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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팔상도에 나타난 탄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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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4 월 [통권 제84호]  /     /  작성일20-05-28 16:03  /   조회7,09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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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불화가. 철학박사

  팔상탱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표현한 불화로 태어나서 열반 하실 때까지의 중요한 행적을 여덟 단계의 그림으로 표현하였기에 팔상(八相)이라 하며 사찰의 팔상전에 봉안된다. 이에 그 성격을 말하자면 예배의 목적보다 교화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부처님의 행적(行蹟) 자체가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완전히 깨달은 절대 경계의 보리(菩提)를 실현한 것이므로 이를 통하여 미혹에 빠진 중생들도 다함께 큰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본생경(本生經)>에 의하면, 석존께서 인도 카필라라는 나라에 탄생하시기 전에 도솔천에 계시면서 이름을 호명보살이라고 하였다. 오랜 선정 끝에 호명보살은 자기가 태어날 시간, 땅, 가계(가문), 심지어 자기를 회임할 어머니까지 결정한다. 호명보살은 석가족(釋迦族)이 살고있는 카필라국의 정반왕(淨飯王․Śuddhodana)과 마야(摩耶․Māyā) 왕비를 부모로 정하고 이제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겪을 모든 시련을 극복할 마음의 준비를 끝낸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기다리는 ‘법(法)’을 가르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했으므로 호명보살은 도솔천의 신들을 ‘가르치고, 깨우치고, 기쁘게 하고, 위로하기’ 위해 법문(法門)을 설한 후 도솔천을 떠난다. 이렇게 해서 이제 역사적 석존의 전기가 시작된다.
  카필라는 인도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로 날씨가 따뜻하고 땅도 기름졌으며 사람들은 선하고 순했다. 


사진1. 흥국사 팔상탱 비람강생상


어질고 훌륭한 정반왕과 선한 백성들은 근심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살았으나 마야 왕비가 40세가 넘도록 태자를 낳지 못한 것이 한 가지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마야 왕비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눈부시게 흰 코끼리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왕비의 옆구리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꿈에서 깬 왕비는 정반왕에게 이야기한다. 정반왕은 “그 꿈이 보통 꿈은 아닌 것 같으니 꿈을 풀어 주는 사람의 말을 한번 들어 봅시다” 하며 다음날 유명한 점술가들을 불러 왕비의 꿈을 풀어 달라고 부탁한다. 점술가들은 “왕자님을 낳으실 꿈입니다. 태어날 아기는 전륜성왕(轉輪聖王: 고대 인도의 이상적 제왕)이 되거나 만약 출가한다면 붓다가 될 꿈”이라고 해몽하였다.


사진2. 송광사 팔상탱 비람강생상


  마야 왕비의 꿈이 자신의 뒤를 이어 줄 왕자의 잉태를 알리는 좋은 징조라는 말을 들은 정반왕의 기쁨은 더할 수 없게 된다.
  팔상도 가운데 첫 번째인 도솔내의상은 이 가운데 마야 왕비가 흰코끼리를 탄 호명보살이 승상입태(乘象入胎)하는 꿈을 꾸는 장면과 함께 관련된 불전(佛傳)을 화려한 채색으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어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인데 이 비람강생상에는 이번에 소개할 재미있는 불화속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탄신불이 표현되어 있다. 
  먼저 부처님의 탄생을 비람강생이라고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어머니 마야부인이 당시의 출산 풍습에 따라 고향인 천비성(天臂城)으로 출산하려고 가는 중에 룸비니 동산에서 부처님이 탄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룸비니를 음사한 것이 람비니(藍毘尼, Lunbinī)인데 이를 줄여 비람(毘藍)으로 부른다. 이에 따라 비람강생은 곧 부처님께서 룸비니 동산에서의 탄생을 의미하는 말인 것이다. 

