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고대 이집트 문명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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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0 년 3 월 [통권 제8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577회 / 댓글0건본문
원택스님
작년 초 ‘이집트 여행을 꼭 갔다 오겠다’며 준비했는데 일이 생겨 가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만사萬事를 접고 1월10일 출발하여 18일에 돌아오는 일정을 확정해,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상좌 일림 스님과 함께 떠났습니다. 인천공항에서 10일 12:00에 출발해 카이로에 도착하니 10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23시30분), 시차는 7시간 정도, 인천에서 카이로까지 11시간30분쯤 걸린 셈입니다. 날씨는 우리나라의 늦가을과 비슷해 지내기 좋았습니다. 숙소는 피라미드파크 호텔. 그날 저녁 샤워하러 들어간 좁은 욕조에 그대로 비스듬히 ‘꽈당’하고 미끄러졌는데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룩소르 '왕의 계곡, 왕비의 계곡'에서. 오른 쪽은 일림 스님
다음 날인 11일 오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쿠쭈(할아버지)·카프레(아버지)·멘카우레(손자)의 피라미드가 각각 세워져 있는, 기자의 피라미드 단지를 먼저 탐방하게 되었습니다. 60년 전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기대와 흥분이 밀려 왔습니다. 출발한 지 1시간30분 정도 지나자 크고 작은 세 개의 피라미드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 마냥 마음이 흥분되고 떨렸습니다. 막상 피라미드에 가까이 갈수록 ‘실망감’이 점점 밀려왔습니다. 파라오(황제)의 무덤이라 거창하기는 한데, 주위는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자갈밭 그대로고, 피라미드 겉 부분은 다 뜯어져 없어지고, 한 개에 몇 톤씩 나갈 만한 바위 돌만 드러나 있는 모습에, 마치 폐허에 남겨진 ‘황량함 같은 광경’에 ‘흥분’은 서서히 ‘씁쓸함’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사진 찍는 장소에서 가이드가 알려준 포즈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5cm정도 띄우고 한쪽 팔을 드는 시늉을 하라고 했습니다. 찍힌 사진을 보니 두 손바닥 위에 피라미드가 하나씩 놓여있고, 엄지와 검지로 피라미드 꼭지점을 잡고 들어 올리는 포즈였습니다. 저절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피라미드를 보고 10분정도 달리니 스핑크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과 신을 연결해주는 신령한 동물, 사람의 얼굴과 사자의 몸을 한 모습으로 서 있는 스핑크스! 그러나 제가 본 그것은 바람에 씻길 대로 씻겨 오히려 처연함을 전신에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무상無常에 집착해도 안 되고 상常에 집착해도 안 되지만, 흐르는 세월에 풍화된 스핑크스는 저에겐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오후에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참관했습니다. 유명한 투탕카멘 파라오의 진품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이집트 제18왕조 제12대왕(B.C. 1361-1352)으로 19세에 요절한 왕이 투탕카멘입니다. 1922년 11월4일 영국인 하워드 카터가 왕가의 계곡에 있는 그의 무덤을 발굴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투탕카멘Tutankhamun은 투드tut, 앙크ankh, 아멘amun으로 읽어야 한답니다. 투탕카멘왕의 무덤은 왕들의 계곡에서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상용품과 장신구 등 무수한 보물과 함께, 황금관 속에 황금마스크를 쓴 파라오의 미이라가 모셔져 있었다고 합니다. 투탕카멘의 마스크를 비롯한 3500점에 달하는 유물들이 카이로 박물관 2층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통나무를 상·하로 잘라 만든 수많은 관들, 수도 없이 진열된 미이라의 모습 등에 크나큰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2, 3
이집트 신앙에는 영원불멸의 사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영혼이 다시 살아온다고 하여 그 때를 대비해 심장만은 그대로 몸속에 두고 다른 기관들을 다 잘라내 따로 보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3000여 년 동안 다시 살아 돌아온 파라오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기차역으로 이동해 아스완으로 가는 20시30분발 야간급행열차의 침대칸(2인 1실)에 자리 잡에 탔습니다. 덜컹거리는 소음 소리에 잠이 들겠나 싶었는데 어느새 잠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카이로에서 아스완 댐까지는 900여 km, 다음 날 아침 8시30분쯤 연착 없이 도착했습니다. 아스완 땜은 아수우노부논 나일강 급류를 막아 건설한 세계 최대의 록필댐입니다. 1960년 러시아의 기술원조로 공사에 착수하여 1971년에 완공하였고, 댐 폭은 4km, 댐 길이는 500km나 된다고 합니다. 적도 부근에서 발원해 지중해로 흐르는 나일강은 아프리카의 최대 강이자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의 하나로, 에디오피아·수단·이집트 등 여러 나라를 거쳐 지중해로 흐르고, 세계4대 문명의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1월13일 새벽 4시30분 아부심벨신전 탐방을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제19왕조 람세스 2세(B.C. 1301-1235)가 자신을 위해 만든 대신전과 그의 왕비 네페러타리를 위해 지은 소신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스완 댐의 건설에 따라 수위가 높아져 수몰 위기에 놓였으나, 유네스코의 노력으로 약 60여m 높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이동을 위해 유적들은 30톤에 달하는 1036조각으로 절단되었고, 신전들 주변의 바위들도 1112부분이 절단되었다고 합니다. 1965년 5월21일에 첫 조각이 이사한 뒤 거의 3년만인 1968년 9월22일에서야 이동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이전된 아브심벨의 대신전, 소신전을 바라보며 문화재 보호에 대한 깊은 안목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사진4
아부심벨을 다녀와서 해질 저녁에 크루즈에 승선하여 선상숙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일 강을 며칠 동안 타고 흘러 1월15일 아침 룩소르에 도착했습니다. 수많은 왕들의 무덤이 발견된 왕가의 계곡에 가는 날입니다. 투탕카멘의 무덤 내부관광으로 1인당 80유로(11000원)를 지불했습니다. 19세 나이로 요절한 그의 무덤은 다른 파라오에 비해 작은 규모였지만, 3000년이 지난 오늘까지 벽화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30여m에 이르는 통로에 그려진 그림이나 상형문자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 싱싱했습니다. 투탕카멘의 무덤을 본뒤 현재 룩소르에 남아있는 고대 신전 가운데 가장 큰 카르낙 신전을 탐방했습니다. 여러 개의 오벨리스크와 큰 돌기둥들, 높이 23m에 이르는 중심기둥 12개와 ‘높이 15m’·‘둘레 8m’인 122개의 원기둥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유적들을 조합해 3000여 년 전의 본 건물을 그려보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1월16일 7일째. 룩소르 크루즈 선상 조식후 약 4시간 소요되는 해안도시 후르가다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AMCROYAL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오후에는 사막 사파리투어에 나서 베두인 유족민 마을 탐방에 나섰는데 왕복 흙길에 먼지만 덮어쓰며 먼 산만 구경하고 돌아왔습니다.
1월17일(8일째). 홍해를 거슬러 카이로로 출발했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뿐,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보이지 않았습니다. 멀리 카이로의 건물이 낯설게 보일정도였습니다. 광활한 사막의 모습에 숨 막혔고,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이집트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일어났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19:05분 이륙하여 1월18일 11시57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고대 이집트 문명 탐사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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