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론학 강설]
삼론학파의 원류 계보설과 관하구설關河舊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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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2019 년 6 월 [통권 제74호] / / 작성일20-05-29 11:31 / 조회6,857회 / 댓글0건본문
박상수 | 불교학자·번역저술가
유구한 불교 학파나 종파 마다 최초의 시조始祖 이후 법맥을 계승한 전승과 계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삼론학파의 경우 이러한 계보가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수립되었다. 삼론학의 발원지 중국은 물론 한국 삼국시대 삼론학 분야의 저술과 문헌이 거의 다 없어지고 소수만 남아 있어, 전승과 계보에 대한 전모를 밝혀내는 게 곤란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계보설
다행히 삼론학 문헌이 다수 전해지는 일본에서 삼론학파의 계보설이 거론되었다, 일본의 경우도 약 7백년 전 처음 계보설이 등장한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근대에 와서 몇 차례나 수정되는 곡절이 있었다. 그러고도 아직까지 확고한 계보설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초조 구마라집(344~413 또는 350~409)부터 수당 시대에 활약한 길장(549~623)까지 약 2백 수십 년간 존속한 삼론학파의 계보를 세우는 일이 그렇게 지난至難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등장한 주요한 세 가지 계보설은 구마라집부터 길장까지 각각 6대설 7대설 8대설의 계보를 거론하였다. 그러나 중간에 계승한 인물들의 타당성이 희박하고 부정확하여, 어느 설도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계보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구려 출신의 승랑대사가 삼론학파의 조사 반열에 오르는 수확도 생겨났다. 여기에 대표적인 세 가지 계보설의 요점을 소개하여 장래 더 온전한 계보설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① 가장 먼저 거론된 설은 가마쿠라鎌倉시대의 불교학자 응연(凝然, 1240~1321)이 『팔종강요八宗綱要』 및 『내전진로장內典塵露章』에서 열거한 7대代의 계보설이다.(주1)
구마라집→도생道生→담제曇濟→도랑道朗→승전僧詮→법랑法朗→길장
이 설說이 일본 남도南都 삼론종三論宗에 전승되고 있는 가장 전통적인 남도설南都說이다.
② 오랜 세월이 지나 근대에 마에다 에운(前田彗雲, 1857~1930)박사는 이 남도설南都說을 비판하고 시정하여 6대代의 설을 제시하였다.(주2)
구마라집→승조僧肇·도융道融→도랑道朗→승전僧詮→법랑法朗→길장
이 마에다前田 학설學說의 요점은 세 번째에 위치한 도랑道朗이 남도설에서 거론한 ‘도생道生→담제曇濟’의 전승이라는 것은 어떠한 근거도 없기 때문에 그것을 생략하고, 대신 ‘구마라집→승조·도융’ 이후에 도랑을 연결시킨 것이다.
③ 이 두 가지 설에 대하여 수정된 설을 제안한 것은 사카이노 고요境野黃洋 박사가 제창한 8대의 설이다.(주3)
구마라집→승숭僧嵩→승연僧淵→법도法度→승랑僧朗→승전僧詮→법랑法朗→길장
이 설의 특징은, 앞의 두 가지 설에서 거론한 도랑道朗이 실은 『양고승전梁高僧傳』 제8권의 「법도전法度傳」에 첨부된 승랑僧朗의 오류이고, 승랑은 동일한 그 전기에 법도(法度, 437~500)의 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도랑을 제외하고 ‘법도法度→승랑僧朗’를 열거한 것이다. 또 구마라집 다음에 이전의 계보설에서 열거한 도생이나 승조를 제외하고 그 대신 ‘승숭僧嵩→승연僧淵’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 세 번째의 설에 대해서도 여러 이의가 제기되었다. 곧 승숭僧嵩이 구마라집에게 확실히 결부되지 않고, 또 승연僧淵─법도法度의 사제관계도 추정에 불과하다고 보았다.(주4) 또 승랑이 단지 『양고승전』의 「법도전」에 부가 기재되었다고 하여도, 법도를 삼론학자로 볼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주5)
또한 도랑道朗이 승랑僧朗의 오류라는 지적은 결론적으로 바르지만, 승숭僧嵩─승연僧淵의 관계는 팽성계彭城系 성실학파成實學派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설령 당시 성실학파와 삼론학파가 판연히 구별되지 않았다 해도, 구마라집 문하 사성이나 팔준 어디에도 승숭僧嵩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거꾸로 이 사카이노境野 학설學說 어디에도 사성 내지 팔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하였다.(주6)
