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건강 기공]
마음의 거울을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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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 2019 년 9 월 [통권 제7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223회 / 댓글0건본문
사희수 | 한의학박사·동의기공연구원장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무술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태권도, 우슈(쿵후), 합기도, 공수도, 무에타이 등 여러 무술을 섭렵하였는데, 도장 내부의 가장 큰 특징은 벽면마다 큰 거울이 붙여져 있다는 점이다. 한 동작 한 동작, 내가 움직이는 모습을 담고 있는 거울을 보면서 동작을 익히고 더 멋지고 정확한 동작을 해내려고 폼을 잡으면서 웃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몸을 비추는 거울보다 마음의 거울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 누나를 따라 절에 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몸도 단련해야 하지만 마음의 거울을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평일에는 열심히 도장에 다니고 토요일에는 맘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절에 다니면서 중학교 3년을 보냈다. 이후 우슈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중국 소림사에 가게 되었는데, 수많은 스님들이 불교 무술 시연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율이 일었다. 황홀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때 불교무술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거울을 같이 닦을 수 있는 최고의 수행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귀국하자마자 불교무술시범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다.(사실 명칭만 불교무술시범단이지 불교신자들의 무술시범단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동작 하나하나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불가기공을 만들기 시작했고, 불교무술포교원도 개원해서 전파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진 않았다. 『고경』의 독자들이 이 지면의 동작을 익히고 건강해지고 불심이 깊어진다면 내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리라.)
제4식, 세수심경은 내 초발심 시절 부처님에 대한 강렬한 존경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부귀영화를 다 버리시고 육년 고행을 하신 부처님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싯다르타 왕자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닦는 모습, 나도 부처님처럼 내 마음을 닦아야겠다는 원력을 세우면서 만든 불가기공이 바로 제4식 세수심경이다.
“‘저 중생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험한 말과 못된 마음씨를 쓴 까닭에 힘든 삶을 받는구나. 저 중생은 선한 행동을 하고...좋은 삶을 받는구나.’
어둠이 사라지고 두 번째 빛이 밝았다. 보살은 한밤중에 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중생계의 죽고 태어나는 모습을 낱낱이 아는 천안통을 얻었다. 날이 희끗희끗 새고 있었다.
‘고통스런 생사의 굴레에서 끝없이 윤회하며 중생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번뇌 때문이구나.’
보살은 번뇌를 없애는 앎을 얻기 위해 맑고, 고요하고, 더러움이 없고, 부드럽고, 자유롭고, 흔들림 없는 마음을 쏟고 기울였다. 그리하여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일어남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사라짐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사라짐에 이르는 길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았다.”
『부처님의 생애』(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조계종 출판사)
위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마라와 마라의 딸들의 유혹에서 벗어나 애욕을 떠나 선정을 이루고 숙명통, 천안통 등을 얻고 네 가지 성스러운 가르침을 얻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의 깨달음을 이루는 모습을 담아 놓은 내용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부처님의 생애를 읽으면서 감동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귀영화를 다 가진 분이셨다. 부귀영화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놓아버리고 모든 중생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출가 수행하셨다는 것부터 감읍하게 된다. 한편 나는 부처님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경전에서 마라와 마라의 딸들의 유혹으로 묘사된 것들 역시 우리가 수도 없이 일으키는 번뇌 망상이었음을 짐작한다. 부처님처럼 왕자로 태어나 고귀하게 살아오신 분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아는 게 많고 벗어날 게 많으면 번뇌 망상도 더 크지 않겠는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닦는 모습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부처님의 길을 올곧게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제4식 세수심경을 만들었다. 나는 솔직히 젊었을 때 무술로써 강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정신과 신체를 함부로 한 측면이 있었다. 몸으로 지은 업이든 마음으로 지은 업이든 어떤 흔적으로든 남아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강한 것만 믿고 젊은 날 함부로 했던 내 마음과 몸을 닦으면서 치유하는 마음으로 한 동작 한 동작 세수심경을 만들었다. 불자라면 누구나, 아니 사실 나는 불교에 입문하면서 ‘몸과 마음을 자유자재하게 다스릴 수 있는 경지’를 꿈꾸었다. 내가 불가기공을 만들어 수련하고 있는 것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함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내가 만든 불가기공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자유자재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연마하다 보면 달마의 역근 · 세수경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동작은 『역근 · 세수경』의 위태헌저韋馱獻杵의 2, 3세勢와 출조양시세出爪亮翅)와 『아미임제기공 · 천지장합결결장해구품』에서 나오는데 그림만 약간 비슷하다. 달마의 역근은 근육을 바꿔 외부를 단련하고, 세수는 내부의 골수까지 단련하는 것인데,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처럼 제4식 세수심경은 달마 역근· 세수경의 동작에 비해 좀 더 섬세하게 몸과 마음의 거울을 닦는 법이라고 보면 된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이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 「사객邪客」에서는 “심장은 군주지관君主之官으로 오장육부의 큰 주인이요, 정신이 머무는 곳(心者는 五藏六府之大主也요 精神之所舍也)”이라 하였다. 마음이 심장에 있다 하여 함부로 사용하여 심장이 떨리는 일을 하면, 폐에 무리가 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다.
