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오래된 미래]
여섯 단계의 호흡명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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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 2017 년 9 월 [통권 제5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542회 / 댓글0건본문
지난 연재에서 사념처 중 신념처(身念處)에 해당하는 호흡명상이 사념처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수행되었음을 살펴보았다. 호흡명상은 점차 사념처 체계를 포섭하면서 체계화되었는데,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그것은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중국에서 호흡명상이 널리 유포된 것에 대해 후한 때 전래된 불교문학의 영향이라고 설명하는 주장도 있지만, 최초의 역경승 안세고(安世高)가 번역한 『대안반수의경(大安般守意經)』, 『선행법상경(禪行法想經)』, 『삼십칠품경(三十七品經)』 등의 선경(禪經)이 호흡명상을 소개한 경전들이었다는 사실은 호흡명상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호흡명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천을 거듭했다. 특히 양생술(養生術)과 결합하여 심신단련법으로 환영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중국불교가 불교가 아니라 불교의 외관을 한 도교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혐의는 중국에 널리 보급된 호흡명상이 초기불교의 그것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오랜 기간 설득력을 얻었으나 최근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미 지적했듯이 호흡명상을 독립적으로 수행한 것은 초기불교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로 변화발전 과정에서 사성제를 포함하는 수행법으로 체계화되는 한편, 방법에서도 새로운 내용들이 덧붙여졌다. 그 변화는 한편으로 『대비바사론』, 『잡아비담심론』, 『구사론』으로 이어지는 북방불교의 전통으로, 다른 한편으로 남방불교를 대표하는 『청정도론』으로 체계화되었다.
안세고가 번역한 『불설대안반수의경』에서 전하는 호흡명상은 『아나빠나삿띠 숫따(Ānāpānasati Sutta)』에서 말한 16단계의 입출식념(入出息念)이 아니라 『구사론』에 기술된 여섯 단계의 입출식념으로, 수(數, gananā), 수(隨, anugama), 지(止, sthāpanā), 관(觀, upalakṣaņā), 환(還, vivartta), 정(淨, pariśuddhi)이라는 6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전통은 기원 후 1~2세기 경 설일체유부와 일정한 관계를 가진 유가사들에 의해 다시 변화하여 다섯 단계로 정리되어 『유가사지론』에 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행상의 발전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부파불교 이후로 일어난 교리의 체계화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안반수의경』에서는 6단계의 첫 번째 수(數)를 설명할 때 초기불교의 16단계 수행법을 배치하여 단순한 병치를 넘어서는 체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달마다라선경(達摩多羅禪經)』도 6단계와 16단계를 결합시키고 있다.
여섯 단계의 호흡명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수식법(數息法)은 호흡에 숫자를 붙여서 세면서 의식을 집중하는 방법이다. 호흡의 출입을 관찰하기만 하는 초기불교의 16단계 입출식념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으로, 6단계 입출식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정확히 숫자를 붙여서 세는데, 숫자가 너무 많으면 숫자를 세는 데 정신이 팔려 호흡에 대한 주의집중이 일어나지 않고 숫자가 너무 적으면 마음이 둔해지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만 세어야 한다. 중간에 산란해져서 숫자를 세는 것을 잊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센다.
이렇게 하여 삼매가 얻어질 때까지 계속하는데, 이 방법은 처음 호흡수행을 하는 초보자를 위해 마음의 긴장이나 산란심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본격적 수행에 앞서 행해지는 기초수행법으로 도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수식법(隨息法)은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면서 주의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마치 “걸을 때 그림자가 따라가는 것”처럼, “빚쟁이가 빚꾸러기를 쫓아가는 것처럼” 들숨과 날숨에 바싹 붙어 따라가면서 그것이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가고 나가는지 놓치지 않고 봐야 한다.