이상의 세 가지 설에 각각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결하게 지적하고, 부족한 자료에 의거하여 원류를 추구하기 때문에, 추구하는 태도 방법에 의하여 가능한 한 구비되지 않은 것을 보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주7)
승랑의 등장과 관하구설關河舊說의 연관
첫 번째 남도설南都說과 두 번째 마에다前田 학설學說에서 삼론학파 계보에 승랑僧朗이 아닌 도랑道朗이 거론된 배경에 관하구설關河舊說이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길장은 자신의 저술 곳곳에서 삼론의 학문적 계승의 연원을 관하구설關河舊說이라 칭하였는데, 그 기본적 의미는 북지 장안의 구마라집과 그 문하의 삼론학을 의미하였다. 다소의 세월이 지난 뒤, 승랑이 북지에서 삼론학을 수학하고 남지로 건너와 섭산攝山에 거주하며 승전僧詮에게 전수하였고, 이후 길장에게 계승되었다. 길장은 이렇게 섭산의 승랑으로부터 계승되어 섭령상승攝嶺相承의 시조가 된 섭산대사攝山大師를 낭공朗公·랑법사朗法師·대랑법사大朗法師 등으로 호칭하였다.
그런데 8세기 일본 최고의 삼론학자 남도南都 대안사大安寺의 안징(安澄, 763~814)이 저술한 『중관론소기中觀論疏記』에서 길장이 칭한 섭산대사 낭공朗公을 줄곧 도랑師道朗師라고 말하였다. 또 관하關河는 관중關中과 하서河西의 양자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해석하고, 하河는 하서河西를 뜻하여 하서의 도량이라고 간주하였다.(주8) 이것이 계보설 중에 남도설과 마에다前田 학설學說에서 하서의 도량이 삼론학파 조사의 하나로 헤아려진 근본적 이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의 사카이노境野 학설學說에서 도랑을 승랑이라고 정정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어째서 안징安澄과 남도南都의 전승에서 도랑과 승랑을 혼동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길장이 언급한 랑법사朗法師·낭공朗公은 본래 요동遼東의 인물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양고승전』에 의거하여 요동 출신으로 삼론을 명가名家로 하고, 남지에 와서 법도의 제자가 된 승랑이라는 것이다.
도랑은 길장이 도처에서 하서河西의 도랑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하서 사람이라 혼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정정한 것이다.(주9) 바로 이 세 번째 계보설에 의하여 비로소 고구려 출신의 승랑僧朗이 삼론학파의 조사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한 것이다.
새로이 요청되는 삼론학파 계보설
세 가지 계보설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고, 어느 것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들어보았다. 우리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일본에서 시도된 계보설의 제안 과정에서 길장의 저서에 묻혀있던 고구려 승랑을 찾아내어 삼론학파의 조사 중에 열거한 점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후 삼론학파의 계보설에 다른 변화가 더해진 소식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한 승랑의 사승관계는 정작 세 가지 계보설을 제시한 일본 학계에서 시도되지 않았다, 아니 시도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유야무야有耶無耶 흘려보내기도 그렇다. 우리의 시각으로 문제가 있는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자면, 대략 2대의 전승이 더 필요함을 보게 된다. 곧 초조 구마라집 이후의 제2대와, 승랑의 스승에 해당하는 제3대가 그것이다. 이 부분을 보완하려면 우선적으로 두 가지 요구사항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슬앙이 북지에서 구마라집 문하의 삼론학을 수학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승랑의 북지 수학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후 승랑의 사승관계 사자관계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요약하자면 유력한 두 삼론학자의 문헌적 근거가 있다.
