 때 불교서적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불교가 널리 유행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졌지만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 해안 지역, 뉴욕주, 메세츠세츠주 등 동부 일부 지역, 콜로라도주 등을 제외한 남부와 중부 등의 지역에는 불교를 지도할 스님이나 법사, 사찰과 선원 등이 크게 부족하였다. 불교서적은 이러한 부족을 메우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없던 시기에 불교서적은 미국의 불교포교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관계로 미국 불교계에서 나름 역할을 하던 불교출판사들이 이제는 다른 출판사로 통합되거나 운영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사진 4. 성원스님에의해푸른솔에서 출판된 평화시리즈 책.

 

미국에서 불교책은 대개 두 가지 경로로 출판된다. 학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출판되는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책은 하바드대학교 출판사, 프린스턴대학교 출판사, 뉴욕주립대 출판사인 SUNNY Press, 하와이대학교 출판사 등 대학교 출판사에서 출판된다. 박성배 교수, 버스웰 교수, 박진영 교수 등 학자들의 책은 대부분 대학교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런 학술서적이 아닌 책들은 일반 출판사에서 출판되는데, 나는 이 글에서 일반 상업출판사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미국에 불교책을 많이 발행하는 샴발라출판사, 위즈덤출판사, 파레렉스출판사, 다르마출판사, 몬타나주에 있는 Namchak Publishing Company, 그리고 지금은 샴발라에 통합된 스노우라이언(설사자) 등 몇 개의 출판사가 있다. 이런 출판사 중에서 틱낫한 스님이 설립한 파레렉스 출판사 외에는 모두 티베트 불교와 관련이 있다.

 

사진 5. 푸른솔에서 발행된 하동산 스님에 관한 책.

 

한국인 중에는 2017년에 입적한 성원스님이 2005년 설립한 푸른솔(Blue Pine)출판사가 있었지만 2017년 성원스님의 입적과 더불어 이 출판사는 문을 닫았다. 이 출판사를 통해 하와이 대원사 주지 시절 대원스님이 주최한 평화관련 세미나 원고를 모아 여러 권의 ‘불교와 평화(Buddhism and Peace)’ 시리즈를 비롯하여 하동산 스님 관련 책 등 미주 한국 불교계로서는 의미 있는 책을 여러 권 출판하였는데 매우 아쉽게 되었다.

 

미국불교사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출판사는 1887년도부터 있었던 오픈코트출판사(Open Court Publishing)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불교출판사는 1969년에 시작한 샴발라출판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티베트 닝마파 스님인 타르탕 툴쿠(Tarthang Tulku)가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1970년 다르마출판사를 설립하였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미국의 불교출판사 역시 1970년대에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불교출판은 이들 불교전문출판사 외에도 대기업 출판사에서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정신/종교부서를 따로 두고 대중성이 강한 불교서적을 주로 출판한다. 이들은 불교전문출판사보다 편집, 홍보, 영업 면에서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전담 출판사를 따로 가지고 있었던 틱낫한 스님(파레렉스)이나 달라이 라마(스노우라이언)도 대중적인 가능성이 있는 책은 이들 메이저급 출판사를 통해 발행하였다. 예를 들면 틱낫한의 『화(Anger)』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The Art of Happiness)』은 펭귄출판사 계열(Penguin Publishing Group)인 리버헤드(Riverhead)에서 출판했다.

 

미국불교사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불교 출판사

 

미국불교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출판사는 오픈코트출판사(Open Court Publishing)이다. 이 출판사는 1887년에 아연사업가인 에드워드 헤겔러(Edward C. Hegeler)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헤겔러는 종교와 과학의 화해에 관심이 많았고, 또 일원론(monism)이라고 불리는 과학적 철학에 바탕을 둔 포럼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오픈코트출판사를 시작했다. 헤겔러는 과학적 개념이 종교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관해 종교적, 심리적 문제에 관한 논의에 관심이 많았다. 

 

사진 6. 폴 카루스(Paul Carus, 1852〜1919).