심폐(心肺: 심장과 폐)를 잘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의 필수조건이다. 나는 특히 세수심경을 만들면서 심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손과 몸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손에는 수삼음경手三陰經과 수삼양경手三陽經이 있어 혈과 호흡의 기를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손에는 혈과 기감이 가장 민감하다. 늘 회전하는 문지도리는 썩지 않는다 하였다. 기공하는 사람은 손이 빨리 열려야 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손은 제2의 뇌라고 하였다. 의동기도意動氣到, 의식이 움직이면 기도 움직이게 된다. 유묘우심唯妙于心, 오직 마음에 묘함이 있다고 하였다. 마음에 동작이 따르고 동작에 호흡이 따르는데 그만큼 손동작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처음 만나서 악수를 할 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의 동작이 곧 마음의 동작이 되는 것이다. 똑같은 동작이라도 우리가 손바닥을 올린 상태에서 눈을 부릅뜨면 상대방에게 위협을 주는 동작이 되고, 그윽한 눈으로 상대를 안심시키면 시무외인(施無畏印: 부처님이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하여 베푸는 인상)이 되는 것이다.
세수심경을 통해 진실로 마음을 비우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될 때 불가기공 제4식 세수심경에서 나아가 삶에서 진공묘유(眞空妙有: 생겨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절대의 진리. 공에도 유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의 진리가 피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세수심경의 손을 돌리는 동작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은 그저 부차적인 이익에 불과하다. 독자들도 건강을 뛰어넘어 진공묘유를 삶의 현장에서 발현하기를 바라면서 세수심경의 동작을 하나하나 설명하고자 한다.
제4식 세수심경洗髓心鏡의 실제
1. 결가부좌를 하고 오른손은 선정인을 하고 왼손은 전방을 향하여 무극장(無極掌: 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太極掌: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오지를 펼쳐 손바닥은 밖을 향하고, 시선은 외노궁(손등 가운데)을 주시하고, 의념은 왼쪽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바꿔서 오른손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2. 결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전방을 향하여 무극장(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오지를 펼쳐 손바닥은 밖을 향하고,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의념은 앞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3. 결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양쪽 동서를 향하고, 무극장(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오지를 펼쳐 손바닥은 밖을 향하고,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의념은 양쪽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4. 결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하늘을 향하고, 무극장(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오지를 펼쳐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고, 시선은 하늘을 주시하고, 노궁勞宮으로 천기天氣를 받듯이 한다. 의념은 하늘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5. 결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좌우로 땅을 향하고, 무극장(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오지를 펼쳐 손바닥은 땅을 향하고, 노궁勞宮으로 지기地氣를 받듯이 한다. 의념은 땅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6. 결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전방을 향하여 무극장(팔꿈치를 펼친 상태)으로 미세하게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이후 태극장(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으로 8회를 바깥쪽으로 돌린다. (손바닥은 안을 향하고, 오지를 펼쳐 손가락 끝을 마주하고, 시선은 손안의 거울을 보듯이 노궁勞宮을 주시하고, 의념은 마음속에 있는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의념이 없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 있지 않으면 불가기공이 아니다. 기가 막히지 않으려면 의념과 동작과 호흡 즉, 기공삼조(調心, 調身, 調息)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기가 움직이면 혈도 움직인다. 손안의 기를 움직여 혈의 순환을 도와 온몸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활기차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데에도 사람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천기를 다스리는 수태음폐경인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상대방에게 치켜세우거나 마음을 다스리는 수소음심경인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에 의하면, 마음은 혀에 개규되어 있다(心開竅于舌)고 하였다. 혀는 말하는 것을 주관한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헛소리를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세치 혀를 놀림에 있어 언제나 부처님처럼 향기로운 법음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참 불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는 제5식 신구잠식神龜潛息 불가기공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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