  이에 대한 <본생경>의 내용을 이어서 보면, “카필라성과 데바다하의 중간에 룸비니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동산이 있었다. 이 동산에는 무우수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룸비니 동산은 전체가 마치 제석천의 유원지인 칫타라 동산의 잔치마당 같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룸비니 동산을 지나던 왕비는 동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유희하고 싶어졌다. 왕비는 가마를 무우수(無憂樹) 나무숲 속으로 옮기게 하고는 땅에 내려서 꽃이 활짝 핀 가지를 잡으려고 팔을 뻗어 올리자 가지는 스스로 내려와 왕비의 손 가까이에 닿았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곧 산기(産氣)가 일어 무우수 나무의 가지를 잡고 선 채 오른쪽 옆구리로 옥동자를 낳았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대범천이 황금 그물을 가지고 와서 태자를 받았다.

  바로 그때에 제석과 범왕이며 사천왕은 그의 권속과 함께 모두 와서 태자를 호위하였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용왕의 형제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가 왼편에서 맑고 따뜻한 물을, 오른편에서 시원한 청정수를 토하여 태자를 씻겨드렸다. 그러자 태자의 몸은 황금의 빛으로 더욱 빛나 서른두 가지의 모습을 갖추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태자는 탄생하자마자 스스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었다. 그러자 옮기는 걸음마다 사색(四色)의 연꽃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 주었다. 일곱 걸음씩 걷고 나서 사방과 상하를 둘러본 태자는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사자처럼 외쳤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이니 내 이를 편안케 하리라.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탄생게를 마치자 꽃비를 내리던 하늘에서는 천인(天人)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태자의 탄생을 노래하였다. 왕은 태자의 이름을 싯다르타라고 지었다. 성(姓)은 가우타마(Gautoma)였고 싯다르타(Siddārtha)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사진3. 흥국사 팔상태. 천지인 부분도.


 이러한 내용이 충실하게 그려진 흥국사 팔상탱<도1>을 보면 비람강생을 중심으로 부처님 탄생시의 여러 정황이 도설(圖說)되어 있다. 즉, 숲 사이로 카필라성이 그려져 있고, 열 달이 지나 만삭이 된 마야 왕비는 당시 인도의 풍습에 따라 출산을 위해 친정인 데바다하(Devadaha)로 가고자 정반왕에게 청하는 장면, 왕은 이를 쾌히 승낙하고서 데바다하로 가는 길을 고치고 장식을 한 후 왕비를 황금수레에 태워 많은 대신 들을 딸려 보내는 장면, 그리고 구룡토수(九龍吐水) 하여 부처님을 씻기는 장면과 함께 마야 왕비가 룸비니 동산 무우수 나무 아래에서 태자를 출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어서 통도사 팔상탱도 이와 동일한 구성을 보이고 있으며, 해인사와 송광사팔상탱<도2>은 위의 경우와 다른 도상 배치를 보이면서 두 경우는 서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팔상탱의 구성 내용은 대체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천지인(天地印)<도3>의 표현에 있어서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반대로 왼손은 하늘을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탄생불의 좌수(左手)와 우수(右手)의 수인 문제는 인도와 중국의 문화적인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사진4. 화계사 대웅전 벽화. 비람강생상


인도문화에서는 좌(左)에 비해 우(右)가 우월한 지위로 인식되는데 이는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하여, 마야부인이 오른손으로 무우수 가지를 잡자, 부처님이 우협으로 탄생했다는 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과 함께 한국도 전통적으로 좌를 우보다 높게 평가하는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우협탄생은 흔히 부처님의 신분계급인 크샤트리아와 연관된 상징이며 연꽃 위의 7보는 7각지(七覺支)의 관점이다. 7과 4는 불교경전에서 만수(滿數)를 상징한다. 따라서 7의 제곱인 49와 4의 제곱인 16은 완전성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탄생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천명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탄생불이 이와 같이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수인인 천지인은 오늘날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에 불교의식인 관불(灌佛), 혹은 관욕불(灌浴佛)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팔상탱화와 함께 사찰의 본존이 모셔진 전각에 주로 그려지는 팔상도 벽화<도4>에는 팔상의 여러 내용을 모두 그리기보다는 천지인의 모습으로 탄생게를 설하는 모습으로 전체를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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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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