 

첫 편집장은 헤겔러의 딸 메리와 결혼한 사위인 폴 카루스 박사(Paul Carus)였다. 폴 카루스 박사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의에서 일본인 스님 소엔사쿠와 스리랑카 사람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달마팔라를 만났다. 그리고 소엔사쿠의 추천으로 스즈키 다이세츠(D. T. Suzuki, 1870〜1966)가 1897년에 미국에 왔을 때 오픈코트출판사에서 일하였다. 스즈키는 카루스의 『도덕경』 번역 일을 돕기도 하고, 여기서 1900년에 마명의 『대승기신론(The Awakening of Faith)』을 카루스와 공동으로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이어서 1907년 『대승불교 개론(Outlines of Mahayana Buddhism)』이라는 번역서를 출판했다.

 

사진 7. 스즈키의 책 Outlines of Mahayana Buddhism.

 

다르마출판사(Dharma Publishing)는 1970년 티베트 불교 닝마파의 타르탕 툴쿠(Tarthang Tulku)가 세운 출판사로서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에서 출발였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거대한 수도원인 오디얀(Odiyan)에 있다. 1935년생인 타르탕 툴구는 1969년에 미국에 온 불교 지도자로 현재도 살아있다. 타르탕 툴쿠는 8세기에 세워진 티베트 유명 수행처인 삼예사를 그대로 모방하여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오디얀 수행원(Odiyan Retreat Center)을 지었다. 이곳은 그의 수행공동체를 위한 연구와 안거 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르마출판사는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하는 라마의 오랜 제자들에 의해 운영되며, ‘법을 보존하여 서양으로 전하다(preserving the Dharma and bringing it to the west)’는 슬로건을 내건 다르마출판사는 많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 출판사에서 중요하게 진행했던 사업은 티베트 불교의 대장경인 『카규르(Kangyur, 佛語部)』와 티베트 고승들의 저작인 『텐규르(Tengyur, 論部)』를 한정판 전집으로 만들어 티베트 불교를 잘 보존하고 유통시키는 것이었다. 

 

사진 8. 오디얀Odiyan 수도원 전경.

 

지도책 크기의 이 책은 한 권당 무게가 10파운드(4.5kg)이며, 수동으로 제본되었고, 수백 년 지나도 변질되지 않도록 중성지에 인쇄되었다. 각 권은 금박을 입힌 400쪽 정도의 복제본 목판인쇄 문헌, 탕카라고 불리는 티베트 성화聖畫, 티베트 종파나 계보들 중 한 곳의 창시자를 그린 선화線畵, 역사지도, 그리고 티베트의 많은 붓다 중 하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두 문헌에 담긴 지혜를 존중하고 독자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선별되었다. 

 

사진 9. 타르탕 툴구 책 The joy of being.

 

세부적인 면에 이렇게 신경을 쓴 것은 『카규르』와 『텐규르』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신앙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 책을 법당의 중앙 불단에 전시하고 신앙의식으로서 그 앞에 절을 한다. 1972년에 The Sacred Art of Tibet이라는 책을 첫 번째로 출판한 이후 현재 서구인들을 위해 다르마퍼블리싱에서 출판된 책을 분류해 보면 닝마파의 조사들에 관한 책, 명상 입문서, 일터와 일상생활에서의 불교 신앙에 관한 책, 타르탕 툴쿠가 쓴 『티베트식 이완법(Tibetan Relaxation)』을 포함하여 ‘티베트 요가와 건강,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한 책’ 등을 포함해 모두 100여 권이 있다. 50년이 넘은 출판사이지만 출판된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각주>

(주1) 리처드 휴저스 시거, 『미국불교』,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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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편집인 및 발행인.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전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9년 뉴욕에서 월간 잡지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사단법인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을 설립하여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북불교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북한사찰순례단을 조직하여 2005 년부터 4차례에 걸쳐 단체로 북한사찰순례를 하면서 북한불교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 금지로 인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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