하나는 승랑이 북지에서 멀리 구마라집의 교의를 습득하였다고 전하는 길장의 기록이 다. 길장은 『대승현론大乘玄論』과 『중관론소中觀論疏』 등의 저술에서 비슷한 내용을 거듭 전언하였다. 그런데도 종래의 몇 몇 학자들은 길장 혼자만 그렇게 전할 뿐이고, 그 외에 다른 자료가 없어 의심스럽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후 또 하나의 유력한 증언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길장과 동시대에 수학한 삼론학자 혜균慧均(-633-)이 저술한 『대승사론현의大乘四論玄義』의 기록이 그것이다. 일본에 전해지는 이 문헌은 누락된 부분이 많다. 그런데 다른 문헌에 산재되어 있는 원문을 모아 정리 발표한 논문(주10)이 있었고, 거기에 수록된 원문에 승랑의 수학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그 승랑의 수학 기록이 일본의 한 논문에서 지적되었으며,(주11) 필자 역시 이것을 참고하여 논문을 발표하여 국내에 소개하였다.(주12)
혜균의 경우에는 길장의 전언에 보이지 않는 표현, 곧 승랑이 팔숙八宿(=팔준)의 제자에게 학습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원문의 기록은 필사 과정을 거치며 다소 번잡한 데가 있는데, 그 내용은 승랑道朗이 연燕나라 등의 황룡제국黃龍諸國에 유학遊學하며, 구마라집의 대표적 제자들인 팔숙의 문하에게 무소득無所得의 대승법문인 삼론을 습득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주13) 이 두 삼론학자의 기록에 의하여 승랑의 북지 수업은 기정 사실화된 것이다.
둘째는 구마라집 이후 제2대의 조사에 누가 적합한 것인지 선별하는 작업이다. 『대승사론현의』에서 팔숙의 제자에게 수학하였다고 단언하였으니, 제2대조는 정녕 팔숙 팔준에 속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일본에서 제기된 조사설 중에 도생道生을 제시한 첫 번째 남도설南都說과 승조僧肇와 도융道融을 거론한 두 번째 마에다설前田說은 모두 팔숙 팔준에 속하는 인물을 제시하였으니, 혜균의 문헌을 참고하지 않고도 과녁을 적중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그러나 팔준 중에 과연 누구란 말인가? 열반학 등에 치중한 혜관 혜엄과 바위 산골에 은거 수행한 도항 등을 제외하면, 이 범주에 드는 인물로 승예와 승조, 담영과 도생 도융 등이 거론될 수 있는데, 이들 막상막하의 실력자들 중에 선별하는 일이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누군가를 제2대로 선정하였다 해도, 그 제2대가 제3대에 해당하는 승랑의 스승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의 소견에 의하여 현재까지 도출된 삼론학파의 계보설의 윤곽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은 7대설이 될 것이다.
구마라집→팔숙八宿(팔준八俊)→팔숙八宿의 제자→승랑僧朗→승전僧詮→법랑法朗→길장
주)
(주1) 凝然, 『八宗綱要』 下, (『大日本佛敎全書』, 「諸宗要義集」, p.29)
(주2) 前田彗雲, 『三論宗綱要』, 大正9년, 東京丙午出版社, pp.48~67.
(주3) 境野黃洋, 『支那佛敎史講話』 下卷, 共立社, 1929, p.52.
(주4) 金倉圓照譯註, 『三論玄義』, 岩波文庫, 1941, p.206.
(주5) 前田彗雲, 『三論宗綱要』, p.55.
(주6) 平井俊榮, 『中國般若思想史硏究』, 1976, p.61.
(주7) 結城令聞, 「三論源流考」, 『印度學佛敎學硏究』 1-2, 1952년 3월.
(주8) 이것은 중국학자 탕용통湯用彤의 지적에 따른 것이며(『漢魏兩晋南北朝佛敎史』 下冊, 臺北:漢聲出版社, 1938, p.740 ), 나중에 이에 대한 반론이 일본학자에 의해 제기되었다.
(주9) 境野黃洋, 『支那佛敎史講話』 下卷, pp.37~38.
(주10) 伊藤隆壽, [大乘四論玄義 逸文の整理], 『駒澤大學佛敎學部論集』 第5號, 1974.
(주11) 石井公成, 「朝鮮佛敎における三論敎學」, 『三論敎學の硏究』, 春秋社, 平成2年(1990), p.460.
(주12) 朴商洙, 「僧朗의 三論學과 師弟說에 대한 誤解와 眞實(Ⅱ)」, 『한국불교학』 제50집, 2008.
(주13) 齊時, 有高麗國僧釋道朗(僧朗)法師, 遊於黃龍諸國, 八宿之子學(爲)弟子所聽學, 得無所得大乘法門, 度江來至陽(揚)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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