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봄을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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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9 년 3 월 [통권 제71호] / / 작성일20-06-17 22:56 / 조회6,501회 / 댓글0건본문
원택 스님 | 발행인
아직 3월도 오지 않았는데 산청 겁외사에 갔더니 홍매화가 꽃 봉우리를 팥알만큼 맺으며 수천송이가 될 듯 가지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어떤 봉우리는 꽃잎을 터뜨리듯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로 불리는 인공지능 팀과 바둑 경기를 며칠에 걸쳐 치렀습니다. 1:4의 승부로 이세돌 9단이 참패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모든 국민들은 인공지능 바둑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한판 밖에 이기지 못한 이세돌 9단에 대해서 국민들도 서운하게 생각하고 아쉽게들 여겼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실력이 제대로 알려지게 되면서, 이세돌 9단이 한판 이겼던 것도 알파고가 미쳐 그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한 수였음이 밝혀짐으로써 이세돌 9단의 명예가 회복되고 더욱 국민들에게 존경받게 되었던 순간을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그때까지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인공지능의 개념이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큰 계기가 되었던 것은 국민적으로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들 주변에 인공지능의 개념으로 생산되는 전자기계들을 보면서 또 다른 내일의 산업혁명의 시대를 예감하지 않을 수 없고, 함께 미래의 세계가 여러 부분에서 두렵게 생각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매년 하안거, 동안거 두 철에 백련암에서 봉암사 대중공양을 다녀옴으로써, 봉암사수행 결사정신이 대중스님들에게도 각인되었으면 하여 지금까지 25년 동안 백련암 신도님들이 하안거 동안거에 봉암사 대중공양을 쉬지 않고 계속하여 오다가 지난 2년은 동안거만 대중공양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5년을 다녀오는 동안 10여 년 전에 발뒤꿈치가 깨지는 사고를 당해 치료하는 2년을 제외하고는 저도 부지런히 봉암사 대중공양에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25년 전에는 제 나이의 수좌스님들은 중판에 앉았는데 25년이 지난 오늘 날에는 제가 제일 상판에 앉아도 되는 세월이 되었습니다. 적명 수좌스님을 뵈니 “한 철도 빠지지 않고 25년 동안 봉암사 대중공양 오는 절은 백련암뿐입니다. 정말 백련암 신도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원택 스님뿐만 아니라 원행·원타·원당 스님 등등이 결제 때마다 다녀가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라고 덕담을 주셨습니다.
매년 1월15일 전후로 25년의 세월을 다니는 동안 그때까지의 봉암사 길은 눈이 쌓여 있거나 길이 얼어 있어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겨울의 봉암사 길에는 눈도 쌓여 있지 않고 얼지도 않았고, 마른 먼지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낙락장송이 흔들릴 정도로 샛바람이 불더니 올해는 날씨조차 소한, 대한의 절기는 어디가고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백련암 신도님들도 봉암사 산중공양에 대한 신심이 생기셨는지 100여 명의 선남선녀들이 동참하였고, 대웅전 108배와 적명 수좌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애석불 참배로 회향하고 끝 모를 법향法香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백련암도 요사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예전보다 10~15일 앞서 산중의 벚꽃이 피어나고 이제 봉암사도 1월 중순 추운 날씨인데도 눈도 쌓이지 않고 얼음도 얼지 않는 날씨로 변해 놀랐습니다. 1년을 24절기로 나누면 대한이 마지막 절기이고 그 보름 뒤가 2월4일로 입춘 절기이니 봄기운이 새로 돌기 시작하는 첫 절기로 삼았나 봅니다.
음력 정월 3일을 기점으로 5일 또는 7일간을 정초기도라 하여 전국의 절마다 기도에 들어가 바쁜 시절이 됩니다. 백련암에서도 4박5일 체류형 기도로 지난 2월7일~11일까지 정월기도를 회향하였습니다. 문제는 지난 1월 소한의 3한4온도 춥지 않게 지나고 대한 때도 날씨가 누긋하여 도대체 따끔한 겨울 한파는 맛보지 못하고 지났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새봄을 처음 맞이하는 입춘이 지나 15일 뒤면 우수절기가 온다는 봄을 기다리는 계절에 때 아닌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몰아쳐 기도하러 온 신도님들이 때 아닌 추위에 몸을 얼마나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겨울 추위도 때를 어기고, 추워야 할 때 따뜻하고, 따뜻해야 할 때 추워지는 이상기후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2북미정상회담이 2월27일~28일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고 2월9일 발표되었습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남 · 북 · 미 회담이 결실을 맺어 4 · 7 남북 판문점선언과 6 · 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 · 19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남 · 북간에 해방무드가 조성되어 양국관계가 고무적으로 발전되어 가는가 했는데, 지금까지 정체되어 국민들에게 기대보다 실망감을 주는 분위기입니다. 북미관계에 있어서도 비핵화 회담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비건 미 · 북 특별대사가 2월6일~8일 3일간의 북한 방문으로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긍정적 비핵화 회담의 진전을 예상하면서 남·북·미 관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3월에는 삼국의 정상회담 등이 잘 이루어져 다가오는 인공지능시대의 연착륙, 남 · 북 관계의 평화정착, 북미간의 원만한 비핵화 프로그램 합의로 우리 국민들 마음에 ‘봄의 꽃비’가 내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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