이때 호흡뿐 아니라 호흡에 따라 발생하는 신체의 느낌을 따라가도 괜찮다. “호흡이 몸 전체에 퍼져 있는지, 일부에만 가고 있는지, 들어갈 때 목구멍, 심장, 배꼽, 엉덩이, 넓적다리, 다리 순으로 들어오고 그것이 양발에 이를 때까지 따라간다. 나갈 때는 한 뼘에서 양팔을 벌린 길이까지” 호흡이 나가는 것을 따라가야 한다.
이 방법은 16단계 중 세 번째 ‘온몸을 느끼면서 호흡한다’는 단계와 연관된 것으로, 수행자는 호흡이 지나가는 신체 부위의 느낌들을 관찰할 때 심장, 배꼽 등등의 부위에 대한 관찰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그 과정에서 상상력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뇌가 실제로 지각한 것과 상상한 것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의 직접 지각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변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 방법이 관상법(觀相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장, 배꼽, 넓적다리, 다리까지 호흡을 느끼도록 하는 이 방법이 “온몸을 느끼면서 호흡한다”를 호흡의 처음, 중간, 끝을 자각하라는 『청정도론』의 주석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 번째 지(止)는 마음을 한곳에 고정시켜 호흡의 출입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앞의 수행을 통해 호흡이 고요해지면 의식을 한곳에 고정시키고 “이것이 도움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 차가운가, 따뜻한가” 지켜본다. 마치 “문지기가 사람들의 출입을 지켜보는 것처럼”, “보석 구멍을 꿰는 실처럼” 호흡의 출입을 지켜보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의식이 더 고요해진다. 따라서 이 단계는 입출식념을 통해 사마타를 획득하는 단계이다.
이때 의식을 고정하는 지점을 풍문 또는 풍처라고 하는데, 미세한 호흡의 출입을 관찰하기에는 코끝이 가장 용이하므로 대부분 코끝에 집중하지만 코끝이든 엄지발톱이든 신체 어느 부위든 관계없다.
네 번째 관(觀)은 호흡뿐 아니라 호흡을 둘러싼 여러 가지 조건들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주로 오온(五蘊)을 관찰대상으로 삼는데, “이것(호흡)이 바람만이 아니라 땅, 물, 불, 바람이라는 네 가지 원소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 그리고 그것에 의존하는 심, 심소, 즉 오온이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전 단계에서 마음을 고정시켜 호흡을 관찰하여 사마타가 확립되면 오온과 사성제에 대한 관찰을 시작하는데, 아비달마 불교에서 수행법이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사마타보다 위빠사나를 우위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전환[還]은 호흡을 바람, 또는 오온으로 관찰하는 인식을 전환시켜 무상, 고, 무아에 대한 관찰로 격상시키는 방법이다. 『구사론』에서 말하는 관찰 대상은 사성제이다. 이것은 입출식념 수행에 출세간도의 수행계위설을 도입한 것으로, 입출식념을 더 높은 단계의 선근, 즉 사선근위(四善根位)와 결합시켰다.
여섯 번째 청정[淨]은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은데, 사선근위 이후의 견도(見道)와 수도(修道)의 계위라고 설명된다. 이 때 관찰대상은 여전히 사성제로서, 견도위에서 처음 깨달음을 얻은 후 그것을 반복해서 수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설대안반수의경』에서는 이 6단계에 사성제를 더하여 설명하는데 『구사론』의 설명과 대체로 일치한다. 『불설대안반수의경』에서는 “수식(數息)은 의식을 막는 것이고, 상수(相隨)는 의식을 거두는 것이며, 지(止)는 의식을 고정하는 것이고, 관(觀)은 의식을 떠나는 것이며, 환(還)은 의식을 한결 같도록 하는 것이며, 정(淨)은 의식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여섯 가지를 행한다.”라고 하여 안반수의(安般守意), 즉 입출식념을 마음을 제어하여 부동심을 얻으며 일체의 번뇌를 여의고 정각에 이르고 도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해탈에 이르는 길로 제시하고 있다. 안세고가 이 경을 번역하면서 ‘사띠’를 ‘수의(守意)’라고 번역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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